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곤돌라
제가 개인적으로 유럽여행을 하는 것은 가 보고 싶은 곳을 찾아다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1년 2주간의 이태리 여행도 오페라 기행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이태리의 3대 오페라 작곡가인
베르디, 푸치니, 롯시니를 찾아다녔고 만토바의 리골레토 동상, 베니스의 비발디, 라 페니체 극장,
밀라노의 라 스칼라극장, 베로나에서의 오페라 나부코와 라 보헴 관람.. 등등 음악기행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사진을 한다고 사진찍으러 다니는 여행을 하느라 음악기행을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아직도 음악기행의 꿈은 포기하지 않고 있었는데 마음에 꿈을 담고 있으면 이루어지는 날도 있는 것인지,
최근에 사진때문에 알게 된 선배가 그동안 지휘자이며 성악가이신 분한테 매달 오페라에 관한 강의를 듣다가
그 지휘자님이 드디어 처음으로 10월에 오페라의 본 고장 이태리에서 오페라를 관람하는 투어를 계획하여
20여명의 회원들과 함께 10월 초에 떠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예약을 마쳤다고 해서 전혀 갈 것은 생각하지 않았는데 곰곰 생각하니
그런 기회가 또 있을 것같지도 않아서 혹시 이제라도 함께 갈 수 있는가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하였더니
마침 예약을 취소한 사람이 있어서 가능하다고...ㅎ 제가 갈 수 있으면 사진도 같이 찍고 너무 좋겠다고 합니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부터 다시 마음이 떨리면서 갈등이 생기더군요. 정말 갈까?
비용도 만만치 않고 아는 사람도 한 사람뿐이라 낯선 사람들과의 단체 여행을? 에이, 그만두지,
이태리를 2주나 여행을 했었는데 더 이상 욕심은 허영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그래도 이런 기회가 일생 언제 다시 오겠나 싶어서 to be or not to be의 고민을 끝내버렸습니다.
여행일정을 이메일로 받고 보니 거의 가 본 곳이고 Bologna와 Parma만 가지 않은 곳이지만
다섯 편의 오페라 관람을 하는 오페라 투어...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관람할 오페라를 유투브에서 찾아 보기도 하며 여행준비에 돌입하였지요.
유럽여행은 충분히 공부를 하고 가면 그 만큼 더 많은 것을 즐길 수 있기에
지난 2011년의 이태리 여행기들을 들춰보면서 이번 일정과 함께 대조하며 예습에 들어갔습니다.
블로그에 여행기를 올리지 않았다면 다 잊혀졌을텐데...
새삼 블로그의 고마움을 느끼고 있답니다.
베니스의 라 페니체 극장 Teatro La Fenice
10월 2일 엘에이 출발해서 3일 베니스에 도착하여
4일 베니스의 라 페니체 극장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관람하는 것으로 여행이 시작됩니다.
물의 도시 베니스의 라 페니체 극장은 19세기 오페라의 전성시대를 맞아
베르디, 롯시니, 벨리니, 도니제티 등의 오페라 초연을 세기가 지나도록 감당하여 온 대표적인 오페라 극장이지요.
이 극장은 세 차례의 화재를 겪고 오늘 날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1774년의 첫 번째 화재를 당하여 18년 뒤인 1792년에 다시 오픈하였고
1836년의 두 번재 화재를 당했을 때는 곧 바로 일년 내에 복귀가 되었지만
1996년에 세 번째 화재는 복구기간이 오래 결려서 2004년 11월에야 하였다고 합니다.
지난 번에 갔을 때는 시즌이 아니어서 이렇게 외부 사진만 찍었는데
이번에는도착한 다음 날인 4일 베르디의 대표적인 오페라 "춘희" (La Traviata)를 관람한다고 합니다.
베르디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동백꽃 여인'을 기초로 하여 작곡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1852년에 작곡하여 이곳에서 두번 째 화재 후인 1853년 3월 6일에 초연되었다고 합니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초연한 극장에서 관람한다니...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공연된 유럽의 오페라도 <라 트라비아타>라고 하네요.
1948년 "춘희:동백 아가씨"라는 제목으로 김자경 오페라 단장이 춘희 비올레타 역을 하였다고 합니다.
1853년 3월 5일 라 페니체 극장에서의 라 트라비아타 초연 프로그램 (image from Wikipedia)
베니스에는 라 페니체 극장 뿐만 아니라 비둘기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산 마르코스 광장에는
수백년을 이어 온 전통적인 카페와 안토니오 비발디가 30년 이상 고아들을 모아 만든 오케스트라를 위해
작곡하며 연주를 했던 La Pieta 피에타 성당도 있고 가면무도회가 유명하여 광장에는 가면을 파는 행상들이 있고
무엇보다도 이곳에서 3일간 숙박하는 일정이라 여유롭게 석양의 곤돌라 사진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1박을 하였거든요. 그래서 항상 다시 가고 싶었던 곳입니다.
이 광장에는 4곳의 유명한 카페가 있는데 플로리안 카페는 1720년에 오픈된 이태리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라고 합니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 독일의 괴테도 이곳을 즐겨 찾았고 작곡가 브람스도 베니스에 올 때마다 매일 오전 같은 시간에
이곳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셨다고 하며 우리가 바람둥이로 알고 있는 카사노바가 정치적인 문제로 잠시 투옥되었을 때
이곳의 커피가 그리워 탈옥하여 제일 먼저 이 카페에 와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사라졌다고 하지요.
믿거나 말거나... ㅎㅎ .. 입니다. 구글해서 알아 낸 것이지만요.
Teatro Communale di Bologna (image from Wikipedia)
6일 베니스를 떠나 특급열차로 볼로냐 Bologna (이곳을 가 보지 않은 도시)로 가서 다음 날 7일
Teatro Communale di Bologna에서 세익스피어의 희곡 Macbeth 맥베스를 베르디가 오페라로 작곡한
오페라 "맥베스"를 관람합니다. 이 오페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학창시절 공부했던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인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이기에 내용이나 조금 알 뿐
자세한 것은 기억도 가물거릴 뿐입니다. 무식이 통통...ㅋㅋ
베르디의 열번째 오페라이며 세익스피어를 존경했던 베르디가
첫번째로 세익스피어의 희곡으로 작곡한 오페라 맥베스...
베르디는 가난했던 시절 자기가 음악공부할 수 있도록 적극 후원해 주고
그의 딸과 결혼하게 해 준 장인 안토니오 바레치에게 헌정했습니다.
권력에 집착하여 주위의 모든 대적자들을 죽이고 결국은 자신도 폐먕하는 이야기...
이 세상이 존재하는 한 권력에 대한 집착이나 투쟁은 영원하겠지요.
이렇게 볼로냐에서 2박을 하고 8일 다시 특급열차로 베로나에 가서 1박을 하지요.
만토바에 있는 '리골레토의 집' Casa di Rigoletto'
베로나에서 1박을 하고 9일 Parma에 가는 길에 만토바를 들린다고 합니다.
왜냐면 파르마에 9일 도착하여 10일에 베르디의 고향인 부세토로 가서
오페라 <리골렛토>를 관람할 예정이거든요.
만토바에는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항상 변하는 여자의 마음...'이라는 아리아,
"여자의 마음"으로 친숙한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렛토>의 동상이
만토바의 Casa di Rigoletto 리골렛토의 집이 있다고 해서
저희도 찾아갔었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정원에 리골렛토의 동상만 있더군요.
그런데 만토바의 리골레토의 집은 우리에게는 결코 잊지 못할 추억이 있는 곳입니다.
리골렛토의 동상을 본다고 잠간 차에서 내린 사이 곁지기는 주차장을 찾다가 그만 길을 잃고
거의 두 시간만에 돌아 왔거든요. 집 앞에서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망부석이 될 뻔 했던 기가 막힌 경험을 했던 곳이 거든요. ㅋㅋ
여행 중에 다시는 절대 떨어지지 않겠다고... 어디를 가든 꼭 함께 가겠다고...ㅋㅋ
부세토도 이미 가 본 곳이지만 베르디 생가가 있는 곳으로
베르디 광장에는 베르디의 동상이 있고 동상 뒤에 오페라 하우스가 있지요.
9일 Parma 파르마에 도착하여 다음 날 10일은 베르디(1813.10.10- )의 생일날인데
부세토의 베르디 오페라 하우스에서 오페라 <리골레토>를 본다고 합니다.
이태리에서 10년 이상 살았다는 지휘자는 이런 것들까지 감안하여 스케쥴을 짠 것같습니다.
다음 날 (11일)에 Parma의 오페라 극장 Teatro Regio in Parma에서
Verdi의 오페라 오셀로를 Othello를 관람하고 다시 일박을 합니다.
오페라 <오텔로>는 세익스피어의 희곡을 기초로 아리고 보이토가 대본을 쓰고
베르디가 1880 -1886년에 작곡하여 오페라 아이다를 작곡한 후 16년의 침묵을 깨고
73세에 발표하여 1887년 2월 5일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된 오페라이지요.
그리고 12일에 파르마에서 밀라노로 가서 다음 날 13일에 라 스칼라 극장에서 아리아 '남 몰래 흘리는 눈물'로
너무나도 유명한 가에타노 도니제티 (Gaetano Donizetti,1797-1848)가 작곡하여 밀라노의 카노비아 극장에서
1832년 5월 12일에 초연되었던 오페라 "사랑의 묘약 L'Elisir d'amore"을 초연했던 같은 날에 관람하는 것으로
여행은 끝나고 다음 날 밀라노에서 엘에이로 돌아오는 일정입니다.
이번 여행에 푸치니와 롯시니의 오페라가 빠진 것이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충분히 알찬 여행일 것을 가슴 벅차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베르디가 작곡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여주인공 비올레타가
순박한 시골청년인 알프레도가 사랑을 고백하고 떠나자 그 때는 알프레도의 고백을 비웃었지만
그의 진정한 사랑을 뒤늦게 깨닫고 부르는 아리아, "아, 그대였던가, Ah, fors` è lui 를
전설적인 소프라노 레나타 테발디 Renata Tebaldi(1922-2004)가 부르고
이어서 마리아 칼라스(1923-1977)가 부릅니다.
(음악 위의 사진은 베르디가 유산을 남겨 만들어 놓은, 밀라노에 있는 '음악가의 집'입니다.
이곳에 베르디와 그의 두번째 아내 주세피나의 무덤이 있습니다.)
20세기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천상의 목소리, 천사의 목소리로 최고의 명성을 누리던 레나타 테발디와
한 살 차이의 오페라의 여신, 세기의 디바로 숱한 염문으로 뉴스를 장식했던 마리아 칼라스와의 불꽃 튀기는 듯한
경쟁관계는 이미 다 알려진 일이지요. 그러나 그러한 라이벌 관계는 어쩌면 경쟁사들과 열렬 팬들의
조작일 수도 있다고 하는데 어쨋든 나중에 테발디가 먼저 손을 내밀어서 화해를 하였다고 합니다.
한편 마이라 칼라스는 숱한 염문을 일으키다가 54세의 아까운 나이에 생을 마감했고
레나타 테발디도 54세에 은퇴를 하고 밀라노에서 거의 30여 년의 여생을 지내다 2004년에 82세의 나이로
갔지만 음반으로 이렇게 남아 그들이 구가했던 전성기를 잊지 않게 하고 있네요.
둘 다 세기의 전설적인 소프라노였는데 적어도 이 노래에 있어서는 칼라스 보다는
테발디의 목소리로 듣는 것이 훨씬 좋다고 여겨집니다.
"아, 그 사람인가, 그 사람인가
내 마음을 이렇게 뒤흔드는 이
사랑의 고민 속에 사로 잡는 이
내 맘을 산란케 하는 이가
그이였던가, 그이였던가,
상냥한 그의 음성이
사랑을 속삭이고 나를 위로했네
그대가 내 영혼 모두 빼앗아갔네
내 가슴 깊은 사랑의 궁전에
그이로 가득찼네, 오, 그대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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