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Vail산 정상에서 드볼작을...

후조 2015. 7. 28. 15:45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

 

 

 

 

 

 

흔들리잖고 피는 꽃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곧게 세웠나니

흔들리면서 꽃망울 고이고이 맺었나니

흔들리잖고 피는 사랑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서 피는 꽃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비바람 속에 피었나니

비바람 속에 줄기를 곧게곧게 세웠나니

빗물 속에서 꽃망울 고이고이 맺었나니

젖지 않고서 피는 사랑 어디 있으랴

 

 

 

 

 

 

 

아프지 않고 가는 삶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반짝이는 삶들도

다 아픔 속에서 삶의꽃 따뜻하게 살렸나니

아픔 속에서 삶망울 착히착히 키웠나니

아프지 않고 가는 삶 어디 있으랴

 

 

*****

 

 

 

 

 

 

 

 

잠시 콜로라도 베일 Vail에 다녀왔습니다.

매년 여름 이곳에서 열리는 음악축제...

7월 첫 날 달라스 심포니의 연주를 시작으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바톤을 이어받아 연주를 하고

뉴욕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마지막 연주를 하는 약 한 달 간의 여름음악축제이지요.

 

 

 

 

 

 

베일은 콜로라도 록키산맥 자락에 있는 가장 아름다운 유럽식 마을이지요.

겨울에는 스키를, 여름에는 마운틴바이킹을 즐길 수 있는 곳인데

이곳에 4천명 이상의 객석이 있는 Gerald Ford Amphitheater가 있어서

여름에 음악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여름이면 여러 차레 이곳에 다녀가서 몇 번 포스팅을 한 적이 있고

설경을 렌즈에 담고 싶어서 작년 11월에도 간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막내네 가족을 만나는 기쁨도 있고 오랫 만에 야외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어서 가슴 설레이며 다시 찾아간 곳입니다.

 

 

  

Gerald Ford Amphitheater, 갑자기 비가 쏟아지니 모두들 우산을...ㅋ

 

 

 

지난 7월 11일 저녁 8시 컨서트는 대형 스크린에 만화영화를 보여주면서

만화영화음악을 연주하는 컨서트로 많은 어린이들도 참석한 가운데 열렸는데

연주 시작하기 전에 비가 쏟아지더군요. 

한 주간 내내 날씨가 흐리고 갑자기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도 오고

그러다가 반짝 파아란 하늘과 뭉게 뭉게 피어오르는 하얀 구름 사이로

찬란한 햇빛이 쏟아지기도 하는 날씨였습니다.

 

저녁 8시 연주가 시작되면서 비는 어느정도 그쳤지만 잔디에 앉아 있기가 너무 힘들어서

인터미션시간에 숙소에 돌아와 버렸는데 막내와 꼬맹이들은 만화영화가 재미있어서

마지막까지 다 보고도 끝나니까 더 보고 싶다고 울더라네요.

역시 어린이들을 위한 컨서트...

 

 

 

 

 

12일 저녁 아직 해가 기울지 않고 환한  6시에 시작된 컨서트...

바이올린  콘체르토의 연주가 있었고 인터미션 후에 드볼작의

유명한 심포니 '신세계에서'가 연주되었습니다.

 

뉴욕태생인 Jennifer Higdon(1962 - )의 Violin Concerto는 현대곡이기 때문에

무식한 첼로는 동감할 수 없어서 연주자 Benjamin Beilman한테 너무 미안한 마음으로,

한편으로는 고도의 테크닉으로 연주하는 연주자의 모습이 안쓰러워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열심히 지켜보았습니다.

듣는게 아니고 보는... ㅋㅋ

 

 

 

 

 

 

 

인터미션 후에 연주된 드볼작의 교향곡, "신세계에서"는 누구나 다 잘 알고 누구나 좋아하는 곡이지요. 

연주회에 가기 전 오전에도 숙소에서 내내 아이폰으로 듣고 있었는데

인터미션 때 평소 즐기지 않지만 왠지 오랫 만에 멋을 좀 부리고 싶어서 마신 와인 때문인지,

연주가 시작되자 온 몸이 나른해 지면서 첫 소절부터 마음이 무너져 내리더군요.

 

그러다가 2악장이 시작되면서부터는 뜬금없이 이유도 알 수 없는 눈물이..ㅋㅋ

눈물이 너무나 흘러서 눈을 뜨지도 못하고 들었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음향은

'필라델피아 사운드'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유투브에서 검색하여 아이폰으로 듣던 음악과는 전혀 다른...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로 울려 퍼지는 "신세계에서"교향곡은

푸른 산, 깊은 계곡, 록키산맥을 넘어 우주 공간으로 사라지고 있다고 여겨지면서

마치 4천여 객석사람들은 모두 사라지고 오케스트라와 나 만의 공간인 것처럼 환상적이었습니다.

 

 

 

 

 

 

"만일 내 그림 앞에서 감정을 터트리고 우는 사람이 있다면

그 시간이 바로 내가 그림을 매개로 그들과 소통한 시간이다.
내 그림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내가 그림을 그리면서 겪은 종교적 체험을 똑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라는 말을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가 했다고 하지만

아직 그림 앞에서 울어 본 경험은 없지만

음악을 들으면서는 뜬금없이 눈물을 흘린 적은 여러번 있었습니다.

 

그러나 음악을 들으면서 흘리는 눈물은, 물론 작곡가들의 생가나 뮤지엄을 찾아다닌다고 헤메였던

추억도 생각나기도 하지만 음악전문가도 아닌 첼로가 작곡가와의 어떤 소통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저 아름답고 아련하고, 때로는 처절하고, 때로는 다이나믹한 멜로디가 마음 속으로 파고 들어

마음 속에 간직한 온갖 추억과 아지랑이처럼 피어 오르는 그리움과 함께

마음 속에서 슬퍼하기도 하고, 춤도 추며 기뻐하기도 하기 때문이 아니었는지...

 

 

 

 

 

 

 

음악이라는 것... 생각해 보면 무형의 예술이지요.

물론 악보도 있고 음반도 있지만 한번 연주되는 음악은,

더구나 여름 밤 야외에서 연주되는 음악은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무형의 예술... 연주되는 순간 멀리 멀리 우주 공간으로 사라져버리고,

다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을 뿐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ㅋㅋ.. 아니 마음 속에 영원히 존재하는...

 

미술이라는 것은 차라리 그림으로 남지요. 그래서 후대에

수백만, 수천만달러의 거금으로 거래되기도 하지만

음악.... 악보가 그렇게 비싸게 팔리고 있나요?  ㅋ

그나마 인쇄기술과 음반기술로 인하여 연주가 보전되어 이어지고 있지만

사실은 음악 자체는 무형이지요.

소리... 공중에서 흩어지고 사라져버리는... 소리...

누군가가 연주하지 않으면 그 음악은 존재 자체가 불분명해지고 없어지는...

 

그러나 듣고 공감했던 추억과 함께 영원히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진정 고귀하고 아름다운 무형의 예술....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 중의 하나로

이미 세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 날의 연주는 첼로에게는 최상의 연주였고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좀체로 앙콜을 받지 않는 것이 상례이지만 야외음악당이기 때문인지

열렬히 환호하는 객석에게 지휘자는 다시 나와

브람스의 항가리 무곡 1번을 선사하더군요.

이 곡 또한 첼로가 좋아하는 곡...

 

산 상에서의 아름다웠던 밤,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유진 올만디가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드볼작 교향곡 9번 "From The New World"가 흐르고

다니엘 바렘보임이 지휘하는 Berliner Philharminiker의

브람스의 Hungarian Dance No. 1이 이어집니다.
역시 유투브로 듣는 음향은 직접 듣는 것과는 전혀 달라서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