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 해안도로를 따라 오레곤에까지 올라가면서 사진을 찍고 돌아왔습니다.
어찌나 길이 꼬불거리는지 차멀리로 몹시 고생을 했지만
돌아와 생각하니 그것 또한 추억이 되는군요.
사진이 무엇인지...누가 하라고 등떠미는 것도 아닌데
어쩌자고 힘들게 고생고생하면서 헤메이는지 나 자신도 나를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렌즈를 붙잡고 사진을 찍는 동안만큼은
저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오레곤은 비가 많이 내리는 곳이라 하늘을 찌를듯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서
그 어떤 곳보다 아름다운 곳인데 이곳도 가뭄이 극심한지 울창한 숲 속의 나무들 조차도
잎들이 말라가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호
해변에는 왠 바람이 그리도 세게 부는지...
곱고 하얀 모래들이 마구 바닷가 모래를 휩쓸고 있었습니다.
바닷가에서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다가
무심코 뒤를 돌아보니 내 앞에 보이는 나 자신의 긴 그림자...
자화상인듯... 왠지 이유도 알 수 없는 슬픔이 몰려왔습니다.
후회와 회한으로 점철된 지나간 많은 시간들을 뒤로하고
사진을 찍겠다고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 왠지 가엽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그러나 어찌할 수도 없는....안타까운 존재입니다.
"자화상"
-윤동주-
산 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이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벌써 8월이 다 지나가고 있네요.
조블 폐쇄공지에 마음이 썰렁한 가운데 그래도 무슨 소식이 있을까
기다렸는데... 아무런 소식도 없고 벌써 2개월이나 지났는데...
빈 집이나 다름없는 이곳을 다녀가신 이웃님의 발자취를 보니
너무 미안하기만 합니다.
자주 글 올리지는 못해도 년말까지는 이 자리에 이대로 있겠습니다.
"나를 잊지 말아주세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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