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너때문이야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오레곤 바닷가에서

후조 2014. 2. 8. 00:02
 
  
 

 

 

 

 


 


저무는 바다를 머리맡에 걸어두고

 


-  이외수 -
 


살아간다는 것은

저물어 가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 감싸 안으며
 
나즈막히
 
그대 이름 부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
 
 
 
 
 
 
 
 
 

 

시 한 줄 쓸줄 모른다고 서러워할 일이 아닌 것같습니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깊이 대변해 주는 시인이 있으니...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그러나 흔들리는 것이 어찌 사랑뿐이랴,

한 송이 꽃도 수 천번 흔들려야 핀다는데

우리의 마음도 흔들리고, 우리의 믿음도 흔들리고

때로는 우리의 존재 자체도 흔들리면서

우리는 살아가는 가 봅니다.

 

해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듯이

우리의 인생도 그렇게 저물어가는 것이겠지요.

 

 

 

 
 
 

 

친구와 함께 갔던 오레곤의 바닷가, 일몰을 찍는다고

바닷가 모래뻘에 삼각대를 세워놓고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지는 해가 어찌 그리 안타까운지...

시시 각각으로 변하는 바다와 하늘...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다 보니

바닷물이 

부츠를 신은 발목에 까지 들어오는 것도 몰랐습니다.ㅋㅋ

 


 

 


사진을 찍는다는 일이 어쩌면 허영의 취향은 아닌지,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하여 이렇게 미친듯 사진을 찍고 있는지

때때로 회의가 물밀듯이 밀려오지만 

그래도 사진을 찍으면서 전에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끼고,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보면서

새삼 자연의 신비함과 오묘함에 겸허한 마음이 됩니다.

 

위의 사진은 일부러 약간 카메라를 흔들어 보았는데

'슬프게도 자주 흔들리는' 내 모습같아서 버릴 수가 없네요.

촛점이 맞지 않았거나 보기에 좋지 않은 사진은 다 버려버리거든요.


생각해 보면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한 우리들,

모든 것들을 버려야할 때가

머지 않아 다가 오는데...

 

 

(PS. '우리'라는 단어를 써서 죄송,'나'라고 써야 하는데...ㅋㅋ)

 

 

 

 

 

 

 

 

 

흐르는 음악은 Niccolo Paganini (1782-1840),

Variations on a Theme by Rossini for Cello Duet by

Patrick & Thomas Demenga


 

바이올린의 귀재, 니콜로 파가니니의 "롯시니의 모세"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입니다.

같은 시대에 활동한 이태리의 파가니니와 롯시니,

파가니니가 롯시니의 오페라 "이집트의 모세"(1818) 중

모세의 주제를 빌려서 바이올린 곡으로 작곡한 변주곡입니다.

 

원래는 바이올린 곡으로 작곡되었지만 비올라나 첼로로도 연주하고

피아노 반주는 물론 오케스트라와 함께도 연주합니다. 

여기에서는 두 대의 첼로가 연주를 합니다.

 

오랫만에 이 음악에 젖어 봅니다.

2011년 여름의 끝자락에 무모했지만 화려했던 이태리 여행,

롯시니의 고향 페사로에 까지 갔었던

그 해 여름을 추억하며...

 

 

 

이태리 동부 아드리안 바닷가 호텔에서 잠을 설치면서 기다렸던 일출 사진입니다.


 

 


dotorie

사진속에서 트리오님의 정성과 열정이 보입니다.
그렇게 무언가에 심취 할 수 있다는것도 행복이겠지요.
좋은 사진 더 많이 보여 주시길..... 2014/02/08 02:20:09  


보미^^

내면의 세계는 나쁜 생각이 많답니다. 나의 적은 나라는 말이 맞는것 같습니다.
일출 사진이 멋있습니다. 2014/02/08 07:18:33  


凸凸峯

사진이
곧 시입니다.
아니
시보다
낫습니다.
 2014/02/08 10:34:20  


바람돌

몰입할 수 있는 무엇이 있는 것은
축복입니다.

몰입해야만 시가 되고 예술이 되겠지요.
사진과 글, 음악이 아름답습니다.
 2014/02/08 10:41:35  


Anne

어두운 붉은색 일몰 사진,
무척 좋군요. 2014/02/08 16:08:04  


황남식

이외수.
한때 이 자한테 거의 미쳐있었지요.
출간 책마다 공부하듯이 읽었고요.조선의 명필중 이완용도 그중 한명입니다.
하지만 이완용의 글씨를 간직하고 있는것은 자랑할 일이 아니지요.

춘천에서 거지로 살아야 하는데 국가가 먹여주고 재워주고 돈도 주고 기름도 때어 주는곳은 우리 밖에 없을겁니다.그래도 틈만나면 헛소리를 하니 기가 찰노릇입니다.

음악은 좋으나 이 거지의 시는 어지간한 먹물들은 다 쓸겁니다.

20여권의 이외수 저.
사기 당한 기분이라 소송이라도 붙고 싶습니다. 2014/02/08 16:09:22  


cecilia


요즘 16세기 프랑스 작가의 책을 읽고 있는데 ' 사람이 동물적이 되어야 행복하다'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이야기에 공감이 안가는데 한번 동물적으로 살아 보고서 판단해야
겠다라는 생각을 해 보았어요.ㅎㅎ 2014/02/08 20:47:09  


騎士

이중노출 카메라 기법을 시작하셨네요
사진이 아마츄어가 아니십니다.
정경의 빛과 색의 순간을 포착하는 실력이 출중하십니다
흔들리는 것은 어차피 인생이 흔들리면서 달려 왔으니
앞으로도 계속 흔들릴 것입니다
달리는데 흔들림이 없으면 무슨 재미로....

이외수..
교만해 졌지요
인간이 교만하면 글도 보기싫어집니다
공지영과 같은 꽈라고 할 수있지요
진짜 시인은
그런 외마디소리의 서정시만 써서
여자들 말초신경이나 자극하지 말고
장대한 감동이 물결치는 서사시를 써야 시인이지요
서사시 한편 없는 한국이 진정으로 시를 쓰는 나라인지 ?

트리오님이 좋아하시는 이외수를 폄훼해서 죄송합니다
그러나 시인은 시인으로 살아야지
정치적인 행동을 하면 정치적인 곳에는 반드시 반대편이 있거든요
왜 좋은 시가 반대편에게 나쁜 인상을 주어야 하는지
혼외 정사로 낳은 딸이 있으면 있다고 솔직하면 될텐데
이리 저리 핑게대고 빼고 하다가...
이미지만 구기고..
문학은 작가의 인격을 전제하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2014/02/09 22:57:01  


trio

게을러서 올려주시는 댓글에 답글을 일일이 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외국에 오래 살다보니 이외수...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들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다만 어쩌다 만나는 글이나 詩에 공감이 가면
포스팅에 인용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좋아서가 아니라 글이나 시가 좋아서...
물론 잘 알았다면 저도 인옹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점 양해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어차피 한 인격의 이중성 내지 다양성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닌지요.
다녀가시는 모든 블로거님들에게 감사 인사 드립니다.
 2014/02/10 01:45:41  


흙둔지

이외수씨의 이 시는 제 프로필란에도 걸어 놓은 시라 반갑군요.
노인들의 천국이라고 일컫는 스웨덴같은 복지국가에서는
은퇴후 집에서 쉬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이더군요.
무언가 배우는 동호회에 서너군데 가입해
새로 공부하고 배우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였습니다.
그런 뜻에서 trio님의 사진에 대한 열정에 무한한 경의를 표합니다.
 2014/02/11 05:32:55  

 

'사진!너때문이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대, '여자의 마음'  (0) 2014.02.17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리다.. 진달래꽃  (0) 2014.02.13
카멜에서...빗방울  (0) 2014.02.04
목련이 지기 전에...  (0) 2014.01.28
너를 기다리는 동안...  (0) 2014.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