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라흐마니노프를 좋아하셔?" 할리웃 볼에서

후조 2013. 9. 11. 02:30

 

 

 

 

"브람스를 좋아하시나요?"라는

프랑스와즈 사강의 소설이 있고 그 소설을 원작으로한 영화도 있지요.

그런데 다움의 어느 블로거님의 글에

"라흐마니노프를 좋아하셔?"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아마추어 화가이며 작가이다 싶은 기사(騎士)님인데

아마도 은퇴하시고 어디선가 편의점을 하시면서 매일 매일 소소하게

가게 안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얼마나 맛깔스럽고 재미있게 쓰셔서 올리시는지

읽으면서 혼자 낄낄 웃기도 한답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다운로드 받아서

편의점 가게에 틀어 놓은 어느 날

검정 눈 진탕을 묻힌 큰 등산화같은 신발을 신고 가게에 들어오면서

쉰 목소리로 내 뱉은 어느 고객의 말, "라흐마니노프를 좋아하셔?"

 

1년 가까이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2시면 찾아오는 고객, 사 가는 것은

베이지 밀 한병과 디스 플러스 한곽과 딸리 맛 웨하스가 고작인 고객,

긴 머리에 남루한 옷, 때가 낀 3센티 이상 긴 손톱...

더구나 전혀 아무 말이 없던 그러한 고객의 입에서

뜬금없이 "라흐마니노프를 좋아하셔?"라고 1년 만에

말문이 터져 나온 말이니 얼마나 놀라웠겠어요? 

그래서 물건을 사가지고 나가려는 그에게 기사님이 

"그동안 왜 말씀이 없었어요?"

"라흐마니노프를 틀어놓지 않았으니까"

라고 답을 하더라는...


 

이렇게 구구한 설명을 하는 것은 오늘 밤 오랫만에 할리웃볼에 가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듣고 온 감격 때문입니다.

할리웃 볼에 대해서는 여러번 포스팅을 했기에 자세한 것을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어쩌다 보니 거의 3년만에 가 본 할리웃 볼은

그동안 리모델을 했는지 화장실을 아주 많이 만들었고

곳곳에 식당, 와인 바, 등을 만들어서 한결 새롭고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표를 온라인에서 사도 되지만 사진을 찍고 싶어서

며칠 전 낮에 가서 표를 파는 창구에서 표를 사면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공연 때에는 물론 사진 촬영은 엄금이지요.

 

 

 

 

 

 

 

오늘의 레퍼토리

 

George Gershwin(1898-1937): Cuban Overture

 

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 2 in C minor

 

Adam Schoenberg:  Bounce (West Coast premiere)

 

Gershwin:  Porgy and Bess: Symphonic Picture





 Pianist Daniil Trifonov in Busko-Zdrój, July, 2012

(image from Wikipedia)

 

 

 

물론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1991년생 젊은 피아니스트, Daniil Trifonov가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었습니다.

 

이름도 생소하지만 출생지인 Nizhniy Novgorod도 생소해서 검색해 보니

 

러시아의 북서부에 있는 도시로 니즈니노브고로드 주의 주도라고 합니다.

 

 

아무튼 러시아 출신의 다닐 트리포노브는

 

2010-11년 시즌에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쇼팡 피아노 경연대회에서 3등,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루빈스타인 경연대회에서 1등,

 

러시아 모스코바에서 열린 차이코프스키 경연대회에서 1등과 그랑프리 상을 받았고

 

2011-12년 시즌 부터 2012-13년 시즌에 세계적인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고

 

데카에서 음반이 이미 나왔고 도이치 그라모폰과 레코딩도 계약을 하는등

 

이미 화려한 경력으로 차세대 유망 피아니스트이네요.

 

 

아직 앳띤 얼굴인데 전광판으로 보이는 그의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이

 

코를 타고 건반에 떨어질 정도로 얼마나 열정적으로 연주를 하는지

 

할리웃 볼을 가득 메운 청중들로부터 열광적인 환호와 기립 박수를 받고

 

이례적으로 앙콜곡을 연주하기도 하여 과거 라흐마니노프가 그 큰 손으로

 

건반을 장악한듯 화려한 연주로 객석을 열광케 했듯이

 

할리웃 볼의 마지막 여름밤을 라흐마니노프의 선율로 가득하게 하였습니다.

 

 

아름다운 밤...감격스러워 아직도 잠을 이루지 못하겠습니다.

 

 

 

 

 

 

Daniil Trifonov가 연주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동영상이 없어서

 

대신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 in D minor, Op. 30입니다.

 

 

 

지금 흐르는 곡은 유자 왕(Yuja Wnag, 1987년생)이 연주하는 피아노 협주곡 2번입니다.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 1873-1943)의 가장 유명한 걸작,

피아노 협주곡 2번 C 단조, Op. 18은 1899년-1901년에 걸쳐 작곡하여

1901년 5월에 모스크바에서 초연되었다고 합니다.

 

어려서부터 피아노 신동으로 알려진 라흐마니노프..

러시아의 귀족집안에서 태어나 페테르부르크 음악원과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 피아니스트로 연주활동과 작곡을 했으며

1917년 러시아 혁명이 나자 귀족신분이었기에 조국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그가

미국으로 망명하여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하였습니다.

그는 키도 무척 컷지만 특별히 손이 쫙 벌렸을 때 30cm 정도여서

(제 손가락도 긴 편인데 쫙 벌려 재보니 20cm...)

건반을 완전히 장악한 듯 질주하는 화려한 연주로

객석을 열광케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작곡과 연주자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항상 피로를 호소했고

무엇보다 더 심각했을 것은 고향에 대한 "향수"였을거라고 합니다.

끝내 떠나온 조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베벌리 힐의 자택에서

영원한 나라로 떠나고 말았지만 

우리에게는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을 남겨 주어서

오늘날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입니다.

 

 

 2013/09/11 16:53 

 

 


산성

라흐마니노프를 좋아하셔?
깜짝 놀라실만 합니다.그 뒷이야기도 재미나네요.
좋아하는 클래식 설문조사에서 1등인가 했을걸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 2번...
어쩐지 오늘 비오는 흐린 저녁에 잘 어울립니다.
흐르게 놔 두고 저녁 준비해야지...합니다.

 2013/09/11 18:32:18  


달리

제가 정만섭씨가 진행하는 명연주명음반 프로그램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을 듣고는 너무나 감동받아서 무척 기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선곡표를 보니, 7월22일 방송되었고 Sviatoslav Richter(piano) Leningrad Academic Philharmonic Symphony Orchestra/Kurt Sanderling 지휘1959 mono 34:41 레코딩으로 되어 있습니다. 청취할 당시에 Richter 의 피아노 연주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되더군요.

가끔 정말로 마음에 드는 음악이 흘러나올 때면 기분이 너무나 유쾌하고 참 좋더군요.

최근엔 9월10일 선곡표 중 Jean Sibelius의 Symphony no.2 in D major op.43

Concertgebouw Orchestra/George Szell 지휘 1964 41:30 이 너무나 좋더군요.


8월19일 Johannes Brahms의 Symphony no.3 in F major op.90

Radio-Sinfonieorchester Stuttgart/Carl Scuricht 지휘 1954 34:47도 정말 마음에 들더군요.

20대에 쓸데없이 락음악에 심취되어서 이렇게 좋은 클래식에 대해서 정보를 알고 또한 많은 음악을 듣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나름 음악 감상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하면서 평론가 수준으로 발전했을텐데 말입니다^^..


아무튼 시간이 되면 방송을 들으면서 마음에 드는 곡을 메모 하고 있는 중입니다.

정말 훌륭한 곡을 소개해주셔서 기뻐요.. 땡큐~~!! 입니다. 2013/09/11 18:54:45  


騎士

트리오님이 저에게 지금 등줄기로 부터 고압 전류가
뇌를 관통하는 전율을 느끼게 하셨습니다
이상하게 라흐마니노프 피아노와 챠이코프스키 바이얼린은
들을때 마다, 그 것이 10 번이던 100 번이던 같은 강도의
전율이 뇌수속을 파 헤치니 내가 오래 못살고 지레 죽지 죽어
제가 비명 횡사 하면 순전히 라흐마니노프 하고 챠이코프스키
때문 입니다
씰대없이 음악은 왜 그렇게 사람 미치게 맹글어 가지고
사람 여럿 죽이는지
라흐마니노프는 영화 " 샤인 " 에서 우리나라 사람들 대중 속으로
확산 됐지요
라흐마니노프는 최소한 인생의 고뇌를 겪은 50 이상의 노련한
연주자가 연주해야 진정한 음악이 되겠지요
멋 같은 제 글 소개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2013/09/11 23:39:53  


trio

산성님, 돌아오신거예요? 집수리는 다 끝났나요?
예로부터 집과 여자는 꾸미기 나름이라지요?
집수리 하기가 힘들지만 마치고 나면 너무 기분 좋잖아요.
할리웃 볼도 많이 수리를 했는지 얼마나 달라졌는지 몰라요.
너무 좋아졌어요.
위에 올린 동영상도 보세요. 너무 기가 막히게 정열적인 피아니스트...
어제 밤에는 그 피아니스트한테 폭 빠져버렸지요.
유자왕도 요즘 많이 유명하지만 피아노는 역시 남자가 연주해야 제 맛이 나는 것같아요.
그래서 피아노를 남자 악기라고 하는가봐요.
아직도 어제 밤의 감격때문에 이렇게 주절거리고 있네요. ㅎㅎ
 2013/09/12 02:13:05  


trio

달리님, 서울이 요즘 부쩍 가고 싶은 이유는
여러가지 음악 프로그램이 많이 있는 것같아서 너무 부러워요.
이곳에서도 MBC에서 방영하는 TV Stage for the Arts를 열심히 시청하고 있는데
미숙한 진행자들이 거슬리기는 해도 연주를 실황으로 보여주니까 너무 좋더군요.
젊은 날에 락뮤직이 빠지셨던 것도 좋은 경험이지요. ㅎㅎ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2013/09/12 02:16:25  


trio

기사님, 허락도 미리 얻지 않고 기사님 글을 언급해서 너무 죄송해요.
기사님 글을 너무 재미나게 읽고 있는 왕팬이니까 용서해 주시는거지요?
어제 밤 피아니스트 Daniil Trifonov에게 완전히 매료되어 너무나 황홀한 밤이었지요.
피아니스트는 물론 라흐마니노프에...
연주를 들을 때 기사님의 글 "라흐나미노프 좋아하셔?"를 생각하게 되더군요.ㅎㅎ
감사하고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
 2013/09/12 02:20:02  


바위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거의 듣지 못 하고 있습니다.
물론 CD는 몇 장 있지만 손이 잘 가질 않네요.

음악에 대한 저의 편식 때문이지요.
다양한 작곡가와 음악들을 만나야 하는데
그게 쉽질 않습니다.

덕분에 모처럼 좋은 음악과 헐리웃 볼의 연주홀을
잘 구경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2013/09/12 11:13:25  


달리

trio님, 인터넷과 전자통신기술이 크게 발전해서 실시간으로 국내 방송 및 라디오를 어느 곳에서나 청취할 수 있습니다. 특히 KBS 공영방송사에서 제공하는 다채널 서비스가 아주 좋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1. 컴퓨터를 이용하여 방송/라디오를 청취하시려면 http://www.kbs.co.kr 에 접속하셔서 상단 메뉴 <On Air> 클릭후 <다채널K>를 클릭하시면 취향에 따라서 여러 채널을 실시간으로 청취 및 시청 할 수 있습니다. 처음 접속했을때에는 설치 프로그램 안내가 있으니 그냥 클릭 한번 더 하시면 될 겁니다.

2. 휴대폰이나 Ipad를 이용하시려면 "어플"을 다운로드 하셔서 설치하시면 됩니다. 어플 검색에서 kbs 를 찾으시면 kbs 다채널 k 어플이 있을 것입니다. 설치하시면 편리하게 언제 어느 곳에서나 한국의 방송을 실시간으로 청취할 수 있습니다. 집이나 무료 wifi 가 제공되는 곳에서는 언제든지 사용이 가능합니다.

정만섭씨가 진행하는 명연주명음반 프로그램은 한국시간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진행합니다. 재방송은 새벽 3시부터 5시까지로 알고 있습니다.  2013/09/12 13:04:16  


바람돌

건반을 두드리는
피아니스트의 손이 참 아름답다는 느낌입니다.

드럼치는 사람이 북을 두드리듯
권투 선수가 상대방을 가격하듯
지휘자와 함께 치열하네요.

선명한 사진과 좋은 음악, 감사합니다.  2013/09/12 23:21:13  


김윤각

몇곡 가져가고시픈데요,
고맙습니다.감사합니다.. 2014/11/04 13:5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