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fe, 카페...하면 추억과 낭만이 있는 곳...
그러나 나의 학창시절에는 카페라는 이름은 흔히 사용되는 단어가 아니었고 다방(茶房)이라는 것이 많이 있었는데
시내에 있는 다방은 유행가를 틀어주는 곳이 대부분이었지만
대학가에는 팝송이나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DJ가 있는 음악다방이 있어서
젊은 날의 우리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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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들과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산 마르코 광장
그런데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에는 2백년이 훨씬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네개의 카페가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이는 광장의 오른쪽에는 카페 플로리안(Caffe Florian)과 카페 라베나(Caffe Lavena),
광장의 왼쪽에는 카페 콰드리(Caffe Quadri)가 있었고
카페 콰드리에서오른쪽으로 건물을 돌아 바다 쪽으로 그랑 카페(Gran Caffe)가 있었습니다.
카페라고 하지만 광장에 있기 때문에멋진 실내장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작은 무대와
카페마다 각각 다른 색갈의 야외용 의자와 탁자가 있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카페이지만
2백년이 넘는 전통이 있어서이 카페들의 단골손님으로 유럽 각지로부터 오는 많은 예술인들과 저명인사들이 있다고 합니다.
하기사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 뒤쪽으로는 골목들이 미로(謎路)처럼 너무나 좁아서 사람들이 서로 밀치고 비비고 다녀야 하기에
이 광장에 나와야 숨통이 좀 터지는 것같은데 광장에 나와서 좀 쉬려면 카페 외에는 다른 쉴 곳이 없었습니다.
카페 플로리안
카페 플로리안은 1720년에 오픈한 이태리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인데 영국의 시인 바이런도,
독일의 시인 괴테도 이곳을 즐겨 찾았다고 합니다.
베네치아를 사랑했던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는 베네치아에 올 때마다
매일 오전 같은 시간에 이곳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셨다고 하며
우리가 바람둥이로 알고 있는 카사노바(Giacomo G. Casanova de Seingalt: 1725-1798)는
당대에는 정치가여서 반대파의 계략으로 감옥에 투옥된 적이 있었는데
감옥에서도 카페 플로리안의 커피를 그리워하다가 탈옥했을 때
제일 먼저 이 카페에 와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사라졌다고 합니다.
카페 콰드리
카페 콰드리와 그랑 카페는 1700년대 말에 오픈한 카페인데 역시 많은 예술인들 유명인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영화인으로 유명한 단골 손님들은 로버트 드 니로, 우디 알렌, 안젤리나 졸리, 브래드 핏, 등이라고 하는데
이런 유명한 영화인들이야 한번만 다녀가도 단골손님이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카페 라베나
카페 라베나는 1750년에 오픈한 카페로 1860년에 Carlo Lavena가 이 카페를 사서 주인이 된 이래
지금까지 그의 가족들이 운영하고 있다는데 독일의 음악가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3)는 이곳에 올 때마다
즐겨 찾던 곳으로 매일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에 이곳에 와서 약 30분 동안 주인 칼로 라베나와 함께 담소를 나눴다고 합니다.
음악가 프란츠 리스트, 루빈스타인, 로스트로포비치 등도 단골로 다녔으며
베니스 영화 축제 때마다 많은 유명한 Movie Star들이 찾는 곳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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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에 도착하여 배를 타고 광장에서 내렸을 때는 오후 3시,그 때까지 점심도 먹지 못해서 호텔에 여장을 풀고
산 마르코 광장에 나와 우선 카페 라베나에서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시켜서 먹었습니다.
이곳의 카페에서는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하기 때문에 음식값 외에 자리값(음악값, 5.75 유로? 잘 기억이 안 나네요)을
사람당 따로 내야 합니다. 물론 연주는 진부하고 상업적이어서 별로 매력적이지 못했지만
그래도 수백년 전통의 카페에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행자의 마음은 온통 핑크빛이었습니다.
밤의 산 마르코 광장
어제 곤돌라를 타고 나서 시내를 좀 돌아다니다가너무 피곤해서 그냥 쓰러져 잠이 들어버렸기에
새벽이 되니 잠이 깨어 다시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베네치아, 이곳에서의 일박이 너무 아쉬워서 하룻밤을 더 지낼까도 생각했지만
호텔비도 비싸고 다른데 갈 곳은 너무나 많고, 이런 저런 생각으로 뒤척이다가
호텔 앞 좁은 골목을 빠져 나와 혼자서 산 마르코 광장으로 나갔습니다.
새벽 다섯시가 되기 전... 인파로 북적이던 산 마르코 광장은 텅 비어있었고
저 쪽 끝에 몇 사람이 의자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새벽의 공기를 가르고 있었고
가방을 끌고 새벽에 베네치아를 떠나기 위해 배를 타는 베포라토 정류장으로 가는 여행자들도 보였습니다.
조금 지나자 다섯시를 알리는 성당의 종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지고 텅 빈 광장의 의자에 혼자 앉아 있자니
커피 한잔이 마시고 싶은데 아무데도 문을 연 곳은 없었습니다.
커피 한 잔과 도넛 한 개면 이 광장에서 그 이상 바랄게 없을텐데...
광장을 지나 어제 곤돌라를 탔던 선착장 쪽으로 걸어가 보았지만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아 눈 앞에 넘실거리는 검은 바다가 무서워
얼른 다시 돌아와 카페 의자에 멍청히 앉아 있었습니다.
이국 땅, 배네치아의 새벽의 산 마르코 광장, 온갖 생각이 바닷물처럼 마음에 덮치고 있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 시간 가장 간절했던 것은 따끈한 Caffe Latte 한 잔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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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새벽의 산 마르코 광장의 카페들은 문이 닫혀 있었고
그 많은 사연도, 많은 예술가들의 발자취도 어둠 속에 묻고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동이 트고 다시 사람들이 밀려오기를 기다리면서...
물의 도시, 카페의 도시, 아름다운 베네치아를 다시 찾아오면
그 새벽에 마시지 못했던 커피 한 잔을 이 광장의 어느 카페에서 꼭 마실 것입니다.
이곳을 즐겨 찾았다는 많은 예술인들을 생각하며...
눈이 내리는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from internet)
학창시절 결강이 있거나 점심시간에
학교 앞 음악다방에서 즐겨 듣던 노래입니다.그리운 그 시절, 그 친구들...
지난 4월 제주도에서의 reunion을 참석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아쉬웠는데
언젠가 이 베네치아에서 reunion을 하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눈이 내리는 겨울이면 더 좋을텐데...
이 포스팅을 보는 친구들아, 우리 정말로 그럴까?
직장(jobs)도 없고 희망(hope)도 없고 현금(cash)도 없는데 왠 꿈같은 소리만 하냐구?
꿈은 No Tax이니까...ㅎㅎ
"10 Years ago, we had Steve Jobs, Bob Hope and Johnny Cash,
but now we have no Jobs, no Hope and no Cash."
Steve Jobs가 세상을 떠난 후 나온 말입니다.
말들을 잘 지어 냅니다.
(2011년 9월 베네치아 여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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