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너때문이야

Goodbye my love, Goodbye!

후조 2015. 9. 28. 19:54

 

 

 

 

 

 

 

 

오늘 밤 나는 가장 슬픈 시를 써야지

 

-  파블로 네루다 (1904 - 1973) -

 

 

오늘 밤 나는 가장 슬픈 시를 써야지

이를테면 이렇게 써야지 "밤은 부서지고

저 멀리서 별들은 파랗게 떨고 있다"라고

 

밤바람은 공중에서 원을 그리며 노래하고

오늘 밤 나는 가장 슬픈 시를 써야지

나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도 가끔 나를 사랑했다

 

오늘 밤과 같은 밤에 나는 그녀를 가슴에 품고

가없는 하늘 아래서 수없이 그녀와 입을 맞추곤 했다

 

그녀는 나를 사랑했고 나 역시 그녀를 사랑했지

깊고 커다란 그녀의 눈을 사랑하지 않고는 베길 수가 없었지

 

정말이지 나는 오늘 밤 가장 슬픈 시를 써야겠다

 

그녀는 내 곁을 떠났다고 생각하면 그녀를 잃었다고 느끼면서

거대한 밤에 귀를 대고 있노라면 그녀가 없는 이 밤은 더욱 거대하다

그리고 목장에 이슬이 내리듯 내 영혼에 시가 내린다

 

내 사랑이 그녀를 붙들지 못했대서 무슨 대수랴

밤은 부서지고 그녀는 내 곁에 없는데..

 

이게 전부다  먼 데서 누가 노래하고 있다 아주 먼 데서

그녀를 잃은 내 영혼은 공허하다

 

그녀 곁으로 가기라도 하려는 듯 나의 눈길은 그녀를 찾고 있다

내 마음도 그녀를 찾고 그러나 그녀는 내 곁에 없다

 

그 때와 똑같은 밤이 그 때와 똑같은 나무를 하얗게 드러내는데

우리는 우리 두 사람은 그 때와 같은 사람이 아니다

 

단연코 나는 지금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

아, 그러나 나는 얼마나 그녀를 사랑했던가

나의 목소리는 그녀의 귀에 닿기 위해 바람 속을 헤매고 있다

 

딴 남자의 것이 되어 있겠지  지난 날 나의 키스도

그 목소리도 해맑은 그 육체도 무한한 그 눈도

 

단연코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지도 몰라

사랑은 이다지도 짧고 망각은 이다지도 긴 것인가

오늘 밤과 같은 밤에 나는 그녀를 가슴에 안고는 했다

그러나 그녀를 잃은 나의 영혼은 공허하다

 

그녀가 내게 남긴 이 아픔이 부디 마지막 아픔이 되기를

그녀에게 쓰고 있는 이 시가 부디 최후의 시가 되기를

 

(김남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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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거실에 나오니

커텐이 드리워진 어두운 거실에 커텐이 없는 높은 벽의 창문을 통하여 

한줄기 아침 햇살이 비추이고 있었습니다.

얼른 그 햇살 가운데 화분 하나로 놓고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이렇게 염치없이 제 사진 자랑질(?)할 날도 멀지 않은 것같아

이별의 노래를 또 부릅니다.

 

 

 

 

 

 

 

파블로 네루다 (Pablo Neruda: 1904 - 1973)는

1971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칠레의 민중시인이며 사회주의 정치가이고

데미 루소 (Demis Roussos: 1946 - 2015)는

지난 1월 25일 69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한 그리스의 가수입니다.

언제나 그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커다란 호소력으로 가슴을 헤치며 파고 들지요.

 

오늘 밤에도 그의 노래 Good Bye my Love, Good Bye, 그리고 Rain and Tears를 듣고 있자니

왠지 파블로 네루다의 이 시가 생각났습니다. 

이 두 남자의 헤어진 연인에 대한 시와 노래가 잘 어울리지요?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던가요? ㅋㅋ

 

 

트리오의 상상의 나래는 언제나 이렇듯 얼마나 자유로운지,

하늘을 나르고 바다 깊은 곳을 헤엄치고

무한한 우주 공간을 넘나들듯이 헤메이지요.

못말리는 트리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