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유대인 지구 (Josefov)
프라하의 구 시가지 광장에서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유대인 지구 (Josefov),
유대인들이 모여 살던 마을을 비가 내리는 날이라 왠지 썰썰한 마음으로 찾아갔습니다.
13세기부터 제 2차 세계대전까지 프라하에 살던 유대인의 대부분이 격리되어 살던 곳인데
유럽에서도 가장 큰 유대인 지구이며 오늘날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입니다.
박물관 입구에서 표를 사서 입장을 하면 유대인들에 대한 많은 자료들을 모아 놓은 박물관,
그 뒤로 유대인 묘지, 유대인회당, 등을 표 한장으로 다 돌아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의 오른쪽 건물 위에 유대인을 상징하는"다윗의 별"이 보입니다.
박물관 내부에서는 사진 찍기가 허용되지 않았고 유대인들에 관한 방대한 자료들이 있었지만
모두를 이해하기는 너무 어려웠습니다. 박물관 뒷편으로 유대인 공동묘지가 있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우산을 쓴 관광객의 줄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초상집에 가는 자가 잔치집에 가는 자보다 복되다"는 성경의 말씀이 생각이 났습니다.
공동묘지...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우리에게 산 자보다 더 많은 無言의 말을 하고 있으니까요.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유대인 공동묘지인데 1787년 묘지가 폐쇄될 때까지
프라하에서 유일하게 유대인의 매장을 허용한 장소라고 합니다.
1만 2천여개의 비석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모습이
비오는 날이라서 그런지 더욱 마음을 섬뜩하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묘비를 세워 시신을 묻었지만 그 후에는 장소가 비좁아서 시신 위에 또 시신을
12층으로까지 겹쳐서 묻었다고 하며 10 만명이 넘는 유대인들이 이곳에 묻혔다고 합니다.
1787년에 폐쇠되어서 그 이후에 죽은 유대인들은 신(新) 유대인 공동묘지에 묻혔고
카프카도 신 공동묘지에 묻혔다는데 그곳은 가보지 못했습니다.
가장 오래 된 묘비는 1439년에 죽은 시인, 카라(Avigdor Kara)의 묘비이며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묘는 랍비, 로위 (Ydhuda Loew be Besalel: 1525-1609)의 묘인데
묘비 위에 왠 자갈들이 많이 놓여 있었습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이지만 인간은 이리도 연약한 것인지...
랍비의 묘비 위에 자갈을 놓는다고 무슨 소원이 이루어질까 마는 랍비 로위의 묘에
자갈을 놓고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자갈을 놓으면서 소원을 빈다고 합니다.
이 랍비는 16세기의 저명한 유대인 학자이며 그가 만든 인류 최초의
인조 인간 골렘(Golem)에 관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고 하는데...
연금술에도 매우 능했던 로위는 오랫동안 연구와 실험끝에 생명을 불어넣는 "생명 알약"을 개발하여
진흙으로 만든 괴물의 입속에 이 "생명 알약"을 넣어 인간을 만들었는데
그 인간(골렘)은 처음에는 로위의 말을 잘 들었고 힘이 좋아서 마을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하나 언제부턴가 말을 듣지 않고 사람을 헤치기도 하는 골칫거리가 되어서
로위는 결국 그가 잠든 사이에 입속에서 알약을 빼버려 결국 다시 진흙으로 돌아간
골렘의 몸체를 유대회당 서까래 밑에 묻었다는 전설... ㅋㅋ
(처음 듣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습니다.)
어지럽게 널려 있는 비석 사이에서도 봄이 되니 노란 꽃들이 피어 있었습니다.
죽은 자들의 땅에 피어난 생명...
유대인 지구 길거리에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유대인 지구에 있는 스페인 유대회당으로 스페인 남부 지방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무어 양식 (Moorish style)과 유대 교회당의 전통적인 건축 양식이 혼합되어 지어진 것으로
회당 내부에서는 음악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이 지역에 핀카소바 유대회당, 신구 유대회당 등이 있는데
사진이 적당한 것이 없어서 올리지 못하였습니다.
유대인 마을의 어느 건물에 있는 카프카를 두상을보면서
카프카의 일생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았습니다.
유대인으로 살면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여동생 셋이 모두 학살된 끔찍한 일을 겪으면서
글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그의 일생...
그러므로 프라하하면 그곳에 살던 유대인 카프카가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이유일 것입니다.
(카프카 박물관에 대한 포스팅은 다음에 하겠습니다.)
유대인들...
유대인 (히브리어: יהודי Yehudi), 또는 유태인 (猶太人)은 종교적인 의미에서는 유대교를 신봉하는 사람,
민족적인 의미에서는 혈연, 또는 개종을 통해 고대 히브리 민족의 후예가 된 유대 민족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이 읽혀진다는 신구약성경, 그 중에서도 구약성경은
사실은 거의 유대인들의 역사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므로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도
그 역사적인 사실이 가장 많이 알려진 나라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세계 제 2차 대전 때 히틀러의 정책으로 인하여 6백만명이나 학살 당한 비참한 사건,
홀로코스트(Holocaust, 유대인 대학살)의 주인공들, 스티븐 스틸버그 감독의 영화,
"쉰들러스 리스트"를 보면서 우리는 그들의 비참한 과거를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마음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는 선민의식, 즉 하나님으로부터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자긍심을 잃지 않고 2천년 동안이나 나라를 잃고(디아스포라)
세계각국에서 방황하던 유대인들이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 공화국이 설립되고
귀향법, 혹은 귀환법(The Law of Return)에 의해 조상이 유대인이었으면,
그리고 유대교로 개종한 사람은 누구나 유대인으로 간주되어
세계 각국에 있던 많은 유대인들이 지금도 이스라엘에 돌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에 동유럽에 있는 유대인들이 가장 많이 돌아 가는 나라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조상들이 학살 당한 그 현장, 독일이라고 합니다.
유대인들의 자녀교육, 유명 유대인 음악가들, 문학작품들, 세계적인 많은 석학들,
유대인을 주제로 한 많은 영화들, 그 외에도 언급할 사항들이 많지만
무엇보다도 현재 세계 여러나라, 특히 미국에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인들...
그 비참하고 처절하고 암담한 시련을 이기고
오늘날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유대인들의 잠재력의 근원은 과연 무엇인지...
프라하의 유대인 지구를 돌아 보고 나오면서
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
Kol Nidrei (신의 날), Adagio for Violoncello based on a Hebrew Melody, Op. 47
유대인 음악가 Max Bruch가 Hebrew Melody를 가지고 작곡한 곡으로
원래는 오케스트라와 같이 연주하는 첼로곡인데 여기에서는 Gerald Moore의 피아노 반주로
첼리스트 Jacqueline du Pre가 연주합니다.
유대인의 종교력으로 7월 10일은 유대인들의 절기인 "대 속죄일, Yom Kippur"이며
유대인들이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는 일년 중 가장 거룩한 날인데 이 곡은 이날 각 회당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이며 너무나 애절한 첼로의 멜로디가 가슴 깊이 파고 들어
듣고 있으면 누구나 절대자 앞에서 저절로 회개하는 마음이 생기는 음악입니다.
|
|
|
4me |
|
글과 음악이 참 잘 아우러져 마음 깊이 스며드는 듯 합니다. 좋은 글과 편안한 음악, 무언가 돌아보게 하는 좋은 시간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1/02/22 17:17:34 |
|
|
| |
|
|
綠園 |
|
저도 오래전에 여행을 할 때 유명인이 잠들고 있는 묘지를 찾고는 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곳은 파리의 몽빠르나스 근처의 니체가 잠든 묘지와 비엔나 교외의 베토벤, 요한스트라우스를 비롯한 음악의 대가들의 묘지이네요. 사실 유명인이 잠들어 있기에 가본 것이지요.
유대민족이 구약을 믿는 민족이 아니었다면 지금 같이 존재할 수 없지 않을까요? 물론 남은자들에게 내린 여호와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생각됩니다만. 그들이 바리새인적인 면을 보여 많은 사람들의 눈쌀을 찌프리게 하는 면도 크지만요.
좋은 게시물 잘 보았습니다. ^^ 2011/02/23 09:45:56 |
|
|
| |
|
|
江 |
|
저도 구약성경을 읽으며 유대인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체코에 한번 갈 수 있기를 소원해봅니다. 2011/02/24 01:17:43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