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 온 고국에 42년 만에 돌아 간다면...
지금은 지구촌이 일일 생활권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외국에 살고 있으니 고국의 소식에 더욱 마음 졸일 때가 많고
고국을 생각하면 언제나 아련한 그리움으로 가슴이 아릴 때가 많습니다.
누구나 고국을 떠나면 애국자가 된다고 하는데 과연 우리는
우리가 떠나 온 고국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지금도 지구상에는 독재, 전쟁과 인권 탄압 등 만행이 저질러지고 있지만
구 소련이 붕괴되기 전에는 소련과 동 구라파의 많은 음악가들이
망명의 길을 택한 사례가 일일이 다 열거 할 수는 없지만 많이 있었습니다.
Ragael Kubelik, 1914-1996)
체코가 공산화되자 조국을 떠나 망명길을 택한 체코(보헤미아)의 음악가
라파엘 쿠벨리크 (Rafael Kubelik: 1914-1996)는 체코에서 태어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아버지로부터 바이올린을 배우다가 프라하 음악원에서
바이올린과 작곡과 지휘를 배웠다고 합니다.
또한 아버지의 반주자로 아버지와 함께 1935년에는미국 연주여행을 하기도 했고
25살의 젊은 나이에 체코 최고의 오케스트라(Czech Phiharmonic)의
지휘자로 취임했습니다.
그러나 세계 제 2차 대전 이 후 체코가 공상화 되자 그는
조국의 현실에 낙심하였고, 1946년 "프라하의 봄 음악 축제" 창설을 돕기도 했지만
마침 1948년에 영국의 Glyndebourne Festival Opera음악제에 모짜르트의
오페라 <돈 조바니>의 지휘자로 초빙되었을 때 망명을 결심합니다.
체코가 자유로운 나라가 되기 전에는 돌아 오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가 체코를 이륙하자 쿠벨리크는 자기의 결심을 아내에게 말하고
비행기가 런던에 도착하자 마자 그들은 체코의 여권을 포기하였다고 합니다.
그 후 "돌아오라"는, 모든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공산정권의 회유가
여러차례 있었지만 끝내 거절하고 사랑하는 조국을 떠나
긴 방랑의 음악의 길을 걷게 됩니다.
쿠벨리크는 서유럽에서 최고의 지휘자의 대우를 받으면서
영국의 BBC Symphony Orchestra, 런던의 코벤트가든 로열 오페라, 베를린 필,
비엔나 필하모닉, 뮌헨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이스라엘 필하모닉,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보스톤 심포니 오케스트라,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그 외에도 많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체코의 오페라와 음악을
서방에 알리는데 최선을 다 하였습니다.
그는 가는 곳마다 떠나 온 조국에 갈 수 없는 그리운 마음으로 체코의 작곡자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Ma Vlast>를 지휘하였고 녹음도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소련이 붕괴되고 체코가 민주화되고(1989년) 1990년에
자유화 이후 첫 "프라하의 봄 음악축제"가 열리게 되자 첫날 음악축제의
전야제의 지휘자로 라파엘 쿠벨리크가 초대되었다고 합니다.
프라하의 봄 음악축제는 매년 5월 12일에 시작되는 음악 축제인데
5월 12일에 시작하는 것은 5월 12일이 <나의 조국>을 작곡한
베드리히 스메타나의 서거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날의 연주는 국민극장(Municipal House)의 스메타나 홀에서 하는데
체코의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이 관례이고
항상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전곡(6곡)을 연주한다고 합니다.
그가 체코 필하모니와 드볼작의 심포니 <신세계에서>를 연습할 때
"바로 이 소리야, 내가 듣고 싶었던 소리가...
이 소리를 세계의 어느 오케스트라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는데...
여덟번째 음, 정말 훌륭해..."
라고 말하며 기뻐하였다고 합니다.
"It is my joy to hear this. I always wanted it to sound like this but never really found it
with any other orchestra in the world. That eighth [note] is great!”
34세의 젊은 나이에 조국을 떠난 그는 42년 만에,
76세의 나이로 조국의 땅을 밟았고 국민극장의 스메타나 홀에서
젊어서 지휘자로 있던 체코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을 연주한 것입니다.
체코의 문화를 위하여 국민들의 성금으로 건축된 국민극장 (Municipal House)
백발의 쿠벨리크
<나의 조국>의 제 1곡, "비세흐라드"의 초반에 흘러나오는 하프 소리를
지휘봉을 멈추고 귀담아 듣고 있다가 허공을 향한 백학의 날개짓과 같이
백발을 날리면서 자유를 찾은 조국,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표정으로
지휘를 하였을 쿠벨리크...
연주를 다 마치고 백발의 老 지휘자는 눈물을 흘렸고 객석에 있던
체코의 하벨 대통령은 물론 모든 관객들이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42년동안 돌아가지 못하던 고국에 돌아가서 자기 나라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이 얼마나 감격스러웠을까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그 상황을 그려보니
이렇게 마음이 벅차오르는데...
조국에서 지휘를 하고난 후 6년 뒤에 그는 스위스에서 타계하여
다시 조국에 돌아가 비세흐라트 성의 묘지에 영원한 안식을 하고 있습니다.
<나의 조국>의 작곡자 베드리히 스메타나에 대해서는
http://blog.chosun.com/triocavatina/5339894 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나의 조국>은 6개의 교향시로 구성된 교향곡입니다.
체코의 고성과 젖줄인 몰다우 강, 체코를 구한 용감한 여인 샤르카,
체코의 목장과 숲, 그리고 용사들의 병영을 그린 곡입니다.
1번째 교향시...<비세흐라트>
2번째 교향시...<블타바..몰다우>
3번째 교향시...<샤르카>
4번째 교향시...<보헤미아의 목장과 숲에서>
5번째 교향시...<타보르>
6번째 교향시...<블라니>
이 중에 2번째 교향시 <몰다우>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번 여행 때 제 1번 교향시의 제목이 된 비스흐라트 성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비세흐라트 (Vyšehrad)는
프라하의 교외, 몰다우 강 언덕에 있는 10세기에 지어진 古(高)城입니다.
성 베드로와 성 바울 회당이 있고
넓은 정원에는 민족의 영웅들의 조각상들이 있고, 공동묘지도 있는데
이곳의 공동묘지에는 스메타나, 드볼작, 라파엘 쿠벨리크와 그의 아버지,
그외 체코의 유명인사들이 잠들어 있습니다.
스메타나가 <나의 조국>을 작곡하면서
<비세흐라트>라는 첫번째 교향시를 작곡할만큼
체코를 대표하는 아름답고 역사적인 고성입니다.
비세흐라트 고성을 찾아가기 위해 트램을 타고
어느 지역에선가 내리니 이런 사인이 보였습니다.
트램 4, 5, 157번이 내린다는 표시인 것같고
비세흐라드 성으로 가는 길 표시입니다.
좁은 동네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 가다가 이런 터널도 지나고...
Information Center 입구
안으로 들어가니 따뜻한 난로가 있었습니다.
비세흐라드 성 입구
성에서 내려다 본 프라사 시내 정경입니다.
빨간 지붕들과 초록의 숲이 아름답게 아우러져 있습니다.
프라하의 젖줄 블타바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습니다.
블타바 강은 몰다우 강이라고도 합니다.
서울에는 한강, 파리에는 세느강, 체코에는 블타바강...
민족의 젖줄입니다.
성 안에는 포도밭도 있고
빵이 아주 아주 맛있는 식당과 카페도 있었습니다.
성 안에 있는 작은 갤러리
갤러리 안에는 의 그림인지 아래와 같은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
|
아름다운 정원에는 조각상들이 있었습니다.
일일이 누군지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민족의 영웅들의 조각상이라고 합니다.
성 안에 있는 교회당
성 안에 있는 묘지입니다.
이곳에 체코의 유명 인사들의 묘가 있습니다.
묘지를 둘러보고 있는데 교회에서 "몰다우"의 멜로디가 울려 퍼지고 있더군요.
이렇게 몰다우의 멜로디는 프라하 어디에서나 쉽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 여인이 남편의 묘를 정성스럽게 단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라파엘 쿠벨리크의 묘지도 그의 아버지와 함께 이곳에 있다고 하였는데
찾지 못했습니다.
성 밖으로 나와서 바라본 높은 성벽
스메타나의 교향곡, <나의 조국>의 첫 교향시의 제목인
"비세흐라트" 고성을 찾아가 볼 수 있었던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모릅니다.
*****
스메타나 홀에서 연주를...
Smetana Hall
국민들의 성금으로 지어졌기에 "국민극장"이라고 하는
Municipal House의 "Smetana Hall"에서 앙드레 프레빈이 지휘하는
체코 필하모니의 연주를 2010년 6월 3일에 감상하였습니다.
프라하의 봄 음악축제의 연주회였기 때문인지
객석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Czech Phiharmonic
Thomas Martin (clarinet)
Andre Previn (conductor)
Andre Previn: Diversions (Czech premiere)
Aaron Copland: Concerto for Clarinet and Orchestra
Antonin Dvorak: Symphony No. 7 in D minor, Op. 70
프라하의 봄 음악 축제(제 65회)의 하나인 연주였습니다.
드볼작 심포니 7번의 연주를 마치고 나니 걷기도 힘든 81세의 노(老) 지휘자,
동안(童顔)이었던 앙드레 프레빈과 오케스트라에게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이
얼마나 많은 박수 갈채를 보내는지, 이곳에서의 마지막 무대가 될지도 모를
老 지휘자는 걷기도 힘든 모습이었는데 5번이나 나와서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 박수 소리가 아직도 귀에 남아 있는 것같습니다.
원래 연주회장에서 사진 찍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데
끝나고 인사할 때 살짝했습니다. 죄송ㅎㅎ
지휘자 앙드레 프레빈, 이날 연주 사진입니다. (인터넷에서)
Czech Philharmonic(체코 필하모닉)의 이날 연주 사진입니다. (인터넷에서)
흐르는 곡은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중
제 1 교향시 "비세흐라트" (1/2)
(2/2)
쿠벨리크가 지휘하는 비엔나 필하모닉의 연주입니다.
|
'프라하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신>의 작가 카프카와 그의 박물관...프라하에서 (0) | 2011.04.06 |
---|---|
외설적인 그림으로 감옥에 갔던 화가 에곤 쉴레 (0) | 2011.03.24 |
끝내 귀머거리가 되어..."나의 생애에서" 스메타나 박물관에서 (0) | 2011.02.25 |
유럽에서 가장 큰 프라하의 유대인지구 (Josefov) (0) | 2011.02.22 |
프라하, 프라하의 봄...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0) | 2011.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