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너때문이야

시와 사진...

후조 2020. 5. 12. 08:59

 

 

 

 

 

바람의 노래

 

오세영

 

바람 소리였던가,

돌아보면 길섶의 동자꽃 하나,

물소리였던가,

돌아보면 여울가 조약돌 하나,

 

들리는 건 분명 네 목소린데

돌아보면 너는 어디에도 없고

아무데도 없는 네가 또 아무데나 있는

가을 산 해질녘은

울고 싶어라.

내 귀에 짚이는 건 네 목소린데

돌아보면 세상은 갈바람 소리,

갈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

 

*****

 

"들리는 건 분명 네 목소린데

돌아보면 너는 어디에도 없고

아무데도 없는 네가 또 아무데나 있는

가을 산 해질녘은울고 싶어라."

 

어쩌면 시인은 이렇게 마음을 쓸어내리게 하는 시를 쓰는지...

가을 산 해질녁에 정말 울고 싶었습니다.  아니 울었습니다.

지금까지 시 한 줄 쓰지 못하고 살아온 세월이 트리오를 슬프게 합니다.

젊은 날 명색이 문학을 공부했는데...

 

 

"시는 인간 영혼의 자연스런 목소리다.  그 영혼의 목소리는 속삭이고, 노래한다. 

그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삶을 멈추고 듣는 것 곧 시다.  시는 인간 영혼으로 하여금 말하게 한다. 

그 상처와 깨달음을. 그것이 시가 가진 치유의 힘이다."

(류시화시인이 엮은 시집에서)

 

그러나 시를 쓰지 못한다고 슬퍼하기만 하지 않겠습니다.

사진을 배우면서 사진으로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늦었지만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 지 벌써 8년이 되는군요.

왜 진즉 배우지 못했을까, 진즉 배울 껄... 하면서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그러다가 한계가 느껴져서

사진을 찍는 일이 시들해 지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다시

렌즈를 붙잡고 씨름을 하고...

 

보이는 것을 렌즈에 담는 것이 사진이라고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조차.. 그리움도, 슬픔도, 아픔도... 기쁨도, 환희까지도...

렌즈에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그러다 보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먼 훗날

누군가 트리오를 "사진의 시인, Poet of Photography"라고 기억해 준다면

더 바랄게 없겠지요.   꿈도 야무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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