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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자화상" -윤동주- 산 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이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시와 사진...

바람의 노래 오세영 바람 소리였던가, 돌아보면 길섶의 동자꽃 하나, 물소리였던가, 돌아보면 여울가 조약돌 하나, 들리는 건 분명 네 목소린데 돌아보면 너는 어디에도 없고 아무데도 없는 네가 또 아무데나 있는 가을 산 해질녘은 울고 싶어라. 내 귀에 짚이는 건 네 목소린데 돌아보면 세상은 갈바람 소리, 갈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 ***** "들리는 건 분명 네 목소린데 돌아보면 너는 어디에도 없고 아무데도 없는 네가 또 아무데나 있는 가을 산 해질녘은울고 싶어라." 어쩌면 시인은 이렇게 마음을 쓸어내리게 하는 시를 쓰는지... 가을 산 해질녁에 정말 울고 싶었습니다. 아니 울었습니다. 지금까지 시 한 줄 쓰지 못하고 살아온 세월이 트리오를 슬프게 합니다. 젊은 날 명색이 문학을 공부했는데... "시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 지금은 남의 땅 __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해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서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는 고운 비로 너는 삼단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조르지 마라 민들레 제비꽃에도..

자연의 신비... Mono Lake

2박 3일... 짧은 일정으로 중가주에 있는 Mono Lake에 다녀왔습니다. 겨울의 호수...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체코 모라비아 출생의 Frantz Drdla (1869.11.28. - 1944. 9.3.)가 작곡한 "Souvenir For Violin and Piano in D major" 이라는 곡입니다. 귀에 익숙한 곡이지만 작곡자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었는데 어느 사이트에 올라 온 글을 보고 알았습니다. 작곡자 들드라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악성들의 묘가 있는 빈의 중앙묘지를 찾아가 영원한 음악의 스승들과 마음의 대화를 나누곤 했답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맬로디가 바로 이 곡이라고 합니다. 들르라는 그 선율을 놓칠새라 떨어져 있는 낙엽을 주워 오선을 그리고 곡의 주제를 하나 하나 담았다..

그 산이 거기 있었네...

중국 계림에 있는 상공산입니다. 작년 10월..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계림에서 2시간 정도 버스로 가서 상공산 밑자락에 있는 유일한 숙소에서 잠을 자고... 밤새 세차게 내리던 비는 그칠줄 모르는데 아직 캄캄한 새벽에 삼각대와 우비에 감싼 카메라를 맨 채 숙소 뒤에서 시작된 계단을, 세멘트로 잘 만들어졌지만, 구불 구불 돌면서 올라갔습니다. 안개와 비에 아직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계단은 끝이 없이 이어지고... 체력 좋고 젊은 일행들은 벌써 올라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미쳤지, 미쳤어, 정말 미친 짓이야..."를 혼자 중얼거리면서 드디어 다다른 계단의 끝... 비와 안개 속에 펼쳐진 정경... 와!!!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내려 오면서 세어 보니 700개가 넘는 계단이었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