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이미 올린
"부세토로 가는 길에서 만난 황혼...베르디를 찾아서"의
다음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세토로 가는 길에서 만난 황혼의 아름다움에 넋이 나간듯 흥분하였다가
호텔 "이 두 포스카리, I due Foscari" 에 들어섰을 때
호텔 안이 온통 베르디의 그림이나 동상으로 치장되어 있는 것에 또 한번 놀라고
호텔 페티오에서 마치 영화 "God Father"의 한장면을 연상케한
늦은 저녁식사를 하면서...내내 꿈을 꾸고 있는 것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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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음 날을 위해 부세토의 밤을 설레임 속에서 지내고
아침에 일어나 니 이 호텔이 바로
이태리의 유명한 테너 카를로 베르곤지(Carlo Bergonzi, 1924 - )의 생가이며
그가 주인인 호텔 "I Due Foscari" 였습니다.
"이 두에 포스카리"는 "포스카리 가문의 두 사람"이라는 베르디의 오페라 이름입니다.
아, 그래서 벽에는 온통 베르디와 베르곤지의 사진들이 있었음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정말 예상하지 않은, 책에서만 읽고 알았던 호텔에서 일박을 하였으니
이태리 여행에서 금상첨화...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베르디 광장을 찾아 간다고 호텔을 나섰더니
호텔 앞이 바로 베르디 광장이었습니다.
전날 밤 늦게 광장 뒷쪽으로 도착하였기에 미쳐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베르디 광장을 바로 앞에 두고 찾아 나섰으니...무식한 트리오가 좀 어리벙벙했었지만
이태리의 아주 작은 도시인 부세토...베르디의 고향...
베르디의 동상 뒤 시계탑이 있는 건물이 베르디 가극장입니다.
이 극장은 베르디가 극장 건축에 1만 리라를 기부해서 1867년에 건축되어서
개관식때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가 공연되었다고 합니다.
극장 안의 가장 좋은 좌석을 베르디 전용 좌석으로 내주었는데
베르디는 생전에 이 극장에 온 적이 없다고 합니다.
베르디 가극장 앞에는 베르디의 동상이 있었습니다.
베르디가 바라다 보고 있는 광장 저편에는
베르디의 첫번째 아내의 아버지(장인)이자 베르디의 후원자였던
바레치(Antonio Barrezzi)가 살던 집(Casa Barrezzi)이 있었고
그 집 앞에는 과일, 옷, 등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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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의 장인이자 음악 후원자였던 안토니오 바레지의 집
베르디가 바레치의 딸 마르게리타와 결혼식을 올린 산 바르틀로메오 교회
베르디는 부세토의 인근 농촌마을인 론콜레에서 태어났고
그의 부모는 그가 어릴 때 부세토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작곡 레슨을 받았으며 이곳의 상인이며 음악애호가였던
안토니오 바레치의 후원으로 20세에는 밀라노에 가서
음악공부를 하다가 1830년 대에 다시 부세토에 와서 음악을 가르쳤는데
이 때 바레치는 베르디를 그의 딸 마르게리타의 음악선생으로 초빙을 하였고
그들은 곧 사랑하게 되어 1836년에 결혼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이듬해 낳은 딸이 1838년에 죽고 다시 1838년에 낳은 아들이 1839년에
연이어 죽자 심히 상심하던 차에 아내인 마르게리타마저 1840년 26세의 젊은 나이에
뇌염(encephalitis)로 사망하자 베르디는 슬픔 속에서 나날을 지내며
작곡에 대한 의욕도 잃고 좌절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베르디가 재기하게 된 오페라 <나부코>를 관람한 이야기는
다음에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베르디광장을 둘러본 후 우리는 베르디의 생가가 있는 론콜레로 가기 위해
시내를 벗어나기 전에 베르디의 박물관(The National Giuseppe Verdi Museum)에 들어갔습니다.
이곳에는 베르디에 관한 모든 것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특히 그의 수 많은 오페라들의 무대장치나 의상들이 각 방에 전시되어 있었고
작은 연주실도 갖추고 있었고
첫번째 아내 마르게리타와 함께 연주하던 그랜드 피아노도 있고
바레지와 마르게리타와 두번째 아내 조세피나의 사진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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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나와서 베르디의 생가가 있는 론콜레를 찾아가는데
GPS가 있었지만 시골길에서는 한참을 헤메였습니다.
농촌길이라 인적도 드물어 누구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겨우 겨우 찾아서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베르디의 사진을 담은 큰 포스터가
우리를 맞이합니다.
낯선 땅을 안내자도 없이 헤메였던 것을
포스팅을 올리면서 지금 생각해도...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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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는 농촌마을 론콜레의 이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낫'이라는 뜻의 '론콜레'라는 말대로
그 당시에는 몇 채의 대장간과 농가가 있던 조그마한 마을에서
그의 부모는 식료품상겸 여관을 경영하고 있었습니다.
떠돌아다니는 거리의 악사들이 주막같은 이 집을 자주 드나들었는데
그들은 베르디의 아버지에게 아들이 태어나면 축하하러 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베르디가 태어나자 약속대로 그들이 와서 세레나데를 연주해 주었다고 합니다.
그의 부모는 음악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는데
베르디의 음악적인 소질은 아마도 이 악사들한테서 물려 받은 것인지,
지금도 이렇게 작은 시골인데 200년 전 당시는 어떠했을까,
이런 시골에서 어떻게 그런 대음악가가 나올 수 있는지..
이런 저런 생각이 마구 스쳐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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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추한 생가를 그대로 보존하여 방문객에게 오픈을 하는데
우리가 그곳에 도착한 시간이 점심시간이었는지
문이 닫혀있어서 창문으로 들여다 보며 사진만 몇장 찍었습니다.
생가 앞에 있는 흉상은 그의 탄생 100주년 때인 1913년에 제막된 것이라고 합니다.
1963년에는 '론콜레'를 "론콜레 베르디(Roncole Verdi)"라고 마을 이름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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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콜레에서 조금 떨어진 산타 아가타에는 베르디가 35세 때부터 말년을 지냈던 농장
빌라 베르디(Villa Verdi)가 있는데 이곳에서 두번째 결혼한 아내와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고향인 론콜레와 부세토 사람들은 첫번째 아내와 후원자였던 장인을 생각하여
베르디가 주세피나와 결혼한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배타적이어서
그들은 말년을 숨어지내다 시피 외롭게 이 농장에서 지냈다고 합니다.
그러나 7헥타르나 되는 이 농장에서 종일 밭일을 하거나
새벽에는 숲으로 사냥을 나가기도 하면서
이곳에서 오페라 "리골레토", "오텔로", "아이다" 등 명작을 작곡했습니다.
또한 베르디는 어린시절 고향 론콜레의 집에 자주 찾아오던 악사 한사람을
잊지 못해서 말년에 그를 찾아내어 이곳 아가타 농장에서 살게 했다고 하는데
그 악사는 일찍이 베르디의 음악성을 발견하여 그에게 음악을 하도록
베르디의 아버지를 설득했다고 합니다.
그 은혜를 잊지 못하고 노(老)악사를 말년에 대우하였다고 하니
베르디의 인간성이 참으로 따뜻하였는가 봅니다.
이 집에 도착했을 때가 1시경이었는데 이 집도 문이 모두 닫혀 있어서
벨을 누르니 인터폰으로 3시에나 문을 연다고 무뚝뚝하게 말을 합니다.
베르디와 주세피나가 살던 모습 그대로 보존되었다고 하는데
아쉽지만 들어가지는 못하고 밖에서 사진만 찍고 갈길을 재촉하였습니다.
부세토와 그 일대는 과연 베르디의 왕국이라고 할 정도로
밀라노에 있는 베르디의 무덤만 제외하고 그 외 베르디에 관한
모든 것이 있었습니다.
베르디 광장, 베르디 가극장, 베르디 박물관,
베르디 생가, 베르디의 농장, 등등...
여행 순서대로는 아니지만 베르디에 관한 포스팅으로
"만토바에서 생이별 할뻔한 이야기"와
밀라노의 "음악가의 집"과 베르디의 무덤에 관한 이야기
"아 그대였던가?"를 참조해 주시고
다음 포스팅은 베로나의 아레나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를
관람한 이야기를 올리겠습니다.
베르디의 오페라 "포스카리 가문의 두 사람, I Due Foscari"는
바이런의 희곡을 피아베가 각색한 것으로
1844년 11월 3일에 로마에서 초연된 오페라인데
자식에 대한 애틋한 아버지의 사랑을 그린 비극적인 작품입니다.
총독인 아버지와 살인 누명을 쓴 아들...
총독이지만 아들을 봐 줄수 없는 아버지의 심정,
남편을 구해달라고 시아버지에게 부탁하는 며느리...
그러나 끝내 아들을 구해주지 못하고 아들은 추방될 위기에 있다가
진짜 범인이 나타나지만 아들은 이미 심장마비로 죽고
총독의 자리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도 심장마비로 죽는,
비극적인 내용인데 이 모든 것은
아버지 총독의 정치적인 적(敵)의 흉계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아, 악한 세상이여....
2012/07/0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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