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몽크 투 바흐...순수하고 소박한 사람들...음악카페이야기

후조 2016. 1. 31. 09:04

 

 

 

인터넷 세상이 되면서 서울과 무척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예전에는 TV로 뉴스나 드라마를 보는 정도였는데 요즘에는 많은 블로거들 덕분에

서울의 어느 골목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시회나, 음악감상, 그리고

별난 이벤트들도 보면 그저 부럽기만 하답니다.

 

 

오래 전에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다가 문득 

옛날 옛날 옛 적에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은 아니지만 ㅎ)

클래식 음악감상실 '르네쌍스'라는 것이 있었던 기억이 나서

아직도 있나 검색을 해 보니 르네쌍스에 대한 많은 정보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요즘 음악(문화)평론가로 책도 내고 이름이 나고 있는

김갑수님의 <문득 돌아본 그 때 그 곳>이라는 고전 음악감상실 르네쌍스에 대한 글을 읽고

르네쌍스가 1987년 영원히 문을 닫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모든 음반들과 오디오들은 서초동 예술 자료원에 맡겨지고...

 

아마도 우리 세대 사람들에게 음악감상실이라면 르네쌍스가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돌체, 필하모니, 세시봉, 등도 있었지만...

 

"언제나 지친 표정의 주인장 박용찬선생이

드문드문 얼굴을 비치며 곡 해설을 했고 유일한 종업원 미스 양 누나가

걸레를 쥐어짠 듯한 원두커피를 무릎에 놓아주고 갔다.

걸레 짠 물을 마시며 베토벤, 브람스, 차이콥스키를 듣던 사람들은

식물처럼 조용하고 음울해 보이고 차림새가 우중충했다.

 

내 기억 속의 그곳은 세련된 문화살롱이 아니라

세기말풍 데카당스가 지배하고 있었다.

저 자는 도대체 뭘 먹고 살아갈까 싶은 인간이 뜬금없이 미국유학을 간다고 인사를 한다거나

대기업 취업소식을 전하면 멍한 기분이 들고는 했다.

세상을 버릴 듯이 심각한 표정을 연출했지만

또 어떻게든 살아갈 도리를 하고야 마는 방황기 인생들의 집합처,

르네쌍스는 막 성장통이 시작된 신생국의 청년들이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자아팽창,

자아 정체감의 혼란을 감당하지 못해 웅성이던 상징공간이었다.

 

생각해 보면 70년 대 우리나라 형편은 지금에 비해서 무척 어려웠고

청년들은 그다지 갈 곳이 별로 없었던 것같습니다.

위의 김갑수님의 표현대로 곳없는 젊은이들이 모여 음악을 들으며

지휘를 하기도 하고 세상의 온갖 고뇌를 다 지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그러한 곳에 첼로같은 소심한 범생은 한 두번 가 보고는 다시 가지 못했기에

기억할 만한 추억도 없습니다.

고작 간다는 곳이 학교앞 다방, 그 당시에 무척 멋지게 보이던,

유리 상자 안에 있는 DJ클래식 음악이나

당시 유행하던 팝송을 들려주던 다방이었거든요

다방 이름도 잊었네요.

 

 

 

 

다움 카페 음악정원에서 알게된 L

주말이면 신사동 어느 골목에 있다는 클래식 음악카페에서

해설이 있는 음악을 감상한다고 해서 그 옛날 르네쌍스에 대한 기억이 있는

후조가 작금의 음악감상실은 어떠한 곳인지 몹시 궁금하고 부러웠습니다.

서울에 나가면 꼭 가보리라고 생각했기에 오직 닷세 머무르는 짦은 일정이었지만

아리송한 이름의 음악카페에서 L님을 만나기로 하고 

택시를 타고 갔습니다올 해 들어 가장 춥다는 날...

 

택시에서 내리니 친근하게 다가오는 오래된 듯한 붉은 벽돌건물에

빨간색 현판이 눈에 얼른 들어왔습니다Monk to Bach, Music Cafe...

화살표가 지시하는대로 계단으로 이층으로 올라 가서

문을 가만히 밀었지요. 조심스럽게...

 

아담한 분위기의 어둑컴컴한 실내... 숨을 죽이고 들어서니

젊은 두 분이 깜짝 놀라시며 조금 당황하시는 듯...

미국에서 오신, 제가 예약한 시간보다 조금 빨리 왔네요,라고 인사하면서 보니

오후 2:30분 경인데 홀에는 아무도 다른 사람은 없었습니다.

어색한 분위기가 잠시 맴돌아서 사진을 좀 찍어도 되느냐고 묻고는 실내 사진을 찍고 있는데

두 내외분은 뭔가 분주하게 준비를 하시는 듯했어요.

 

 

 

잠시 후...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가 명스피커를 통해 홀에 울려 퍼지는 거예요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곡, 저의 프로필에도 사용했던 곡인데...

귀로는 음악을 들으며 사진을 계속해서 찍고 있는데

이런, 이런, 알렉산드르 보로딘의 현악 4중주도 나오고

쉰들러스 리스트의 주제음악이 나오고..

귀에 익숙한 음악들이 계속 흘러나오는 거예요.

 

속으로 너무나 놀라서 아니, 이 분이 어찌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아시지?

삼면에 빼꼭히 채워진 그 많은 cd들 중에서

어쩌면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곡들만 골라서 들려주는지

물어보지도 못하겠고 계속해서 그저 듣기만 하였습니다.

그동안 유투브에서 음악을 골라 포스팅에 올리기 때문에

유투브 음악의 음질에 익숙해진 무식한 첼로가 성능 좋은 오디오,

이름도 모르는 명 스피커를 통해서 들리는 음악은

마치 천상에서 들리는 음악처럼 황홀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돈을 아껴서 다른 것 보다는 먼저 음반을 사고

더 나아가서는 오디오 시스템을 될 수 있으면 좋은 것으로 가지고 싶어하지요.

그러다가 친구들이나 취미가 같은 사람들과 대화하며

차 한 잔을 마시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멋과 낭만을 누릴 수 있는

작은 공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그러나 그러한 꿈을 이루기에는 현실은 너무나 각박하기에

이루고 싶은 꿈이지만 그만 접어버리게 되지요.
이 글을 쓰면서 아는 후배한테 음악카페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도 미국에 오기 전에 이런 카페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부모님께서 적극 반대를 하셔서 하지 못했다고 못내 아쉬워하면서 부러워하더군요.

 


 


 

 

그런데 이번에 서울에서 가 본 몽투바(Monk to Bach)라는 음악카페의 주인장은

위에서 말한 르네쌍스를 기억하셨는지...

아니 어쩌면 르네쌍스를 가 보지 못한 젊은 세대일 것같네요.

 

아무튼 그가 잘 나가던 직장(은행)을 던져 버리고 신사동 어느 골목,

돌건물 이층 작은 공간에 음악카페를 차린 것은 200812...

 

그저 음악이 좋아서 은행에 근무하면서 자주 다니던 카페에서

가까운 분들에게 음악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너무나 좋아하는 그들의 반응을 보고 자신의 카페를 만들어

실컷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지극히 소박한 꿈을 가지고...

 

언제 그렇게 많은 음반과 오디오를 모았는지

오직 그 음반들과 오디오만 믿고 앞 뒤 계산도 없이 생활의 터전인 직장을 던져 버리고

사업으로는 누가 봐도 미래가 불투명한 것이 분명한 음악카페를 열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사업인데... 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이 어디 그렇게 녹녹한 것이던가,

신사동 사나이... 철이 없는 것인지, 순수한 것인지,

음악을 사랑하기 때문인지,

소박하고 욕심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모습만 보아도

주인장이 어떤 분인지 알 수 있을 것같았습니다.

 

커피나 티 한 잔을 마시며, 원하는 음악을 신청하면

2만여 장의 음반 중에서 빛의 속도로 찾아서 들려주는 주인장...

요즘은 와인도 있다고, 그래서 조금 수익이 나아졌다고 하더군요.

 

또한 매 주말마다 해설이 있는 음악감상과 영상감상 시간을 열고 있는데

이제는 제법 많이 알려져서 애호가들의 발길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성경과 모짜르트가 없는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없다"

그림의 시인, 마르크 샤갈은 말했다고 하지요?

음악으로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위로와 평안을 얻는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인데

취미가 직업이 되어버린 몽투바 주인장의 일상은 

결코 직업일 수가 없는, 어떤 사명을 감당하고 계신다고 여겨지더군요.

 

피아니스트인 아내 또한 피아니스트로서의 꿈을 접고

오직 곁지기의 꿈에 동참하고 있는 Mrs. 몽투바,

그녀의 고운 손길로 홀은 구석구석 아름답고 예쁘게 가꾸어져 있었습니다.

 

 

 

 

, 드디어 L님이 오시고 카페 회원이신 성악과 출신의 M님과

또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음악회는 모두 가서 보신다는 클래식 매니아 H님도

일을 마치자 마자 달려 오시자 저를 위해 준비하신 파티가 시작되었답니다.

케익, , 떡볶이, 그리고 커피와 무엇보다도 저를 놀라게 한,

기가 막힌 성능의 오디오에서 울려나오는 음악들은

L님이 제 포스팅 이야기를 얼마나 하셨는지

포스팅에 있는 음악을 미리 준비해서 들려주셨다는 거예요.

 

 

우리 모두가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스스럼 없이

화기 애애하게 담화를 하는 동안에도 음악이 나올 때마다

L님은 제 글 내용을 다 기억하고 있어서 저를 놀라게 하였습니다.

제가 무슨 작가도 아닌데...  제 글에 많은 위로를 받고 있다고

그토록 살뜰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마련하셨으니...

이 어인 사랑인지, 사랑의 빚만 잔뜩 지고 돌아왔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미세스 몽투바에게

음악카페에 대해서 포스팅을 해도 좋으냐는 허락을 받기 위해 카톡으로 연락하면서

카페에 대해서 좀 더 말해 달라고 했더니 이렇게 소박한 메세지를 보내 주시네요.

 

"저희가 딱히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라 멋지게 소개할 뭐가 없어요. ㅎㅎ

다만 오래 전 슈베르트가 그의 친구들과 그랬던 것처럼!!!

남녀노소 누구든~, 좋은 사람들이 모여 대화 나누고 우정도 쌓고

아름다운 음악과 예술을 향유하며 즐기는 곳,

그런 몽크투바흐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또 그렇게 될거라 확신하며 노력하며 살고 있네요.~~^^*"

 


 

가난하지만 친구들을 좋아했던 슈베르트와 슈베르트를 사랑한 친구들...

그들은 자주 어울려 교외에서 하이킹을 즐기기도 하고

친구들의 집이나 다른 어디에서나 자주 만나 연주도 하고 노래도 하고

때로는 시도 낭송하고 춤도 추고...

친구들은 이렇게 가난했던 슈베르트를 사랑했다고 합니다. 

그런 아름다운 모임을 슈베르티아데 Schubertiade라고 하지요.

Mrs. 몽투바, 그리고 카페 몽크 투 바흐는 그런 소박하고 아름다운 꿈을 가지고 있네요.


 



김갑수님은 1974년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문예반장 형을 따라

처음으로 르네쌍스에 갔었고

클래식 음악도 그 때 처음으로 접했다고 하네요.

1974년이면 제가 서울을 떠난 해인데...

 

 

거북이라 불리던 문예반장 형이 어떤 오후에

담배를 피우자며 종로통으로 이끌고 갔다.  르네쌍스였다.

맨 앞자리에 머리가 긴 청년과 조금 나이 먹은 어저씨 두 사람이

거센 에너지를 뿜으며 지휘를 하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곡의 흐름과 손동작이 착착 맞았다.

세상에 이렇게 멋진 곳이 있다니!

그때 나는 클래식 음악이란 걸 처음 들어봤다.

(중략)

 

그 시절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남들에게 들킬세라

숨죽여 꺽꺽 울었던 것은 다름아닌 나였다.

랭보의 뒤를 이을 조숙한 천재시인인지라 일찍 죽을 운명임에는 틀림없지만

절대로 대학에 들어갈 수 없는 학과성적이 서러웠다.

대책없는 가정불화는 끝이 없었다.

설움이 복받쳐 홀로 눈물을 철철 흘리던 음악감상실 속의 담배 피우는 까까머리 소년,

그윽하게 '죽음', '존재', 뭐 이딴 소리를 흩날리던 자가 열 일곱 살 고교 1학년생이었다니!

그 때 그 눈물의 사운드트랙이 브람스 4번 교향곡 1악장이었고

영원히 나만의 레퍼토리로 자리갑았다.

그 후 몇 십년이 흐르는 동안 취향도 기질도 신세도 변해갔지만

브람스를, 아니 클래식 음악의 손아귀를 벗어나 보지 못했다.

(중략)

 

 

지금은 문화평론가로 음악에 대한 서적도 내고

여기 저기 음악에 관련된 강의도 많이 하고 있는 김갑수님은

과거의 르네쌍스를 그리워하며 이렇게 말하고 있네요.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르네쌍스다.

괴로운 성찰과 벅찬 감동이 살아서 자아가 널뛰기하는 공간,

가격 대신 멋이, 능력보다는 진실이 존중받는 공간,

백년 이백 년 전 예술가의 고뇌를 오늘의 호흡으로 일치 시킬 수 있는 초시간적 공간,

지금 이 세상 어딘가에 르네쌍스는 없는가. 라고...

 

(http://pann.news.nate.com/info/254500952 김갑수님의 글,

<문득 돌아본 '그 때 그 곳'> 쓴 커피와 브람스 선율.. 60.70년대 문화한량들의'... 의 일부입니다.)

 

몽투바에 와서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 중에 먼 훗날

김갑수님같은 음악평론가가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첼로가 너무 오버하는 것인가요?

아무튼 첼로가 오지랍이예요. ㅎㅎ

 

 

 

 

 

몽크 투 바흐...

Monk to Bach인데 몽투바, 몽바라고 부른답니다.

강남구 신사동 564-9, 2층 카페 <Monk to Bach>

 

Monk 는 미국의 재즈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인 Thelonious Monk(1917 - 1982)를 지칭하며

그러므로 Monk to Bach는 재즈에서 바흐까지, 모든 장르의 음악이 있는 곳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매 토요일 오후에는 해설이 있는 음악감상 시간이 2시간 정도 있고

매 일요일 오후에는 영상으로 감상하는 시간이 있다고 합니다.

 

http://monkba.blog.me/ 여기를 열면 주말 음악감상 프로그램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 음악감상 프로그램

 

2월 6일 토요일 오후 4시 - 6시 30분: 조성진, 정경화, 정명훈 연주음반            

2월 7일 일요일 오후 3시 - 6시: 영상음악 감상회, 영화 "어느 예술가의 마지막 일주일"  (HD 한글자막)

 

아, 가고 싶네요. ㅋㅋ

 

 

신사동 어느 골목에서 자신의 소박한 꿈을 이루어가고 있는

참으로 소박하고 순수한 사람들...

신사동 그 사람노래가 있던가요?

 

 

 

 

Thelonious Monk "Round Midnight"의 연주 후에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Cello Suite No. 1 in G major를 미샤 마이스키가 연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