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시나요?"라는
프랑스와즈 사강의 소설이 있고 그 소설을 원작으로한 영화도 있지요.
그런데 다움의 어느 블로거님의 글에
"라흐마니노프를 좋아하셔?"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아마추어 화가이며 작가이다 싶은 기사(騎士)님인데
아마도 은퇴하시고 어디선가 편의점을 하시면서 매일 매일 소소하게
가게 안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얼마나 맛깔스럽고 재미있게 쓰셔서 올리시는지
읽으면서 혼자 낄낄 웃기도 한답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다운로드 받아서
편의점 가게에 틀어 놓은 어느 날
검정 눈 진탕을 묻힌 큰 등산화같은 신발을 신고 가게에 들어오면서
쉰 목소리로 내 뱉은 어느 고객의 말, "라흐마니노프를 좋아하셔?"
1년 가까이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2시면 찾아오는 고객, 사 가는 것은
베이지 밀 한병과 디스 플러스 한곽과 딸리 맛 웨하스가 고작인 고객,
긴 머리에 남루한 옷, 때가 낀 3센티 이상 긴 손톱...
더구나 전혀 아무 말이 없던 그러한 고객의 입에서
뜬금없이 "라흐마니노프를 좋아하셔?"라고 1년 만에
말문이 터져 나온 말이니 얼마나 놀라웠겠어요?
그래서 물건을 사가지고 나가려는 그에게 기사님이
"그동안 왜 말씀이 없었어요?"
"라흐마니노프를 틀어놓지 않았으니까"
라고 답을 하더라는...
이렇게 구구한 설명을 하는 것은 오늘 밤 오랫만에 할리웃볼에 가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듣고 온 감격 때문입니다.
할리웃 볼에 대해서는 여러번 포스팅을 했기에 자세한 것을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어쩌다 보니 거의 3년만에 가 본 할리웃 볼은
그동안 리모델을 했는지 화장실을 아주 많이 만들었고
곳곳에 식당, 와인 바, 등을 만들어서 한결 새롭고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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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온라인에서 사도 되지만 사진을 찍고 싶어서
며칠 전 낮에 가서 표를 파는 창구에서 표를 사면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공연 때에는 물론 사진 촬영은 엄금이지요.
오늘의 레퍼토리
George Gershwin(1898-1937): Cuban Overture
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 2 in C minor
Adam Schoenberg: Bounce (West Coast premiere)
Gershwin: Porgy and Bess: Symphonic Picture
Pianist Daniil Trifonov in Busko-Zdrój, July, 2012
(image from Wikipedia)
물론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1991년생 젊은 피아니스트, Daniil Trifonov가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었습니다.
이름도 생소하지만 출생지인 Nizhniy Novgorod도 생소해서 검색해 보니
러시아의 북서부에 있는 도시로 니즈니노브고로드 주의 주도라고 합니다.
아무튼 러시아 출신의 다닐 트리포노브는
2010-11년 시즌에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쇼팡 피아노 경연대회에서 3등,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루빈스타인 경연대회에서 1등,
러시아 모스코바에서 열린 차이코프스키 경연대회에서 1등과 그랑프리 상을 받았고
2011-12년 시즌 부터 2012-13년 시즌에 세계적인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고
데카에서 음반이 이미 나왔고 도이치 그라모폰과 레코딩도 계약을 하는등
이미 화려한 경력으로 차세대 유망 피아니스트이네요.
아직 앳띤 얼굴인데 전광판으로 보이는 그의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이
코를 타고 건반에 떨어질 정도로 얼마나 열정적으로 연주를 하는지
할리웃 볼을 가득 메운 청중들로부터 열광적인 환호와 기립 박수를 받고
이례적으로 앙콜곡을 연주하기도 하여 과거 라흐마니노프가 그 큰 손으로
건반을 장악한듯 화려한 연주로 객석을 열광케 했듯이
할리웃 볼의 마지막 여름밤을 라흐마니노프의 선율로 가득하게 하였습니다.
아름다운 밤...감격스러워 아직도 잠을 이루지 못하겠습니다.
Daniil Trifonov가 연주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동영상이 없어서
대신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 in D minor, Op. 30입니다.
지금 흐르는 곡은 유자 왕(Yuja Wnag, 1987년생)이 연주하는 피아노 협주곡 2번입니다.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 1873-1943)의 가장 유명한 걸작,
피아노 협주곡 2번 C 단조, Op. 18은 1899년-1901년에 걸쳐 작곡하여
1901년 5월에 모스크바에서 초연되었다고 합니다.
어려서부터 피아노 신동으로 알려진 라흐마니노프..
러시아의 귀족집안에서 태어나 페테르부르크 음악원과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 피아니스트로 연주활동과 작곡을 했으며
1917년 러시아 혁명이 나자 귀족신분이었기에 조국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그가
미국으로 망명하여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하였습니다.
그는 키도 무척 컷지만 특별히 손이 쫙 벌렸을 때 30cm 정도여서
(제 손가락도 긴 편인데 쫙 벌려 재보니 20cm...)
건반을 완전히 장악한 듯 질주하는 화려한 연주로
객석을 열광케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작곡과 연주자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항상 피로를 호소했고
무엇보다 더 심각했을 것은 고향에 대한 "향수"였을거라고 합니다.
끝내 떠나온 조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베벌리 힐의 자택에서
영원한 나라로 떠나고 말았지만
우리에게는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을 남겨 주어서
오늘날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입니다.
2013/09/1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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