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너때문이야

이태리여행 마지막 날....밀라노에서...

후조 2016. 6. 6. 01:18






진작부터 비는 내리고 있었습니다


- 이정하 -


어디까지 걸어야 내 그리움의 끝에 닿을 것인지

걸어서 당신에게 닿을 수 있다면 밤 새도록이라도 걷겠지만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다 버리고 나는 마냥 걷기만 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도 그냥 건성으로 지나치고

마치 먼 나라에 간 이방인처럼 고개 떨구고

정처없이 밤길을 걷기만 했습니다.


헤어짐이 있으면 만남도 있다지만

짧은 이별일지라도 나는 못내 서럽습니다.

내 주머니 속에 만지작거리고 있는 토큰하나,

이미 버스는 끊기고 돌아갈 길 멉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걸어서 그대에게 닿을 수 있다면

그대의 마음으로 갈 수 있는 토큰하나를 구할 수 있다면

나는 내 부르튼 발은 상관도 안 할 겁니다.


문득 눈물처럼 떨어지는 빗방울,

그때서야 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아아 난 모르고 있었습니다.

내 온몸이 폭삭 젖은 걸로 보아

진작부터 비는 내리고 있었습니다.



*****











작년, 2015년 10월의 이태리 여행..

2012년의  2주간의 이태리 여행 이후 두번째의 여행이었는데

첼로 자신에게 선물한 가장 사치스러웠던,

그러나 사치스러운 만큼 결코 즐겁지는 않았던 여행이었습니다.

고급 호텔, 멋진 음식들은 역시 첼로의 체질에는 맞지 않았던 것같습니다.

편리하고 좋았지만... 왠지 남의 옷을 입은 듯,

더구나 인솔자의 조금은 무례한 행동들이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즐겁지는 않았기에 돌아와서 포스팅도, 사진도 별로 올리지 않은 것같습니다.


하기사 첼로가 개인적으로 누구의 구애도 받지 않는 여행을 주로 다니다 보니

단체여행이라는 굴레가 조금은 갑갑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을 제외하고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만남도 유익하였고

일생 다시 가 보지 못할 도시들...

잊지 못할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날...

밀라노에 있는 라 스칼라 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할 계획은 무참히 취소되고

대신 극장 내부를 관계자의 인솔로 투어할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행운이었습니다. 

오전에 극장 내부 투어를 끝으로 여행의 모든 일정이 끝나고

각자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 가운데

몇몇 일행들과 함께 밀라노 광장으로 나가 비둘기들도 보고

대성당 안에 들어가 비오는 광장을 내려다 보기도 하고...

저녁식사를 하고 호텔에 돌아 왔지만

마지막 날인데 호텔방에 있기에는 너무 아쉬웠습니다.









혼자서 우산과 카메라를 들고 호텔을 나와 밤길을 그저 마냥 걸었습니다.

시인의 말대로 이런 저런 생각 다 버리고... 그저 마냥...

 도심의 밤길을 헤메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세계적인 패션의 도시,

가장 비싼 브랜드를 파는 가게들이 있는 곳에

노숙자들이 비에 젖은 길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찰칵! 하고 나니 어찌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무섭던지

얼른 그 자리를 떠나버렸습니다.


언젠가 포스팅에 올린 것처럼 무숙자나 걸인 등

타운에 있는 그들을 돕지는 못 할 지언정 그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담아서

뭘 어쩌겠는가..라고 자책하는 마음에 절대 그런 모습을

첼로의 렌즈에 담지 않겠다고 결심을 한 적이 있는데

깜빡하고는 또... 에고...고..


이제와 생각해 보니 인적도 별로 없는 외국의 밤거리에서

얼마나 무모했는지... 아찔합니다.










비는 그치지 않고 날은 어두워지고...

가게의 문들도 닫히고

터덜터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우산은 들고 있었지만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 새 몸이 젖어 있었습니다.


수개월이 지나고 다시 사진을 보노라니

밤길을 헤메이던 첼로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움도, 서글픈 마음도, 사진도,

모두 모두 흔들리던 밤이었습니다.



****







 







에바 캐시디가 부르는 "I Know You by Heart" 입니다.

멀리 있어 가끔 안부나 묻는 친구가 참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멀리 있어도 항상 마음 가운데 있는 친구,

 I know you by heart....





Midnights in winter
The glowing fire
Lights up your face in orange and gold
I see your sweet smile
Shine through the darkness
Its line is etched in my memory
So I'd know you by heart

Mornings in April
Sharing the secrets
We'd walk until the morning was gone
We were like children
Laughing for hours
The joy you gave me
Lives on and on
'Cause I know you by heart

I still hear your voice
On warm summer nights
Whispering like the wind

ohhh, ohhhh, ohhhhh, ohhhh
You left in autumn
The leaves were turning
I walked down roads of orange and gold
I saw your sweet smile
I heard your laughter
You're still here beside me
Everyday
'Cause I know you by heart
'Cause I know you by he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