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에서

곤돌라는 역시 베네치아에서 타야...

후조 2015. 8. 1. 01:44

 

 

석양의 Long Beach, CA

 

 

 

석양에 곤돌라를 타고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에 나오는

이중창 "벳노래"(Barcarolle)를 듣는다면...

아니 뱃노라가 아니더라도 사공이 부르는

이태리 가곡 "오 솔레미오"나 "산타루치아" 한 곡만으로도

베네치아를 방문하는 여행객에게는

일생을 통해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입니다.

 

 

이렇듯 베네치아의 곤돌라를 꿈 꾸다가

어느 날 남가주 롱비치에 있는 곤돌라를 타는 곳에

예약을 하고 갈까 하다가 그냥 카메라를 메고 달려가 보았습니다.

 

 

 

 

바다가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있는 보트들이

지어 정박되어 있습니다.

보트 하나가 백만불이 훨씬 넘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남가주는 태평양을 끼고 있기에 곳곳에 아름다운 바닷가가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깝고 아름다운 라구나(Laguna) 비치를 자주 가는 편이고

롱비치는 공장들이 많이 있는 항구이기 때문에 별로 가지 않는 곳입니다.

 

 

 

 

 

건너편을 바라보니 사공 한 사람이 빈 배를

서서히 저으며 바다로 나가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쓸쓸한 바닷가, 아직 사진도 잘 찍지도

못하면서 사진기를 들고 폼(?)을 잡고 간

제 모습이 민망스러웠습니다.

 

곤돌라 사공이 배를 젓고 있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예약을 꼭 해야 한다고 하더니

탈 사람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탈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예약을 하라고 한듯합니다.

 

 

 

바닷가 허술하고 작은 집에

곤돌라 게타웨이

(Gondala Getaway),

City of Long Beach의

Leeway Sailing Center라는

간판이 있었습니다.

 

이곳이 곤들라는 타는 사무일인데

날이 흐리고 바람이 불어서인지

인적도 없고

쓸쓸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한참만에 곤돌라를 타고

들어오는 한쌍을 보았습니다.

 

이곳에서 출발하여 점점 더 들어가면서

경치 좋은 곳을 돌아 온다고 합니다.

 

이들도 혹시나 곤돌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온 사람들일텐데

즐거웠는지 궁금했습니다.

 

물론 연인끼리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겠지만...

 

 

 

 

 

날이 어두워지니 더욱 쓸쓸한 바닷가,

캄캄해지기 전에 얼른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사실 곤돌라를 탈 수 있는 곳은 또 있습니다.

라스베가스의 베네치아 호텔 안에 곤돌라를 타는 곳이 있습니다.

 

베네치아 호텔 내부에 인공 하늘과 산 마르코 광장을 만들어 놓고

주위에 유명 상점과 식당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 운하를 한바퀴 도는 곤돌라가 있습니다.

 

Zion, Brice, Grand Canyon 또는 세도나(Sedona, Arizona)에

가고 오는 길에 반드시 지나게 되는 도시 라스베가스,

너무 인위적이고 물질적인 라스베가스라는 도시를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여행 중에도

될 수 있으면 들리지 않고 지나버리는데

얼마 전 세도나에 다녀오는 길에 라스베가스에서 일박을 하였습니다.

 

베네치아에 가기 전에 이곳에서 곤돌라를 타 보고 싶어서...

 

 

 

 

베네치아 호텔 안의 광장입니다. 

비둘기들은 없지만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보다 더욱 호화스럽습니다.

 

 

 

 

 

 


인공 하늘의 석양빛과 명품상가의 불빛이

곤돌라가 지나가는 물 위에

멋지게 비추이며 아른 아른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네 명까지만 탈 수 있는 곤돌라는

베네치아에 있는 곤돌라보다 훨씬 호화스러웠고

불과 10분 정도, 1마일을 돌아 오는데 곤돌리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산타루치아", "오 솔레미오"와 "Speak softly love"....까지 불러주었지만

음정도 불안하고 목소리도 시원찮아서

차라리 부르지 않는게 낫겠다 싶었지만 함께 노래하며

마냥 즐거워하였습니다.

 

 




 

그러나 곤돌라는 역시 베네치아에서 타야...

 

 

베네치아에 도착한 날 호텔에 여장을 풀고

피곤하지만 일정이 짧으니

산 마르코 광장에 나가 카페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며 쉬다가

곤돌라를 타는 곳으로 나갔습니다.

 

 

두칼레 궁전 앞 스키아보니 해안가 곤돌라 선착장에는

많은 곤돌리어와 곤돌라가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출렁거리는 바다 위에 손님을 기다리는 곤돌라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잘 생기고 젊은 곤돌리어가 천천히 노를 저으며 바다로 나가다가

낡은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좁은 운하를 따라

많은 낡고 작은 다리들을 지나가며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총독부로 사용하던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과

프리지오니 누오베 감옥(Prigioni)을 이어주는, 우울한 역사를 간직한 

"탄식의 다리(Ponte dei Sospiri)"입니다.

 

대평의원회에서 재판을 받아 형을 선고 받은 죄인들이

감옥으로 가는 이 다리를 건너면서 다리 창문으로 바깥 세계를 바라보며

탄식했다고 해서 "탄식의 다리"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또한 카사노바가 이 감옥에서 탈옥한 사건으로도 유명해진 곳인데

탈옥에 성공한 카사노바는 이렇게 자신을 변호했다고 합니다.

"나를 이곳에 가둘 때 나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듯,

나도 동의를 구하지 않고 나가노라."

 

 

그러나 "탄식의 다리" 위와 양 옆에 있는 커다란 화장품 광고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아서 마음이 씁쓸했습니다.

산 마르코 광장 한편에 있던 포도주 광고도 너무 어울리지 않았는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현장입니다.

 

 

 

 

 

건물들은 너무 낡고 물에 잠겨 있어서

이런 곳에서 살면 습기때문에 건강에 나쁘지 않을까...

그래도 물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더럽지 않았습니다.

 

 

 

 

 

곤돌리어는 예의도 바르고 영어도 잘 하였고

좁은 운하를 다니면서 다른 곤돌리어를 만나면

사공들끼리 서로 말도 주고 받고

가끔 한번씩 벽에 발을 대고 힘을 주며 배를 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노래는 하지 않았고 지나가면서 만나는 다른 곤돌리어도

노래를 하지 않았습니다.  라스베가스에서 곤돌라를 탔을 때

잘 하지도 못하는 노래를 들었던 것을 생각하고

노래를 불러 달라는 부탁도 하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오래 전에 단체 관광으로 이곳에 와서 곤돌라를 탔을 때는

한국인 안내하는 분이 사공의 양해를 구하고 멋지게 이태리 가곡을 불렀다는데

사실은 이태리에 성악을 공부하러 왔던 사람이었다고 하였습니다.

 

 

 유럽을 다녀 보면 유학을 왔다가 관광 가이드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스페인에서도 서울대 미대 출신의 가이드가

박물관의 그림들을 스페인의 역사와 함께 열심히 설명하는데

자존심이 대단한 모습이 보기에 좋았습니다.

 

 

 

 

 

 

 

지금의 곤들라는 모두 검은 색이지만

16세기 베네치아 도시의 전성기 때에 곤돌라는 가문의 상징으로

가문마다 다른 각양 각색으로 화려하고 사치스럽게 꾸몄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 곤돌라는 호화스럽고 퇴폐적인 사치의 상징이었기에 총독은 곤돌라를

모두 검은 색으로 칠하라는 칙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도 여전히 곤돌라는 베네치아의 낭만의 대명사로

많은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손님을 기다리는 스키아보니 해안에 늘어선 곤돌라들...

 

 

 

 

 

좁고 긴 운하를 따라 한참을 다니다가 출발하였던 곳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곤돌라는 타는 동안 아름다운 황혼을 기대하였지만

날이 흐려지면서 끝내 아름다운 황혼은 보이지 않았고

곤돌리어의 이태리 나폴리타나도 없었습니다.

 

 

 

 

 

언제나 너무 기대한 것은 실망을 주고

기대하지 않은 것에서 오히려 큰 기쁨을 맛보게 되는 것은

여행을 하면서 많이 경험하는 것이지만

한시간 가량의 곤돌라의 낭만은 이렇게 조금 허망하게 끝나 버렸습니다.

 

 

 

 

 

 

고독과 낭만의 도시 베네치아,

어느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베네치아에는 혼자 오지 마라,

누구라도 옆에 있는 사람에게 안기고 싶을테니까..."

 

막상 우리가 도착한 주말의 베네치아는 너무나 많은 인파와 더위로

그러한 낭만을 느낄 여유가 없어서 좀 아쉬웠습니다.

 

 

 

 

 

 

겨울의 베네치아는 어떨까...

겨울에 온다면...좀 한산하지 않을까...

겨울의 베네치아는 눈이 올까...

 

 

겨울에 와서 여유있게 이곳에서 하루 이틀이라도 지내며

시인이 말하는 고독과 낭만을 마음껏 느끼고 싶다는 생각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랬습니다.

 

 

 

 

 

Jacques Offenbach(1819-1880)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Les contes d' Hoffmann의

2막에서 나오는 뱃노래, Barcarolle..

보통 이중창으로 부르지만 여기서는 오케스트라 연주입니다.

 

Jacques Offenbach는 독일 퀼른 태생이지만

파리에서 살았기 때문에 프랑스인으로 대접받고 있는데

프랑스 오페라계에서는

"바이에르베르에게는 한없는 찬사를, 베를리오즈에게는 약간의 거부감을,

그리고 오페바흐에게는 미친 듯한 열광을 보낸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그는 감미롭고 재미있는,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오페라를 많이 작곡하였습니다.

 

3막으로 된 "호프만의 이야기"는 주인공 호프만이 경험한 사랑얘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내용인데 오펜바흐는 2막까지 완성하고

1880년 61세로 세상을 떠나서 친구에 의해 완성되어 다음 해인 1881년 2월에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에서 초연되어 대 성공을 거둔 작품입니다.

이중창 뱃노래는 너무나 유명한 곡입니다.

 

 

 2011/10/14 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