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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난 가을 베트남으로 사진여행을 갔을 때 롱꼭이라는 곳에 있는 녹차밭에서 만난 일출사진으로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그다지 높지는 않은 산 정상, 아직 어두움 속에서 일출을 기다렸지만 구름과 안개 때문에 떠오르는 해를 담지는 못하고 대신 빛내림을 보게 되어 우리 일행은 황홀하였지요. 팬데믹이 풀리고 여행이 자유로워져서 떠난 출사, 오랜만에 어둠 속에서 들리던 셔터 소리가 지금도 귀에 생생합니다. 2023년에도 열심히 찍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가을여행

가을여행 펜데믹 후 처음으로 캐나다 퀘벡으로 가을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떠나기 전과 돌아오기 전에 pcr 검사를 받고 가는 곳마다 백신접종카드를 점검하고 마스크를 써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모처럼의 여행은 그동안의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해소된, 힐링여행이었습니다. 단풍의 아름다움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막상 렌즈에 담긴 모습은 실제 모습을 드러내기에는 역부족이어서 눈과 마음에 담은 것으로 추억하려고 하네요. 대신 떠나기 전날 고맙게도 잠시 내린 비와 안개 덕분에 남가주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모습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들리는 건 분명 네 목소린데 돌아보면 너는 어디에도 없고 아무데도 없는 네가 또 아무데나 있는.. 가을 산 해질녁은/울고 싶어라." 라는 시인 오세영의 "바람의 노래" 한구..

LA Arts District: 노란 신호등

오랜만에 많은 벽화들(Murals)이 있어서 지금은 관광 명소로서도 유명한 LA Arts District에 갔습니다. 무대가 없은 음악가들이 길거리 버스킹을 하듯이 값비싼 갤러리를 사용할 수 없는 화가들이 길 가의 벽에 그린 그림이 이제는 예술로 각광을 받는 시대가 된 듯합니다. 사진을 찍겠다고 무척이나 더운 날씨에 카메라를 들고 나가 벽화를 찾아 다니며 사진을 찍었는데 그 중에 4가와 메릭 스트릿 교차점에 이르자 건널목 저 편에 있는 연인들의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골이 패인 철판 위에 그렸는지 철판은 녹이 슬어가고 있지만 연인들의 모습이 심상치 않습니다. 무슨 애절한 사연이 있는 듯 그들은 슬프고 애잔한 모습으로 굳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호등이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으로 변하고 있는 동안 계..

둘째언니의 부음을 듣고...

1974년 1월의 어느 날 영하의 날씨에 가족들의 눈물겨운 배웅을 받으면서 비행기를 오른지 46년이 지났네요. 한 동안은 이국생활에 적응하느라, 한 동안 애들 키우느라 모국과 그리운 가족들과 소통이 없어도 외로운 줄도 모르고 그리움도 마음 속에 묻어버리고 그저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지냈습니다. 그 가운데 어느 듯 장성한 조카들 결혼식들이 계속되기도 하고 부모님도 가시고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는 말처럼 7형제 중 둘째 오빠가 가시고.. 2년 전에는 큰언니가, 그리고 오늘 아침 둘째 언니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시설에 계신지 오래 되셔서 더 이상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지 않아도 되겠다고 자위하는 마음도 들지만 마음 한 켠 깊은 우물에는 슬픔이 가득 고여 있는 듯 합니다. 그립고 사랑하는 언니..

못다한 이야기 2020.09.07

2021년 달력

2020년, 지난 3월부터 펜데믹으로 참으로 안타까운 나날을 지내고 있네요. 자녀들은 학교에 다니고 어른들은 직장이나 사업체에서 일을 하고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리며 사랑하는 교우들과 친교를 하고 가끔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여행하기도 하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온통 빼앗겨 버리고서야 그 모든 것이 축복이었고 행복이었다는 것을 비로서 깨달으며 사람을 만나는 것은 물론 외출하는 것조차 두려움을 가지고 지내고 있으니 이 얼마나 무서운 형벌인지... 더우기 이러한 일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 것인지 앞을 예측하기가 어렵기에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그동안 찍어두었던 사진들을 들춰보며 칼렌다를 만들면 어떨까 싶어 모아보았습니다. 돌아보니 참으로 많은 곳을 다녔는데 그러한 자유가 너무나 그리..

혼돈의 시대...

집 안에만 있다 보니 예전에 찍었던 사진들을 정리하게 되네요. 3년 전 2017년 어느 미국인들 사진 클래스에서 Splash 사진을 찍었던 것인데 교실에 가는 줄을 빨래를 널게 하듯 메어 놓고 줄에 두 개의 와인 잔을 걸고 와인을 조금씩 채운 후에 줄을 흔들어서 와인잔이 부딪치는 순간을 촬영한 것입니다. 다시 보니 두 개의 와인 잔이 부딧치면서 와인이 넘쳐나는 모습이 꼭 지금 이 시대를 나타내고 있는 듯 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수 개월이 지나도 잡히지 않고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시위, 약탈, 등등 사회가 붕괴되고 있는 작금의 사태를 먼 훗날 역사는 뭐라고 평가를 할지....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하얀 슬픔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 도종환- 피었던 꽃이 어느새 지고 있습니다. 화사하게 하늘을 수놓았던 꽃들이 지난 밤비에 소리없이 떨어져 하얗게 땅을 덮었습니다. 꽃그늘에 붐비던 사람들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화사한 꽃잎 옆에 몰려 오던 사람들은 제각기 화사한 기억속에 묻혀 돌아가고 아름답던 꽃잎 비에 진 뒤 강가엔 마음없이 부는 바람만 차갑습니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살아가야 할 날들만 길고 멉니다. 꽃 한송이 사랑하려거든 그대여 생성과 소멸, 존재와 부재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아름다움만 사랑하지 말고 다음다움 지고 난 뒤의 정적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올해도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