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 이정하
슬픔은
방황하는 우리 사랑의 한 형태였다.
길을 잃고 헤매는 나,
그리움이 있어 그 길을 따라가 보면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막막한 그 길에서
내 발은 다 부르트고.
새는,
하늘을 나는 새는
길이 없더라도 난다.
길이 없으면 길이 되어 난다.
어둠 속에서도 훨훨훨….
우리도 날자.
길이 없으면 날아서 가자.
슬픔을 앞서
이별보다 먼저 날아서 가자.
아픔이 없는 나라.
나도 없고
그도 없는 나라.
***
쿠시로에서 새벽 5시반에 호텔을 출발하여 어느 호수인지 강인지
단정학들이 추위에 모여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아련하게 안개 속에서 멀리 보이는 새들은
온통 눈과 얼음꽃을 피운 나목들에 둘러싸여
정물처럼, 꿈처럼... 고요했습니다.
그러다가 두 세마리가 짝을 지어 먹이를 찾아서 떠나기도 하고...
200mm 렌즈에 extender를 끼어 400mm로 줌을 했지만
새들은 까마득히 먼~~ 새벽 안개 속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모여있다가 먹이를 주는 시간을 어찌도 그리 잘 아는지
정한 시간에 먹이를 주는 곳으로 날라간다고 합니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와 있었고
400mm는 기본이고 600mm나 800mm 렌즈를 장착하고 추위에 떨며
날이 밝아지면서 안개 속에 있는 새들이 먹이를 찾아 비상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물론 저희들도 추운 줄도 모르고 그렇게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습니다.
사진을 찍고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마다 차 안에서는 웃음꽃이 피였습니다.
뭐가 그리 우스웠는지... 지금 생각하니 별로 웃을 일도 아닌 일에
그저 마냥 웃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함께 한다는 것만도 즐거운 일인데
멤버중 한 사람이 어찌나 내내 웃기는지..
코메디언처럼 웃기는 이야기를 잘하는 것도 타고 나는가 봅니다.
첼로는 그렇게 웃기는 말을 못하니까 그저 웃기만 했거든요.
일년동안 웃을 일을 며칠동안 다 웃는 것같다고 하면서
마치 사춘기 소녀들이 낙엽이 구르는 것만 보고도 까르르 웃는 것처럼
그렇게 웃기만 했습니다.
"왜 사냐건
웃지요."
사실 집에 돌아 오니 웃을 일도, 즐거워할 일도 없이
그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토록 즐거웠던 출사에 대한 기억도
벌써 아련히 기억 저 편으로 사라져가려고 하지만
사진을 정리하면서 보니 새들처럼 다시금 그곳으로 날라가고 싶어집니다.
이곳 날씨는 한여름처럼 너무나 더웁거든요.
나이 들어가니 의사한테 가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특별히 아픈 데가 없는데 정기 검진을 하는 주치의가 심장 전문의사한테
한번 가 보라고 해서 생전 처음으로 심장 전문의한테 지난 달에 갔었습니다.
여러가지 질문을 통해서 별다른 점이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워낙 가족력(친정어머니랑 큰언니가 협심증)이 있기 때문에
Stress Echocadiogram이라는 테스트를 한번 해 보자고 하더군요.
어제가 그 날...
의사한테 갈 때는 언제나 왠지 불안하지요?
밤새 잠도 설치고.. 그렇잖아도 이번에는 시차적응이 제대로 안되어 잠이 부족한데
개운치 못한 채로 아침에 갔더니 간호사가 가슴에 뭔가를 붙이며 기계와 연결하여
숨을 들이 쉬라, 내쉬라, 멈춰라.. 그런 식으로 여러번 반복하며
기계에 나타난 그래픽을 보면서 사진을 찍더니 (울트라사운드)
트레드밀에서 걷게 하면서 중간 중간 혈압을 재고...
그렇게 20분 쯤 걷고 트레드밀에서 내려 다시 사진을 찍고...
트레드밀에서 운동하기 전과 운동 직 후에 사진을 찍어서 비교한다고 하였습니다.
거의 한 시간만에 다 끝나자 그 자리에서 지켜보던 의사가 그래픽을 검토한 후
아무 문제 없고 문제될 가능성도 없다고 앞으로 10년은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군요.
휴... 괜스리 염려하던 첼로...비로서 안심이 되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첼로가 조금 겁쟁이거든요.
병원에 다니는 일 없이 어느 날 저 새들처럼
훨훨 자유롭게 날라서
우리가 떠나 온 본향으로 가야 하는데...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 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천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
너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나 더할 수 있느냐"
(마6: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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