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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

집 안에만 있다 보니 예전에 찍었던 사진들을 정리하게 되네요. 3년 전 2017년 어느 미국인들 사진 클래스에서 Splash 사진을 찍었던 것인데 교실에 가는 줄을 빨래를 널게 하듯 메어 놓고 줄에 두 개의 와인 잔을 걸고 와인을 조금씩 채운 후에 줄을 흔들어서 와인잔이 부딪치는 순간을 촬영한 것입니다. 다시 보니 두 개의 와인 잔이 부딧치면서 와인이 넘쳐나는 모습이 꼭 지금 이 시대를 나타내고 있는 듯 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수 개월이 지나도 잡히지 않고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시위, 약탈, 등등 사회가 붕괴되고 있는 작금의 사태를 먼 훗날 역사는 뭐라고 평가를 할지....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하얀 슬픔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 도종환- 피었던 꽃이 어느새 지고 있습니다. 화사하게 하늘을 수놓았던 꽃들이 지난 밤비에 소리없이 떨어져 하얗게 땅을 덮었습니다. 꽃그늘에 붐비던 사람들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화사한 꽃잎 옆에 몰려 오던 사람들은 제각기 화사한 기억속에 묻혀 돌아가고 아름답던 꽃잎 비에 진 뒤 강가엔 마음없이 부는 바람만 차갑습니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살아가야 할 날들만 길고 멉니다. 꽃 한송이 사랑하려거든 그대여 생성과 소멸, 존재와 부재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아름다움만 사랑하지 말고 다음다움 지고 난 뒤의 정적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올해도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

자화상

"자화상" -윤동주- 산 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이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시와 사진...

바람의 노래 오세영 바람 소리였던가, 돌아보면 길섶의 동자꽃 하나, 물소리였던가, 돌아보면 여울가 조약돌 하나, 들리는 건 분명 네 목소린데 돌아보면 너는 어디에도 없고 아무데도 없는 네가 또 아무데나 있는 가을 산 해질녘은 울고 싶어라. 내 귀에 짚이는 건 네 목소린데 돌아보면 세상은 갈바람 소리, 갈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 ***** "들리는 건 분명 네 목소린데 돌아보면 너는 어디에도 없고 아무데도 없는 네가 또 아무데나 있는 가을 산 해질녘은울고 싶어라." 어쩌면 시인은 이렇게 마음을 쓸어내리게 하는 시를 쓰는지... 가을 산 해질녁에 정말 울고 싶었습니다. 아니 울었습니다. 지금까지 시 한 줄 쓰지 못하고 살아온 세월이 트리오를 슬프게 합니다. 젊은 날 명색이 문학을 공부했는데... "시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 지금은 남의 땅 __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해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서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는 고운 비로 너는 삼단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조르지 마라 민들레 제비꽃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