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곤돌라
2011년 9월...
우리는 일생 가장 아름다운 여행, 무모했지만 화려한 여행을 하였지요.
겁도 없이 이태리를 자동차로 2주나 헤메이고 다녔으니...
블로그가 없었다면 어디에다 이 소중한 여행기를 올릴 수 있었을지,
더구나 저의 여행기를 조블의 운영자님께서는 언제나 블로그 뉴스에 올려주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새삼 블로그의 소중함이 느껴지는데 조블이 문을 닫는다니
감사인사 조차 미쳐 하지 못했는데 아쉬운 마음이 그지 없습니다.
그 아쉬운 마음을 이별의 노래로 담고 있는 트리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이별노래를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 자리를 빌어서 그동안 감사했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9월>
뜰이 슬퍼하고 있다.
비가 꽃 속으로 시원스레 빠져 들어간다
여름이 그 마지막을 향해
잠잠히 몸부림친다
잎새들이 하나씩 금빛 물방울이 되어
높은 아카시아 나무에서 굴러 떨어진다
죽어가는 정원의 꿈 속에서
여름이 깜짝 놀라 피로한 웃음을 띤다
여름은 지금 잠시동안
장미꽃과 더불어 잠들고 싶어한다
이윽고 여름은 서서히
피로한 그 큰 눈을 감는다.
****
마지막 여정으로 스위스의 루체른에 갔었는데
갑자기 우박이 섞인 비가 내려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호텔방에서 여유롭게
헤르만 헤세의 "9월"이라는 시를 사진과 함께 포스팅을 하였지요.
음악은 친구가 듣고 싶다고 한 "Try To Remember"
2015년 4월 서울을 잠시 방문했을 때 동생내외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구경하러 다니다가
렌즈에 담은 사진인데 감사하게도 2015년 가을 저희 사진협회 전시회 책자의 표지에 채택되었지요.
지난 4월 어느 날, 어둑 어둑 헤질 무렵이었습니다.
제법 높은 계단을 수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복잡한 도심에서
어느 한 순간 트리오의 렌즈에 잡힌 여인입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고 돌아가는 길일까... 아니면 집으로?
이별의 노래를 하고 있는 트리오인지라
이 사진을 보니 또 아래의 시가 생각납니다.
낙화
- 이형기 -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의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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