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너때문이야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리다.. 진달래꽃

후조 2014. 2. 13. 02:47

 

 

 

 

동부는 눈이 많이 오고 추워서 막내가 살고 있는 필라델피아도 어느 날

만 하루동안 정전이 되어 온 식구가 친척집에 피신을 하였다고 하는데

남가주는 벌써부터 꽃잔치가 시작되었습니다.

제일 먼저 피기 시작한 하얀 돌배꽃은

진직 바람에 눈발이 날리듯이 떨어져 버렸고

자목련, 하얀 목련도 꽃이 지고 잎이 돋아 나고 있습니다.

 

 

 

 

 

오랫만에 뒷정원을 둘러보니

진분홍빛 아자리아(Azalea)가 곱게 피어있고

이름도 모르는 다육이들이 앞 뒤 정원에 피어있네요.

 

 

 

 

 

 

다육이 꽃들 위로 앉은 거미줄에 간 밤에 잠시 내린 빗방울이 어려있고...

이름모를 작은 꽃 하나가

선인장 고인 물 위에 슬프게 떨어져 있었습니다.

 

아자리아가 우리나라 진달래와는 조금 다르다고는 하지만

영어 번역에도 진달래꽃으로 되어 있더군요.

그래도 우리나라 영변에 약산 진달래가 진달래지

미국의 아자리아가 무슨 진달래꽃이냐고 말씀하신다면...

저야 할 말이 없어지지요. ㅋㅋ

 

그러나 진달래꽃을 보니 김소월의 詩 <진달래꽃>이 생각납니다.

 

 

진달래꽃

 

                -김소월 (1902-1934)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 없이 고이 보내드리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쁜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

 

 

남산에 있는 시인 김소월의 詩碑 (image from web)

 

 

시인 김소월(金素月, 1902. 9. 7. - 1934. 12. 24)

<진달래꽃>, <초혼>, <개여울>, <먼 훗날>, <예전엔 미쳐 몰랐어요>, <못 잊어>,

<산유화>, 등등, 족의 정서를 노래한 일제시대의 시인인데

32세의 젊은 나이에 생활고로 인하여 아편을 먹고 자살을 하였다고 합니다.

남산에 그를 기리는 시비(詩碑)가 있다고 합니다.

서울에 나가면 꼭 찾아가 보고 싶습니다.

그의 시, <진달래꽃>, <초혼>, <개여울>, <산유화>, <못 잊어> 등은 노래로도 나와서

짧은 생애를 살다 간 시인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초혼>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못 잊어>

           

             - 김소월 -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끝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

 

 

마야가 부르는 진달래꽃입니다.

 

 

 


 

김동진 작곡으로 소프라노(?)가 부릅니다.

 

 

 

 

******

 


바위

여기에서 소월을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소월素月 이름만 들어도 좋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지금 부르는 노래는 별롭니다.
소월의 노래는 고즈넉하고 여유로워야 하는데,
이 노래는 어찌보면 한이 맺힌 노래처럼 들립니다.

씰데없는 말씀드려 미안합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2014/02/13 03:00:48  


dotorie

동부는 입춘이 아니라 입동이 시작 된듯 합니다.
오늘 아침도 섭씨로 영하 14도였지요.
트리오님의 봄꽃을 보며 오지 않을것 같은 봄을 상상해 봅니다. 2014/02/13 05:55:20  


보미^^

미국의 진달래도 무척 화려하고 예쁩니다. 어느나라나 꽃은 참 예쁘고 아름답습니다. 2014/02/13 06:52:51  


쥴리아스

요사이 트리오님은 흔들리는 사랑에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는 .... 멋진 사진과 함께 ???

미국 동부와 서북부는 진짜 아직도 많이 추워요...  2014/02/13 07:46:40  


Anne

아자리아는
색이 진하군요.
한 맺힌 진달래꽃? 2014/02/13 08:36:38  


바람돌

올봄은 엘에이에서부터 옵니다.
형형색색 꽃들은 신행가는 새색시처럼
예쁩니다.
사랑의 열매를 잉태하고 있겠지요.
 2014/02/13 13:02:21  


士雄

화가가 그림을 잘 그리고 사진가가 사진을 잘 찍어도
그 그림과 사진을 설명하는 사람이 없다면 참 무미건조하지요.
이러하고 저러하다고 설명하는 글쟁이의 힘이 참으로 놀랍지요.
김소월의 진달래 시가 없었다면!? ㅎㅎㅎ  2014/02/13 13:35:04  


황남식

김소월의 시중.

초혼이 가장 마음듭니다. 2014/02/13 19:22:32  


凸凸峯

충분치는 못해도 며칠동안 비가 뿌려
그래도 좀 다행입니다.
주말에는 보하비사막으로 가볼 예정입니다.
휘트니에 눈도 좀 구경하고요.
 2014/02/13 23:49:49  


cecilia

저도 늘 한국 시인들의 시집을 손에 들고 다녔었는데 어느날인가

택시에 두고 내려버렸어요. 그래서 아쉽게도...

참 소박하고 순수한 한국인의 정서를 이제는 잊어가고 있는 것같습니다. 2014/02/14 23:33:08  


푸나무

그곳은 정말 봄이군요...
강원도에는 눈이 많이 오지만
이곳은
따뜻해지고 있어요.
겨울은 아쉽고
봄은 기다려지고....ㅎ  2014/02/15 09:3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