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런 10년을 몇번이나 지내고 보니
젊은 날 철없이 떠나 온 대^한민국은 강과 산만 변한 것이 아니라
너무 너무 많이 변한 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귀소 본능인지...인터넷 세상인지라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되어서 그런지...
서울에 가 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져서 언제 넉넉히 시간을 내어
적어도 몇 개월 머물고 싶을 정도입니다.
얼마 전에 고전음악감상실 '르네상스'에 대해서 궁금해 했더니
김갑수님의 글을 누가 소개해 주어서 읽고 르네상스에 대한 역사를 알게 된 이야기를
블로그에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음악감상실 르네상스 ☜클릭!
음악감상실 '르네상스'에 17세의 고등학교 1학년생 까까머리 소년이
도저히 대학에 들어갈 수 없는 성적과 대책없는 가정불화로 자신의 신세가 서러워
꺽꺽 울면서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는 김갑수님...
그 분의 글이 하도 맛깔스러워 그의 저서를 검색해 보니
예전 것은 모두 절판되어 이곳에서는 구입할 수 없었고 최근의 저서
<지구 위의 작업실>만 구입하여 읽으면서 더욱 그에 대해 흥미로워졌습니다.
이미 서울에 계시는 분들이야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시겠지만...
<지구 위의 작업실>의 저자는 음악(문화)평론가이자 시인 김갑수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신만이 음악에 푹 빠져 지낼 수 있는 작은 공간을 꿈 꾸게 마련인데
마포 어딘가 지하에 햇빛과 눈, 비 바람과도 결별하고 외부의 소음과도 결별한
자신 만의 음악 감상살 줄라이 홀을 마련하여
강의나 방송이 없는 날은 하루종일 음악을 들으며 지낸다는
작업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참으로 부러운...아니 기인에 가깝다고 여겨지는...
그에게 가장 소중한 것 세가지, 작업실, 음반과 오디오, 그리고 커피...
디지탈 시대로 접어들은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3만장의 LP음반과
4천장의 CD, 그리고 도무지 이름도 알 수 없는 오디오 시스템들,
커피에 대해서는 누가 뭐라하면 서러울 커피광...
원두도 아닌 생두를 구입하여 직접 볶아서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드신다니...
거기에 바리스타들이 착용하는 특유의 검정색 긴 앞치마와 레이스가 달린 셔츠,
묘한게 생긴 두건형 모자까지 쓰고 ㅎㅎㅎ...
책을 읽으면서 그 모습을 상상하며 얼마나 웃었는지...까르륵...
찾아온 지인들이 그 복장을 보고 까르륵...하도 웃어대서 드디어는
혼자있을 때만 그 복장으로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마시면서 음악을 듣는다니.....
이 정도면 정상 범위를 넘어 위험 수위가 아닌지...
아니면 이 시대의 마지막 낭만주의자라고 존경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흥미 진진한 인물이네요.
이렇게 말하면 실례가 되는거지요? ㅎㅎ
그러한 작업실을 일주일만 내버려두면
실내는 곧장 열대 우림지역의 밀림처럼 울창해진다고...ㅎㅎ
쓰레기, 책더미, 나자빠진 의자들, ...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을 보면 인간성이 아주 좋은 것같았습니다.
글은 또 어찌나 잘 쓰는지, 하기사 어려서부터 문예반에 들어가서 공부는 안 해도
글쓰기에는 전념한 결과가 오늘날의 김갑수님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강의와 책, 컬럼을 쓰는 일이 직업이 되었으니 행복한 사람이지요.
취미가 직업이 된 전형적인 인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그의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불쌍이야"...
자기 자신이 불쌍하다고 느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그런데 요즘 그 불쌍하다는 느낌이 점점 사라질 때가 많다나,
"아침에도 외롭고 자다가도 외롭다"고 솔직하게 말 할수 있는 그가
비록 젊어서는 고생을 좀 한것같지만 지금은 의사인 아내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누리고 살고 있는 것같은데
"나는 불쌍이야, 아침에도 외롭고 자다가도 외롭다..."?
하기사 외롭지 않은 인간이 어디 있을라고...
이런 기인들이 어디 한둘일까 마는 그래도 이 분은 성공한 케이스인 것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재미있어서 이렇게 공개 포스팅까지 하고 있으니
책을 선전하는 결과가 되는 것인지, 절대 그 분을 비판할 의도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는 바입니다.
우리 모두는 누구나 현실 세계에 속해 있으면서 현실을 멀리 멀리 떠나고 싶고
자기만의 시크릿 가든을 소유하고 싶어하지만
막상 그러한 꿈을 꾸기만 하지 그러한 작은 소망을 이룬 사람은 극 소수일 것입니다.
그러나 김갑수...그는 평생을 듣고 싶어하는 음악을 들으며 음반을 모으고, 오디오를 모으고
끝내는 자신의 음악감상실을 차려 자신의 시크릿 가든을 소유한,
제가 보기에는 대단히 훌륭한 분으로 여겨졌습니다.
결국 그는 음악을 전공한 것도 아니지만 지금은 음악으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취미가 전공이 되버린 축복받은 인생, 어쩌면 한 우물을 끈기있게 판 사람만이
소유하는 축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CD가 나온 이 후 거의 사라지는 LP음반을 유럽을 시작으로 중국인들이
차떼기로 사들인다는 소식은 음악에 대한 열정인지, 인간의 끝도 없는 욕심인지,
아무튼 놀라운 소식이었습니다.
7,80, 아니 아무리 늦어도 100년이면 가는 인생인데
후대를 위한 투자라면 몰라도...
어쨋거나 쓸쓸한 날에도, 그렇지 않은 날에도 커피를 볶는다는 줄라이홀의 김갑수님...
언젠가 서울에 가면 찾아가서 강의도 듣고 바리스타가 입는 검정 앞치마를 두르고
만들어 주시는 김감수님의 커피도 얻어 마시고 그 유명한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언제 가게 될지도 모르면서..ㅋㅋㅋ
작업실, 그래야만 하는가?...그래야만 한다!
사람들은 숨어 있을 공간을 꿈꾼다.
그 안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만을 위한 지구 위 단 하나의 공간, 작업실
나는 멀정한 사람들에게 작업실을 권한다!
작업실의 일과는 비일상이 일상이고 비현실이 생생한 현실이 된다.
남들이 땀 흘려 일할 때, 회의를 하고 물건을 팔고 공문서를 작성하는 시간에
나는 지하 작업실에서 팬티만 입고 뒹굴거리며 판을 닦거나 LP의 면을 뒤집는다.
속없이 부럽다고 말하는 친구들에게 서슴치 않고 말해준다.
그래, 부러워해라. -본문에서-
- 표지 뒷면에 있는 글을 옮김-
작업실의 안과 밖에서 서로 다른 자아가 교대 근무를 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저자의 작업실 안쪽 이야기를 담았다.
유령들과 동거하며 로망, 키치, 센티멘털리즘과 벗하는 일상은 다소 별스럽되 모든 사람의 숨겨진 욕망에 가 닿는다.
하지만 정작 '작업실에서 무슨 작업을 하는지? 하는 의문의 해답은 내려지지 않는다.
다만 작업실 바깥의 세상 사람들을 향해 '제발 조금씩은 미쳐달라'고 저자는 소망한다.
-표지 앞면의 뒤쪽에 있는 글을 옮김-
베토벤의 후기 현악4중주곡 제 16번(Op. 135번) in F major
1. Allegretto
2. Vivace
3. Lento assai, cantante e tranquillo
4. Allegro (Es muss sein!/It must be!) – Grave, ma non troppo tratto – Allegro
요즘 한창 영화 <A Late Quartet>의 리뷰가 블방에 올라 오고 있는데
영화에서는 베토벤의 후기 현악4중주 14번 OP. 131을 주제음악으로 했는데
지금 흐르고 있는 음악은 베토벤의 후기 현악4중주의 16번입니다.
이 곡의 4악장에는 “Der schwer gefaßte Entschluß (The difficult decision).”
Grave, ma non troppo tratto (Muss es sein?/Must it be?)라는 말이 적혀있는데
"매우 어려운 결정, 그래야만 하는가, 그래야만 한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 질문과 답변은 자기 자신의 작품에 던지는 질문과 답변(difficult decision)인지
소문대로 가정부에게 밀린 월급을 줄까 말까를 고심하여 했던 말인지...알 수 없다고..
토벤아저씨한테 물어볼 수 밖에...
<지구 위의 작업실> 책 뒷면에 이 말이 적혀있어서 올려 봅니다.
2013/08/10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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