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이야기

시지프스의 형벌인가...마욜의 <강>

후조 2013. 3. 17. 00:14

 

 

 

파사데나(Pasadena) 시는 엘에이 다운 타운에서 조금 북쪽에 있는 오래된 도시,

고풍스럽고 고급 주택가들이 있는 부유한 도시...엘에이 다운타운에서도 가까워

다운타운의 고급인력들과 음악인들, 예술가들이 많이 사는 도시입니다.

 

 


 

매년 1월 1일에 꽃차 퍼레이드가 열리는 도시,

생화로만 장식하는 꽃차 하나에 수십만불, 또는 백만불 이상이 들기도 한다는데

그 많은 꽃차들의 행렬을 보면 미국은 역시 소비의 나라인 것이 분명하지요.

또한 꽃차 행렬이 끝나고 나면  젊음이 소용돌이치는 대학 미식 풋볼 경기가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것으로도 유명한 도시입니다.

 

 

 

파사데나에 있는 노톤 사이몬 뮤지엄 Norton Simon Museum

 

 

 

  

 

 

 

 

이 도시의 자랑 노톤 사이몬 뮤지엄 Norton Simon Museum

들어가는 입구에는 로댕의 <칼레의 시민들>이 놓여있습니다.

로댕의 이 작품과 아담하고 아름다운 뮤지엄에 대해서는 다움블방의

숨은 보석 멜라니님이 너무나 잘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뮤지엄에는 인상파 화가들, 반고흐, 고갱, 로트랙, 마네, 르노아르는 물론

드가의 무용수들의 조각작품도 많고 피카소, 모딜리아니, 렘브란트, 가브리엘 멭수,

칸딘스키, 프리다 칼로의 남편 디에로 리베라, 그 외 많은 현대작품까지

제법 많은 그림을 소장하고 있어서

문화가 뛰떨어진다는 서부의 자존심이지요.

 

 

 

 

 


 

 

이곳에 Washington D. C.에 있는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의 소장품인

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 자화상 한 점이 노턴 사이몬 미술관과 상호 작품대여 협정에 따라

이곳에 나들이를 와서 지난 12월 15일부터 3월4일까지 열리고 있었는데

고흐를 찾아서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미술관, 오베르 쉬르 와즈, 아를르까지 가면서

막상 한 시간 거리의 이 미술관에는 전시가 끝나기 직전에야 갔습니다.

 

 

 

 

 

빠리 여행기에서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오르세나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한 자화상,

아를르에서 말년에 그린 자신의 모습 두 점 중에 한 점이

그의 다른 작품들과 나란히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나들이 온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

 

 

이 자화상을 그리면서 고흐는 고백합니다.

어느날 일어나 자신을 보니

깡마르고 창백하여 마치 귀신(devil) 같아 보였다고,

그래서 옷은 어두운 보라색블루(dark violet blue),

머리는 노란색으로 그리고 있다고...

 

그림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마르고 창백하고 초췌하였을 반 고흐,

이렇게 자화상만 보고 고흐의 키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작을 것이라는 생각을 무의식 중에 하고 있었는데

반 고흐가 키가 크다는 사실은 오베르 쉬르 와즈에 가서 반고흐 공원에 있는

그의 조각상이 깡마르고 큰 키였고 얼마전에 본  고흐에 대한 영화에

반 고흐로 커크 다글라스가 나오는 것을 보고 확실히 알았네요.

 

깡마르고 창백하고 큰 키의 고흐,

키가 크다는 사실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흔히 말하잖아요, 키 큰 사람은 싱겁다고...

싱겁다는 의미가 좀 순수하다는 ?  ㅋㅋ

 

 

 

 

 

이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흐의 다른 그림들

 

 

 

 

고흐 자화상 전시회로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미국 양노원에서 노인들을 버스로 데려오고 있었습니다.

백발의 노인들이, 어떤 이는 휠체어에 앉아서 고흐의 자화상을 보는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했습니다.

 

이 박물관은 정원이 무척이나 아름다워요.

모네의 정원과도 비교가 되는...아름다운 정원으로도 유명합니다.

 

매번 올 때마다 뭐가 그리 바쁘다고

인상파화가들의 그림이 전시된 본관만

휙 둘러보고 나가기가 바빴는데...

이번 나들이는 다른 때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뒷정원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작은 호수가를 한바퀴 천천히 돌았습니다.

 

 

 

 

 

 

 

          Henry Moor(1898-1986) "Draped Reclining Woman" (19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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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stide Joseph Bonaventure Maillol(1861-1944) "Air" (1938)

 

 

그런데 왠일이래요?

정원에 놓인 조각 작품들이 거의가 벌거벗은 여인들..

그들의 모습이 왜 그리 불안정한 상태인지,

 

이런 포즈를 하고 있었을 모델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런 모습으로 영원히 있을 이 조각작품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라는 엉뚱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Airstide Maillol, "La Rivière (The River)" (1939-43)

 

 

그 중에서도 이 여인의 모습, 너무 비참하지 않나요?

 

조각작품이라고 하면, 더구나 여인의 조각품으로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다빈치의 <모나리자> 다음으로 많은 관객들을

불러 모으는 아름답고 우아한 여신, 미로의 비너스상이 생각나지요.

남자들은 대개는 근육질을 나타내지만

여인들은 아름답고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여인을 보고 있노라니,

아, 이것이 형벌이구나,

 

그런데 제목이 "The River"라니,

강물에 떠내려가는 모습인가...ㅋㅋ

 

 

 

 

 

작가는 어쩌자고 남자도 아닌 여자에게

이런 가혹한 형벌을 가했을까?

 

시지프스가 받은 형벌보다 더욱 가혹한 형벌...

평생을 이런 모습으로 있어야 하는 이 여인은

도대체 무슨 죄를 저질렀기에 이런 형벌을 받고 있는 것일까?

 

알베르 까뮤의 <시지프스의 신화>...

인간들 중에서 가장 현명하고 신중한 사람이었다는 시지프스는

제우스신의 비행을 폭로한 죄로 말미암아 제우스신은 신들을 소집하여 시지프스에게

큰 바위를 산 정상에 있게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게 올린다해도

바위는 다시 산 아래로 굴러내려오고...

그래서 끝이 없이 같은 일을 되풀이해야만 하는 형벌...

사람이 기계처럼 같은 일을 되풀이해야 한다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일은 없겠지요.

 

 

 

 

 

 

시지프스가 신을 조롱했다는, 신의 비행을 폭로했다는, 죄를 범했다면

여기 어정쩡한 모습으로 누워있거나 앉아있는 여인은 무슨 죄로 인한 형벌일까,

이렇게 뒤틀리고 고통스럽게 정지된 상태에서 영원히 존재한다는 것은

어쩌면 땀을 흘리는 수고를 되풀이 하는 것보다 더한 형벌은 아닐른지...

여자의 일생?인가...

 

구글 검색을 해서 알아낸 것이라고는

그녀의 머리결이 강물을 의미한다고, 그래서

제목이 "The River"라고...

 


 


빠리의 루브르 박물관 건너편에 있는 튈르리 정원의 조각작품들

 

 

 

작가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아리스티드 마욜(Aristide Maillol, 1861-1944),

그림을 그리다가 눈병을 앓게 되면서 조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의 모델은 Dina Viermy(1919-2009)인데 그녀가 15세 때인 1934년에

73세의 마욜을 만나 마욜의 모델이자 "Muse"였다고 합니다.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과 빠리의 퉬르리 정원에도 같은 작품이 있고 

빠리에는 그의 미술관도 있다고 합니다.

 




 튈르리 정원에 있는 마욜의 "The River"

 

 

지난 1월 튈르리 정원에 갔을 때는 너무 추워서 정원에 있는

많은 조각들은 몇개 사진만 찍고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았는데

다시 사진을 검색해 보니 같은 조각작품이 있네요.

  

어쨋든 이 여인은 빠리의 튈르리 정원에도, 뉴욕의 MOMA에도,

그리고 캘리포니아 파사데나 노톤 사이몬 뮤지엄에도

이렇게 누워 있습니다.

 

 

작가는 나이 어린 Dina Vierny를 만나 어떤 의도로,

어떤 생각을 마음에 품고 이런 모습을 돌을 깍고 다듬는 힘든 작업을 했는지

도무지 작가의 의도가 짐작도 할 수 없습니다.

 

하기사 예술작품은 일단 작가의 손을 떠나고 나면

더 이상 작가의 것이 아니라고...보는 사람의 소관대로,

보는 사람이 느끼는 대로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라니

이 작가도 지구촌 한쪽에서

무식한 트리오가 어찌 느끼는지 알 수도 없을테고

이렇게 말하는 것을 막지도 못할테니..

 

무식하면 용감하다지요? ㅋㅋ

 

 

 

 

  

 

 

어느 수요일 오후 밝고 화창하고 나른한 오후,

따뜻한 봄볕 아래 뮤지엄 관람을 하고 나서 잠시 쉬고 있는

사람들의 여유롭고 평화로운 모습입니다.

 

트리오의 마음이야 아랑곳 없이...ㅋㅋ

 

 

 

 

Beethoven - Symphony No. 7 in A major: II. Allegretto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Symphony No. 7 in A major, Op. 92

1811년 가을 부터 작곡하여 1812년 5월에 완성했다고 합니다.

베토벤의 교향곡이 3번 영웅, 5번 운명,

6번 전원, 9번 합창교향곡 등의 별칭이 있지만

7번은 별칭은 없지만 음악애호가들로 부터

그 어떤 교향곡보다 사랑받는 곡이지요.

 

거의 모든 교향곡의 2악장은 느리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선사하는데

이 곡의 2악장도 애수를 띈 선율..

마욜의 <The River, 강>을 얘기하면서 들으니

마치 강물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천천히 흐르는 것같네요.



2013/03/17 09:19

 

 

 


士雄

작가에게는 부자유가 자유가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ㅎㅎ 2013/03/17 19:40:59  


멜라니

아름다운 도시 Pasadena.
노튼 사이먼의 정문을 통과해서 왼편으로 눈을 돌리면 눈에 확 들어오는
인상파들의 그림들이 눈 앞에 선합니다.
그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고흐의 그림 앞에서면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지요..
말씀하신대로 키가 큰 만큼 싱거워서 순수한 건지..
고흐는 그의 이름 만으로도 마음이 많이 저려오는 사람입니다.
차라리 고갱처럼 추문이나 인간성에 대한 혹평이라도 있으면
이런 마음이라도 안 들겠는데 말입니다..
(물론 이런 마음조차 고흐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고갱에 대하여 반작용으로 드는
마음임을 부정하지는 못합니다.)
전도자로써의 그의 헌신.. 따돌림..
특히 요즘에 나오는 타살설.
큰 고통 가운데에서도 자신을 향해 총을 발사했던 사람들 조차 감싸주려했던
따뜻한 마음을 가진 고흐의 힘들었던 삶과 그의 마지막..
올리신 음악과 함께 어우러져 눈물이 나오려 합니다.

마욜의 The River 여인과 시지프스의 형벌.
비록 조각상이지만 영원히 저런 모습으로 있어야 한다니..
정말 안스러운 마음이.. ㅎ (웃으면 안되지만요.)
흠.. 노튼 사이몬의 정원보다는 빠리 틸르리 정원에 덩그렇게 놓여져 있는 The River 의 그녀(조각상)가 더 고통스러워 보입니다.

그런데, Trio님께서 무식하시다고 하시면, 전 어쩌나요..ㅜ.ㅜ..

아담하지만 콜렉션이 아주 알찬 노튼 사이먼..
몇 년 전 가을에 제가 아주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과 미술관 데이트를
그곳에서도 했었는데..
올해에도 그럴 기회가 올런지..
 2013/03/18 06:02:38  


cecilia

흔히 시지프의 신화는 채워도 채워도 만족하지 못하는 욕망을 비유하는데

trio님의 해석은 또 다르네요. 2013/03/19 02:41:43  


trio

부자유가 자유? 라는 사웅님의 말씀에
"진리를 알찌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성경말씀이 생각나네요.
여전히 뜬금없는 말을 하는 트리오...ㅎㅎ
감사합니다. 사웅님!

멜라니님, 올 여름에 꼭 오시지요.
멜님과 뮤지엄에 가면 배울 것이 많을 것같아요.
이번에 오시면 저를 좀 데리고...아니 제가 모시고...ㅎㅎ

세실리아님, 채워도 채워도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의 욕망,
벗어날 수 없는 일상의 권태로움, 피조물의 한계성,
어쩌면 인간들에게는 완성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
그 모든 것들이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닐까요?
세실리아님에게 감히...제가...
 2013/03/19 03:21:54  


산성

어제도 들어와서 한동안 음악에 몰입^^
이 강물같은 2악장을 많이 좋아한답니다.
2월 28일날 하이팅크랑 왔던 런던심포니도 베토벤 7번
그제 15일 서울 시향도 후반부는 이 베토벤 7번
언제 들어도 좋은 7번 2악장...감사드리며~

 2013/03/19 09:3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