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 (Galleria degli Uffizi)
우피치, Uffizi,는 영어로 오피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메디치 家의 궁전이었고 대대로 메디치가의 콜렉션이 있는 미술관으로
피렌체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있는 미술관이라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장시간 기다려야 한다기에
미리 미국에서 예약을 하였지만 컴퓨터에서 프린트한 것을 입장권으로 바꾸는데 만도
꼬박 30분이 더 넘게 기다려야 했고 입장권을 가지고 예약한 사람들만 들어가는 입구에서도
또 30분 정도를 기다리게 하였습니다.
9월이 시작되었는데도 날은 더웁고 사람들에 떠밀리다시피 겨우 들어가니
에어컨 시설이 없는지 실내는 후덥지근하고 공기는 무척 탁하여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로 답답하였습니다.
사진이라도 찍게 했으면 사진 찍을 욕심에 좀 더 있었을텐데
남편도 답답하여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있어서, 밀려 밀려 동쪽화랑에 있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과 <프리마베라, 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태고지>,등을 보고는
서둘러 밖으로 나와 버렸습니다.
Sandro Botticelli의 "비너스의 탄생, Birth of Venus"(1484)
(image from web)
보티첼리(botticelli)의 "Primavera, Allegory of Spring" (image from web)
레오나르도 다 빈치 (Leonard da Vinci)의 "수태고지"(1475-80)(image from web)
화록에서 많이 보아서 익숙한 그림이지만 유명하다는 그림들을 좀 찬찬히 구경하고 싶었는데
사람들 때문에 그림 감상은 고사하고 쓰러져 버릴 것같아서
아깝지만, 정말로 아까웠지만,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스탕달 신드롬도 아니고 다만 실내 공기가 너무 탁하고
더워서 도무지 견디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ㅋㅋ
스탕달 신드롬(Stendhal Syndrom)이라는 것은 1817년 피렌체를 여행하던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Stendhal, Henri-Marie Beyle의 예명, 1783-1842)이 예술작품을 감상하던 중에
예술작품이 너무 아름답고 경이로워서 순간적으로 몸에 힘이 빠지면서
황홀경을 경험했던 것을 그의 책에 써놓았는데
그러한 현상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예술작품을 감상하다가 많이 일어나는 일이어서
나중에 그런 현상을 '스탕달 신드롬'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한편으로 과연 그 많은 사람들이 밀리고 밀리는 인파의 혼잡 속에서
무엇을 제대로 감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단순히 관광객인지, 진정한 그림 애호가들인지...
아무튼 미술관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있는 것이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길쭉하게 직사각형으로 되어 동쪽과 서쪽 화랑이 있어서
동쪽화랑에 고딕회화, 고대 조각, 12세기 이태리 회화, 레오나르도 다빈치, 보티첼리, 등이 있고
서쪽화랑에는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티치아노, 루벤스, 카라바조, 렘브란트, 등의 그림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동쪽화랑만 잠시 들렸다 나온 셈입니다.
바보같이...
밖으로 나오니 미술관 모퉁이에서 무명의 기타리스트가
자신의 CD까지 준비하고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외국 여행을 하다 보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우피치 미술관 앞의 광장에도 무명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비록 지금은 무명일지라도 앞으로 그들의 그림이 이 우피치 미술관에
전시될 날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이들은 왜 이렇게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물질 만능주의의 세대에서 궂이 예술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이룰 수 있을텐데 세상과의 타협을 거부하며
순수한 예술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어찌하지 못하고 여전히 가난하고 고독한 가운데
고뇌와 함께 그들의 꿈을 향하여 힘든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는 예술가들이 아닌지...
최근에 나온 그에 대한 책을 통하여 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설이 나오고 있는 빈센트 반 고흐,
지금은 그의 그림 한 장에 천문학적인 숫자의 가격으로 매매되지만
생전에는 그림이 별로 팔리지 않아서 동생에게 쓴 편지를 보면
자신의 그림이 왜 팔리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팔릴까를 염려했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화가들이라고 가난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들도 살아야 하니까요.
우피치 미술관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들은 이곳에서 하루종일 그림을 그리고 팔기도 하는데
이들은 하루에 몇점이나 그리며 몇점이나 팔고 있을까? 가격은 얼마일까?
감히 물어보지도 못하고 혼자만 생각해 보았습니다.
땅에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젊은 화가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다가도 엄마가 부르면 애써 쌓은 모래성을 그냥 버려두고
집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처럼 날이 어두워지면 열심히 그린 그림을 이 자리에 놓고 숙소로 돌아갈텐데...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닐진대 그래도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 순간 만은 그들의 최선이고
후회없는 예술을 향한 열정의 순간일 것입니다.
오늘날은 육신의 향락을 위한 삶을 추구하기에 급급하여 순수한 예술을 외면하는 세대인데
그래도 우피치 미술관에 몰려든 인파를 보면 아직은 이 세대를
슬퍼만 할 수는 없는 것은 아닌가...
비록 그림을 다 감상하지도 못하고 떠났지만 우피치 미술관 앞에서 만난 무명화가들...
우피치 미술관에서 본 그림보다 더 긴 여운을 준 사람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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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오 달라는 소렌토의 어느 호텔(Grand Hotel Excelsior Vittoria)의
카루소가 생의 마지막에 머물렀던 방을 방문하고 카루소를 생각하며
황혼의 바닷가를 바라보며 즉흥적으로 이 노래를 작곡했다고 합니다.
이 블로그를 본 친구가 이태리를 여행할 때 찾아갔었다고 보내온 호텔 사진
이 호텔방에는 카루소가 쓰던 피아노와 집기들을 그대로 놓아두고 손님을 받는다고 하는데
물론 하룻밤 방값이 엄청나게 비싸지만 예약이 밀려있다고 합니다.
피렌체의 무명의 예술가들을 보고 나니
한 예술가의 생애를 생각하며 애절하게 노래한
루치오 달라의 "카루소"가 생각났습니다.
2011/10/21 10:39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루치오 달라가 부릅니다. "카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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