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올리는 글이지만
블로그는 적어도 제게는 종합예술로 여겨집니다.
글과 사진과 음악이 함께 아울어지는...
그 중에서도 음악을 선곡하는데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아무리 글과 사진이 준비가 되어도 마땅한 음악이 생각나지 않으면
포스팅을 하지 못하고 기다릴 때도 있거든요.
우리네 인생이 6, 70년, 길게는 8,90년 이상도 사는 세상이 되었으니
짧다면 짧지만 길다면 긴 인생이지요.
그러한 인생이 짧든지 길든지 너무나 허무하기에
사람들은 우리네 인생을 한편의 연극과 같다고 하지요.
어떤 역을 맡든지 자기 역을 마치면 무대에서 사라지는...
그런데 저는 우리네 인생을 한편의 교향곡에 비교해 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교향곡이 4악장으로 되어 있고 협주곡이나 소나타 등은 3악장이지만
제가 좋아하는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처럼 2악장까지만 작곡된 것도 있고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처럼 5악장인 것도 있습니다.
또한 대개의 교향곡에서 처음과 마지막 악장은 빠르고 다이나믹하지만
대부분의 2악장은 느리고 서정적으로 감미롭고 아름다운 악장이지요.
Adagio, Andante, Andantino, Allegretto, Lento, Largo, Larghetto, 등등...
물론 문학수님의 저서 <아다지오 소스테누토>의 모델곡인 베토벤의 '월광소나타'는
1악장이 아다지오 소스테누토인 것처럼 예외라는 것은 언제나 존재하지요.
그러나 어찌하든 대부분의 2악장이 아름다운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이 2악장을 좋아하기 때문에 음악에서 2악장 만을 모은
카라얀의 <Adagio>라는 음반이 나오기도 한 것같습니다..
아마도 작곡가들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슬픈 사랑과 이별, 그리움, 연민, 외로움 등을 모아
그토록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2악장을 작곡하는 것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저 자신도 다움의 음악정원과 조선닷캄에 글을 올리면서
음악을 선택할 때는 2악장을 선택하는 때가 많습니다.
그만큼 2악장 아다지오는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들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황금기를 말하기도 하는 것같습니다.
그런데 늙어간다는 것,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참으로 서글픈 일입니다.
나이들면서 주위에 있던 사랑하는 사람들이 불치의 병을 앓기도 하고
때로는 영원히 떠나 보내야 하기도 하고,
그리함으로 남은 자들은 모든 관계에서 멀어져 가고
그러다가 잊혀지고...
기쁨은 메말라가고, 슬픈 감정 조차도 무디어져가고,
더 나아가서는 사랑하는 사람도 알아보지 못하기도 하고...
그러므로 늙어간다는 것은 어쩌면 죽음보다 더 슬픈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대학교수로 한참 바쁘게 강단에서 제자들을 키우고 있는 조카가
학회 참석차 이곳에 와서 학위를 딴 모교에 가서 은퇴한 노교수를 만난 소감을 말하는데
이제 늙어서 자기를 가르칠 때의 그 당당함도, 권위도 찾아볼 수 없고
그저 작은 사무실 하나 아직 차지하고 있는 것도 감사하게 여기는 모습이 너무 슬프더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조카도 사랑하는 어머니가 암 수술 후 후유증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기에
더욱 마음이 착잡했을 것입니다.
또 얼마 전에는 큰딸이 자기를 가르치던 은퇴한 교수가 치매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딸의 지도교수였던 미국인 교수, 딸의 결혼식 리셉션 때
페백을 드리기 위해 전통한복을 입은 신랑신부의 모습을 보고
너무나 아름답다고 감탄을 연발하던 교수였는데...
천재적인 음악가들 중에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불운한 음악가들이 많지요.
슈베르트가 그렇고, (11월 19일이 그의 짦은 인생을 마감한 날이었지요)
모짜르트, 쇼팽, 등등.. 그리고 아래 드볼작의 첼로 콘체르토를 연주하는
세기적인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프레 (Jacqueline du Pré, 1945-1987)도 불과 42세의 나이에
유명을 달리해서 이제는 전설적인 첼리스트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예술가들의 예를 들자면 단명한 화가들도 얼마나 많은지...
언듯 기억되는 빈센트 반 고흐도, 에곤 쉴레도 그렇고...
고흐의 그림을 보거나 쉴레의 그림을 보면서도,
쇼팽의 피아노 콘체르트를 들으면서도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를 들으면서도,
모짜르트의 레퀴엠을 들으면서도...
그들의 슬프고도 짧은 생애를 생각해보면
그렇게 슬프고 고독하게 살아야 그런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는지,
훌륭한 예술가들은 단명해야 하는가...라는 명제로
항상 가슴이 아립니다.
그들은 모두 숫자적으로도 2악장에 삶을 마감한 것이겠지요.
그래도 얼마전 타계한 "별들의 고향"의 최인호 작가는 70을 눈 앞에 두고 떠났으니
숫자적으로야 그다지 안타깝다고 여겨지지는 않는 나이이지만
'환자로 죽지 않고 작가로 죽고 싶다'는 그의 말을 생각해보면
그도 2악장에서 삶을 마감하고 싶다는 의미였을 것같습니다.
요즘 사진에 미쳐있는 것을 잘 아는 산호세에 사는 고향 후배가
자꾸만 사진 찍으러 다녀가라고 해서...그렇잖아도 어딘가 떠나고 싶던 차에
지난 주말 샌프란시스코에 다녀왔습니다.
후배는 태평양을 따라 17마일이 너무나 아름다운 몬테레이에도
저를 데리고 가고 싶다고 했지만
저는 금문교 주변에서만 사진을 찍겠다고 했습니다.
그곳은 다음 기회에 가기로 하고...
그러므로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금문교로 달려갔고
시내에서 식사를 하는 등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가 되면서 금문교로 다시 갔습니다.
주차장에서 수십개나 되는 계단을 내려가서
금문교 다리 아래에서 황혼의 아름다운 금문교를 렌즈에 담는다고
서편 하늘이 붉게 물들기를 기다리다가 언듯 뒤를 돌아보니
금문교 반대편에서 보름달이 환상적으로 아름답게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바다 갈매들은 왜 그리 많이 날고 있는지...
보름달을 보자, 어머나, 어머나, 어쩌면, 이렇게....
그 때부터 저는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가슴이 얼마나 통통 튀는지...
이 아름다움을, 이토록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거야,
이 많은 새들은 어떻게 다 렌즈에 담지?
노출을 어떻게 하지? 셧터스피드는? 어머나, 어떻게 해, 어떻게 해...
f-stop, iso, shutter speed, 등등 어떻게 맞추었는지도 모르게 마구 눌러대는데
사진은 왜 이렇게 뿌엿게만 나오는지...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사진, 숨가쁘게 변하는 빛을 따라
무엇을 어떻게 렌즈에 담느냐에 따라 아름답고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우리는 얼마나 많은 멋진 순간들을 놓치고 있는지...
그 사라져가는 빛의 순간들이 안타까워 어찌할 줄을 몰랐습니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마자 어디로 간다는 말도 없이 사라져버진 저를 찾느라
걱정할 후배가 염려되면서도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사진동료랑 같이 갔더라면 시각을 다투는 일이더라도
이것 저것 물어보면서 좀 더 침착하게 찍었을텐데... ㅋㅋ
다음날에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갔지만
구름이 끼고 흐려서 전날같은 아름다운 달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ㅋㅋ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출사도 경험인 것같습니다. 휴.....ㅋㅋ
서쪽으로 붉게 물든 하늘...금문교 사진도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수백장 찍은 사진 중에 그래도 조금이나마 이렇게 선을 보입니다.
먼 훗날 제가 조금 더 잘 찍을 수 있을 때는 웃으면서 이 날을 기억하겠지요.
정말로 잊을 수 없는 날, 환상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숫자로만 계산한다면 제 인생이 이 황혼처럼 지금쯤 3악장이나 4악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저는 지금 제가 좋아하는 2악장을 살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다가
2악장에서 삶을 마감하고 싶다는...ㅋㅋ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ㅎㅎ
더구나 이 나이에 사진을 배운다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사진에 대해
성장통을 앓고 있으니 아직 2악장일 수 밖에.... ㅋㅋ
제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전적으로 시간을 할애해준 사랑스러운 후배는
종달새 마냥 학창시절이야기로 꽃을 피웠습니다.
사랑의 빚만 잔뜩 지고 돌아오면서
이렇게 귀한 "인연"이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넘쳤습니다.
고마워, 후배!
감사의 달, 2013년 11월에...
Antonin Dvorak(1841-1904) Cello concerto in B minor, Op. 104, Adagio ma non troppo
드볼작의 첼로 협주곡 2악장을 재클린 뒤 프레가 연주하고 이어서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울 토니 베넷이 부릅니다.
일생에 한번은 가 보고 싶어한다는 세계적인 美港, 샌프란시스코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노래가 있지요.
샌프란시스코에 가려면 머리에 꽃을 꽂으라는 "If you go to San Francisco..."라는 노래와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가 있는데 아무래도 두번째 곡을 더 좋아합니다.
사랑하는 연인을 샌프란시스코에 남겨두고 빠리로, 로마로, 맨하탄으로 방황하며 다니다가
아침에는 안개가 끼고 바람이 불고 전차가 하늘 높이 올라가는, 사랑하는 연인이 기다리는,
황금빛 태양이 비추이는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에 돌아간다는 노래...
San Francisco에 두고 온 사랑하는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없으면서도 학창시절부터 무척 좋아했던 노래입니다.
2013/11/2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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