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너때문이야

그 해 9월에....

후조 2015. 9. 10. 04:36

베니스의 곤돌라

 

 

 

2011년 9월...

 

우리는 일생 가장 아름다운 여행, 무모했지만 화려한 여행을 하였지요.

겁도 없이 이태리를 자동차로 2주나 헤메이고 다녔으니...

 

블로그가 없었다면 어디에다 이 소중한 여행기를 올릴 수 있었을지,

더구나 저의 여행기를 조블의 운영자님께서는 언제나 블로그 뉴스에 올려주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새삼 블로그의 소중함이 느껴지는데 조블이 문을 닫는다니

감사인사 조차 미쳐 하지 못했는데 아쉬운 마음이 그지 없습니다.

 

그 아쉬운 마음을 이별의 노래로 담고 있는 트리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이별노래를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 자리를 빌어서 그동안 감사했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 해 9월 루체른의 호텔 방에서 우박이 섞인 비를 바라보며 찍은 사진입니다.

 

 

 

 

<9월>

 

뜰이 슬퍼하고 있다.

 

비가 꽃 속으로 시원스레 빠져 들어간다

여름이 그 마지막을 향해

잠잠히 몸부림친다

 

잎새들이 하나씩 금빛 물방울이 되어

높은 아카시아 나무에서 굴러 떨어진다

 

죽어가는 정원의 꿈 속에서

여름이 깜짝 놀라 피로한 웃음을 띤다

 

여름은 지금 잠시동안

장미꽃과 더불어 잠들고 싶어한다

 

이윽고 여름은 서서히

피로한 그 큰 눈을 감는다.

 

**** 

 

 

 

마지막 여정으로 스위스의 루체른에 갔었는데

갑자기 우박이 섞인 비가 내려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호텔방에서 여유롭게

헤르만 헤세의 "9월"이라는 시를 사진과 함께 포스팅을 하였지요.

음악은 친구가 듣고 싶다고 한 "Try To Remember"




 

2015년 4월 서울을 잠시 방문했을 때 동생내외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구경하러 다니다가

렌즈에 담은 사진인데 감사하게도 2015년 가을 저희 사진협회 전시회 책자의 표지에 채택되었지요.

 

 



지난 4월 어느 날, 어둑 어둑 헤질 무렵이었습니다.

제법 높은 계단을 수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복잡한 도심에서

어느 한 순간 트리오의 렌즈에 잡힌 여인입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고 돌아가는 길일까... 아니면 집으로?

 

 

이별의 노래를 하고 있는 트리오인지라

이 사진을 보니 또 아래의 시가 생각납니다.

 

 

 

낙화

 

 - 이형기 -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의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9월인데 이곳 남가주는 펄펄 끓고 있어서 계절이 꺼꾸로 가고 있는 것같습니다.

그래도 가을은 저 멀리서 오고 있겠지요. 


오늘 이별의 노래는 허스키하고 거칠면서도 한없이 부드러운 환상적인 목소리의 주인공

Demis Roussos가 부르는 Goodbye My Love Goodbye입니다.

그리고 나나 무스쿠리가 부르는 Try To Remember가 이어집니다.

조블과의 헤어짐이 아무래도 가까워 오고 있는 것같아서

또 이렇게 이별의 노래를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