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비안크루즈

카리브해의 밤하늘에는 왜 별이 없었는지...

후조 2012. 4. 9. 07:26


 






저의 잠버릇이 참 고약합니다.

초저녁이면 시르르 잠들어 버리고 새벽 서너시가 되면

어떤 때는 2시 경에도 잠이 깨어 다시 잠을 청해도 잘 안됩니다.

일어나기가 싫어서 잠자리에서 뭉그적 대보지만 그래도 잠이 오지 않으면

일어나서 커피 한잔을 내려서 바나나 한개와 함께 마시면서

응접실에 나가기 싫으면 방에서 TV를 켜고 헤드폰을 연결하여

옆지기한테 방해가 되지 않도록 TV를 보다 보면 다시 잠들기도 하고

아니면 꼴딱 새벽을 맞게되어 나가서 걷기도 합니다.

 

                                                                    고약한 잠버릇은 여행 중에도, 시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지 시간에 그렇게 나타나서 저를 괴롭혔습니다.

 

 

 

 

 

 

다행이 배 안에서는 살며시 케빈을 빠져 나가

수영장이 있는 11충 갑판으로 올라갔습니다.

수영장은 먹고 마시며 떠들썩하던 사람들을 깊은 잠으로 몰아 넣고

조용하기만 합니다.  접혀진 의자들, 넘실거리는 수영장 물,

시계는 3시 20분을 가르키고, 다른 시계는 3시 40분을 가르킵니다.

거의 같은 시간에 찍었는데도....

 

물론 주위는 온통 불이 켜져 있어서 환하고

그 시간에도 일을 하는 종업원이 보였습니다.

 

 

 

 

 

 

거대한 호텔 하나가 검은 바다에 떠서 움직임도 별로 없이

조용히 미끌어져 가고 있습니다.

 

커피 한잔을 마시고 싶은데

식당은 아마도 6시 반에 문을 열기에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았고

카페가 있는 5층에 있는 상가에도 문을 연 곳은 하나도 없습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검은 물결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검은 바람, 바람은 심하게 불었지만

춥지도 덥지도 않은 그런 바람을 온 몸으로 맞았습니다.

 

달빛도 없는 밤 하늘, 검은 바다물결은

아주 작은 파도에 부딫쳐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조금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밤 하늘에 별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했습니다.

공기가 한없이 맑은 바다 한 가운데이기 때문에

별들이 더욱 총총하리라 기대했는데...

 

왜 그럴까? 달빛도 없지만 그렇다고 구름도 끼지 않았는데...

혹시 적도 부근이라 그런가?

 

캘리포니아에서는 집에서도 별이 총총이 얼마나 많이 보이는지,

어쩌다 산에 올라가서 밤하늘을 보면

별들은 더욱 총총하게 얼마나 많은지

마치도 쏟아져 내릴 듯이 찬란하게 빛나는데.....

                                                                            카리브 해의 밤하늘에는 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밤에 바다에 나가 본 기억이 별로 없어서

집에 돌아가면 밤바다에 나가 보아야겠다는,

그런 생각을 해보면서

별이 보이지 않는 이유가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저 검은 물결만 조용히 넘실거리며

배는 검은 물결을 미끌어져 가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별이 보이지 많은 하늘이 무척 궁금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멍청이 앉아 있다가 다시 케빈에 들어갔지만

새벽 잠을 다시 이루지 못한 나는 쥐방울 들락거리듯이

케빈을 들락거리며 처녀의 섬, 버진 아이랜드,

미국령인 세인트 크로이(Saint Croix) 섬에 그렇게 다달았습니다.

 

 

 

 (image from web)

 

 

 

별이 빛나는 밤하늘하면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이 제일 먼저 생각납니다.

동생 테오에게 많은 편지를 썼던 고흐는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에 대하여 이렇게 편지를 썼습니다.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때 묻곤 하지, 왜 프랑스 지도 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빈세

창공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갈 수 없는 것일까?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증기선이나 합승마차, 철도 등이 지상의 운송 수단이라면

콜레라, 결석, 결핵, 암 등은 천상의 운송 수단인지도 모른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아간다는 것이지."(1888년 6월)

("반고흐, 영혼의 편지"에서 "나를 꿈꾸게 하는 밤하늘"의 일부입니다.)

 

 

별에 가고 싶어한 고흐, 그러나 별까지 가려면

죽어서야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더욱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많이 그렸던 고흐...

 

그러나 카리브해의 밤 하늘에는 별이 없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바라 본 밤하늘에는 예전대로 별이 총총한데...

 

                                                                                                    오지랍인 트리오...

드디어 어느 blog에 별(별퀘적)에 대해서 포스팅을 올린

어느 블로거에게 문의해 보았습니다.

 

그 분의 대답...

  

"제가 프로그램을 돌려서 당시 그 위치로 확인을 해 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조금 있기는 하네요

우리가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많은 별들은

은하수(우리 은하 나선팔들)을 따라서 존재하게 되는데...

그게 거의 지면, 해수면 아래 쪽에 있었네요. 

그래서 그랬던 것같습니다."

 

                                                                    저야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별이 없었다는 제 관찰이

틀리지는 않았나 봅니다.


별이 없는 카리브해의 밤 하늘...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하면 'Starry starry night"이라는 노래가 먼저 생각나지만

여기에 소개하는 노래는 Robert Goulet가 부르는

"The Story of a Starry Night"입니다.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 B단조, Op. 74

일명  Pathéthique "비창"에 나오는 멜로디입니다.

이 노래가 나온 후에 Don McLean이 부르는

Starry Starry Night이 이어집니다.

 

차이코프스키가 말년에 자기를 후원하던 폰 메크 백작부인의 절연과 자살을

기도할 정도로 심한 우울증으로 인하여 비참한 나날을 보내면서

서둘러서 쓴, 그의 마지막 작품인 교향곡, "비창"의 1악장에

이토록 아름다운 멜로디가 있습니다.

많은 가수들이 이렇게 노래로도 불렀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이 곡의 초연을 직접 지휘한 후 9일 만에

고흐가 말한 그 시대의 "천상의 운송수단"이었던 콜레라로 생을 마감하였지요.

 

 

This is the story of a starry night,

The faded glory of a new delight 

One breathless meeting, 

Two lips repeating

Three precious words that were sweet but fleeting.
 

When stars are bright my heart keeps wondering why

Our first "goodnight" became our last goodbye

I pray that someday

Love will in some way 

Bring back the story of a starry night.

(Lyric By Glenn Miller)

 

 


 

 2012/04/09 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