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사랑의 실패가 낳은 "환상교향곡"

후조 2015. 7. 15. 11:05

 




 

흐르는 음악은 곡의 제목은 몰랐을지라도 우리의 귀에 많이 익숙한 곡,

"어느 예술가의 일화 (Episode in the life of an artist)"라는 부제가 붙은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Op. 14, 5악장 중에서 2악장, "무도회"입니다.

세이지 오자와의 지휘로 토론토 심포니의 연주입니다.






베를리오즈의 젊은 날의 사랑의 격정과 "환상 교향곡"


어려운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 모르면 어떠랴...

그 음악에 얽힌 이야기 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마음이 흔들이고 가슴이 설레입니다.

사랑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지요. 

우리 인생에서 사랑이 없다면...

속된 말로 옛날에는 '앙꼬없는 찐빵', 혹은 '오아시스 없는 사막'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박지성 없는 축구'라고 한다지요? ㅎㅎ (농담 죄송합니다.)

 

어쨋든 사랑이 있기에 행복도 있고 눈물도, 슬픔도, 괴로움도, 그리움도 있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모두들 그 사랑을 찾아, 그리워하며, 울기도 하고 좌절하고 방황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 방황에서 눈을 뜨고 나면 그 사랑이 허상이었음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이렇듯 사랑은 인생에 있어서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하물며 예술가들에게 사랑은 창작의 모태이며 원천이 되는 것같습니다.

사랑을 이루었을 때도 그러하겠지만

사랑에 실패했을 때 예술가들은 더욱 빛나는 예술을 창조하는 것같습니다. 


 

 

 

 


프랑스의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 헥토르 베를리오즈 L. Hector Berlioz (1803. 12. 11. - 1869. 3. 8.)는

남프랑스의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의학공부를 하였지만 의학에 취미가 없던 그는

아버지를 설득하여 23세에 파리음악원에 들어가 음악공부를 하였지요.

그런데 음악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그가 엉뚱하게도 여베우한테 사랑의 포로가 되었었지요.


1827년 파리에 온 영국의 극단이 오데온 극장에서 공연하는 세익스피어 연극을 관람한 베를리오즈는

<햄릿>에서 '오필리아"로 분장했던 헤리엣트(Harriet Smithson, 1800-1854)라는

인기 절정의 여배우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열병에 걸린 사람처럼 베를리오즈는 그녀가 출연하는 극장의 무대 출입구에서 서성이기도 하고

극장주를 통해 쪽지를 건네 주며 그녀를 만나기 위해 온갖 수단을 사용했지만

화려한 인기를 누리고 있던 헤리엣트에게 베를리오즈는 자기 자신도 주체하지 못하는

한낮 무명의 음악도였습니다.

 

사랑에 실패하여 파리 시내를 미친듯이 방황하던 베를리오즈의 헤리엣트를 향한 뜨거운 열정은

젊은 피아니스트인 마리 모크(Marie Moke, 1811-1875)에게 옮겨 갔지만

그녀의 부모도 일자리도 없는 가난한 음악가인 그를 냉대하였다고 합니다.

이에 격분한 그는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 5년간 장학금을 지급하는 작곡 콩쿠르

"로마 대상(Prix de Rome)"에 도전하여 두번의 실패 끝에 1830년에 드디어 로마 대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이 때 그는 헤리엣트에 대한 사랑의 격정을 담은 자전적인 교향곡 "환상 교향곡"을 발표하고

큰 호응을 얻게 되자 마리 모크의 부모님에게 결혼 승락을 얻고 로마로 떠났습니다.

그러나 로마로 떠난지 불과 6주 후에 마리 모크가 부유한 피아노 제작자와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로마에서 듣고 격분한 베를리오즈는 그녀의 약혼남과 어머니를 살해 하려고

여자 하인으로 분장하고 총을 들고 그녀의 집에 들어갈 게획을 세웠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가 있지만 베를리오즈는 이 때의 자신의 분노와 열정을

"렐리오...삶으로의 귀환"이라는 교향곡을 작곡함으로 크게 명성을 얻게 됩니다.

 

한편 베를리오즈는 두 교향곡으로 명성을 얻게 되지만

이제는 인기가 떨어져 찾는 사람도 없는 배우가 되어 버린 헤리엣트...

어느 날 두 교향곡의 공연장에 헤레엣트가 참석하였습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내 마음을 아프게 했던 줄리엣, 오필리어, 당신을 찾을 수만 있다면..." 라고 

설자가 낭송을 하자 객석에 있던 헤리엣트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공연 후에 공연 축하 메세지를 베를리오즈에게 전달합니다.

너무나 놀란 베를리오즈...

그는 곧 헤레엣트에게 프로프즈를 하여 그들은 1833년에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자신의 헤리엣트에 대한 사랑이 허상이었음을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결혼 후 곧 아들을 낳았지만 그녀는 집안 일이나 아들에게 소홀히 하며

술에 빠져 있는 날이 많았고 서로의 성격이 맞지 않아서 베를리오즈에게 그녀는

더 이상 줄리엣도 아니고 오필리어도 아니었습니다.

1844년에 그들은 별거하게 되었고 베를리오즈는 다른 여자, 성악가 Marie Recio와

10여년 사귀다가 해리엣이 1854년에 쓸쓸히 생을 마감하자 그녀와 결혼을 하지만

그녀도 8년 뒤에 죽고 맙니다.




 

두 아내를 먼저 보내고 난 후 1867년에는 아들도 갑작스럽게 죽자 

베를리오즈는 큰 충격을 받고 서서히 쇠약해져서 결국 2년 뒤 1869년에 그의 격정적인 생을 마감하고 

이제는 빠리 근교 몽마르트 묘지에서 침묵하고 있는데...

그의 사랑의 실패를 토대로 작곡한 "환상 교향곡"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요.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영원하다"라고 하지요?

 

흐르고 있는 제2악장 "무도회"는 작곡가 베를리오즈의 해석에 의하면

화려하고 떠들썩한 축제일의 무도회에서 그는 왈츠의 멜로디에 춤을 추는 연인의 모습을 발견하는데,

떠들석한 사람들과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가 다시 나타나고, 그러다가 낯선 사람과 함께 춤추며

사람들 속으로 사라지는 연인의 모습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그렸다고 합니다.





저의 카메라에 물통을 들고 나가는 어느 여인의 뒷모습이 잡혔습니다.

물통과 빈 화분을 들고 백팩을 메고 머리에는 벨벳 모자를 썼네요.

누구한테 다녀가는지...

사랑하던 남편, 아니면 아들, 아니면 부모님의 묘에 와서

묘지를 청소하고 다녀가는 듯합니다. ㅋ


사진은 모두 2014년 빠리여행 때 몽마르트 묘지에서 찍은 것입니다.

후조가 좀 별나서... 유럽여행을 가면 묘지를 잘 찾아다닌답니다. ㅎ

묘지에 가면 너무나 분주하게 일상을 보내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허무한지,

그러한 삶일지언정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