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너때문이야

6월은 보라빛 그리움입니다.

후조 2015. 7. 30. 14:41

 





  

남가주는 2월이 되면서 부터 앞을 다투며 온갖 꽃이 피고 있지만

유난히 보라빛을 좋아하는 마음은 자카란다가 피는 5월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런데 5월을 분주하게 지내고 보니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보라빛 자카란다가 6월이 되면서 그 보라빛 꽃잎을 땅에 무수히

떨어뜨리면서 나무는 짙푸른 잎으로 무성해지고 있습니다.

 

 

 

 

여름의 길목에서 아직 남아 있는 자카란다는

보라빛 그리움입니다.

어느 시인(이외수)의 말대로

"한평생 그리움은 불치병입니다."

 

 

 

 

 

 

+ 6월

바람 부는 날
백양나무 숲으로 가면

청명한 날에도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귀를 막아도 들립니다


저무는 서쪽 하늘

걸음마다 주름살이 깊어가는 지천명(知天命)
내 인생은 아직도 공사 중입니다


보행에 불편을 드리지는 않았는지요
오래 전부터

그대에게 엽서를 씁니다

그러나 주소를 몰라

보낼 수 없습니다


서랍을 열어도

온 천지에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한평생 그리움은 불치병입니다.

 

(이외수·소설가, 1946- )

 

 

 

 

 

 

 

 

 

 

 

 

 

 

 

 

불치의 병, 그리움을 렌즈에 담을 수 있다면

마나 좋을까 마는 담을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무데서나 만나는 보라빛 꽃들을 렌즈에 담아 보았습니다.

학창시절에 즐겨 입던 보라색 실크 원피스는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합니다.

.

. 

 

 

차이코프스키의 The Seasons '6월'입니다.

차이코프스키는 1875년 말에 음악잡지 Nouvellist의 발행인

Nikolay M. Bernard 의 부탁으로 달마다 그 달에 어울리는 시를 선택하여

12곡의 피아노모음곡 <The Seasons>를 작곡하였습니다.

 

이 '6월'은 Aleksey Pleshcheyev의 "뱃노래"라는 시를 주제로 작곡한 것으로

12곡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장 사랑받는 곡입니다.

'Let us go to the shore;

There the waves will kiss our feet,

With mysterious sadness

The stars will shine down on us"

 

이 음악을 듣고 있으면

멀리 안개 짙은 강가에 알 수 없는 슬픔에 잠겨

그리움처럼 떠 있는 작은 조각배가 연상됩니다.

 

PS: 이 곡 전체의 자세한 설명은

조블의 클래식애호가 바위님의 아래 글에 있습니다.


바위님의 글: 차이코프스키의 6월

 

유유히 흐르는 강물 위로 배 한 척이 떠있다.

배 안에 마주 앉은 두 사람.

이별을 눈 앞에 두기라도 한 듯 고즈넉한 정적靜寂만이 흐른다.

강물 위를 스쳐가는 바람이 머리칼을 어루만진다.

이윽고 감정이 치미는 지 여인의 입술에 경련이 인다.

입술이 열리며 탄식하듯 떨어지는 한마디.

"이젠 안녕~"

 

차이코프스키의 6월을 들으며 상상해본 정경이다.

좀 세속적인가.^^

이름은 '뱃노래(Barcarolle)'지만 우리네 사공들의 흥겨운 가락은 없다.

다만, 차이코프스키 만이 연출하는 연민과 표출되지 못한 뜨거운 분노가 있을뿐.

그렇지만 6월의 싱그러움과 아련함은 있다.

이토록 사람의 심금을 헤집는 고혹적인 뱃노래가 또 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사계四季'는 여럿 있다.

비발디가 1723년 작곡한 '화성과 창의의 시도'란 12곡 중 처음 4곡을 묶어 이름 붙인 '사계'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고전음악의 대명사가 되었다.

하이든이 1801년 작곡한 오라토리오 '사계'는 대중화되지 못 한 아쉬움은 있지만

그 매혹적인 노래들은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여기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사계(The Seasons)'는 단연 차이코프스키의 몫이다.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에서 음악잡지 '누벨리스트'를 발행했던 니콜라이 베르나르드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차이코프스키를 꼬드겨 1876년 1월부터 12월까지 매월 그 달에 어울리는 시를 선택,

그 느낌을 피아노곡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 결실로 얻어진 것이 '사계'(op. 37b)이다.

 

1월은 푸시킨의 시 '화롯가에서', 2월은 비야젬스키의 '카니발'

3월은 마이코프의 '종달새의 노래', 4월은 마이코프의 '달맞이꽃(혹은 아네모네)'

5월은 페이드의 '백야白夜', 6월은 프레시예프의 '뱃노래'

7월은 코리체프의 '수확의 노래'(혹은 농부의 노래), 8월은 코리체프의 '추수'

9월은 푸시킨의 '사냥', 10월은 톨스토이의 '가을의 노래'

11월은 네크라코프의 '트로이카', 12월은 주코프스키의 '크리스마스'

 

그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곡이 6월의 '뱃노래'다.

어떤 이는 이 곡을 담백하고 간결하며 잔잔한 애수를 품은 선율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 아름다운 선율 속에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격한 분노가 엿보인다.

왜 여유로운 뱃노래에까지 그의 못 다한 분노가 묻어나올까.

러시아의 츠나 강에 스쳐가는 6월의 바람 때문일까.

그래서 그의 뱃노래에는 흥겨움보다 쓸쓸한 고독이 흐르는 듯하다.

 

알렉세이 프레시예프는 6월을 이렇게 노래했다.

 

"바다로 가자

 신비로운 슬픔을 머금은 파도가

 우리의 다리에 키스를 보낸다

 별들이 우리 머리 위에서 반짝인다"

 

이 곡들은 피아노곡으로 만들어졌지만 훗날 알렉산더 가우크에 의해 관현악곡으로 편곡되었다.

피아노에도 처연한 고독은 있지만 관현악의 조화는 그 맛을 훨씬 드높인다.

차이코프스키의 6월은 그래서 더욱 애잔하기만 하다

 

 2013/06/07 12:44   

 

 


바위

트리오님은 보라색을 무척 좋아하시나 봅니다.
올려주신 멋진 보라색 사진들이 이곳의 이른 무더위를 식혀줍니다.
직접 찍은 사진들, 예사 솜씨가 아닙니다.

'그리움은 불치병'이란 이외수 작가의 시가 여운을 남깁니다.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작가지만 작품까지야.....
유난히 '그리움을 타시는' 트리오님의 고백 같은 시입니다.
제 판단이 너무 앞섰나요?

저의 졸필을 소개까지 해주시다니, 너무 고맙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6월 되십시오.
 2013/06/07 13:14:04  


士雄

오동나무꽃 자세히 보면 좋습니다.
보라빛이 진하게 눈을 매료시킵니다.^^ 2013/06/07 14:52:20  


바람돌

보라빛 꽃은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군요.

그리우니까 외로운 건가요.


 2013/06/08 06:55:22  


산성

헌팅턴 라이브러리,넓은 주차장을 보라빛으로 만들어 놓았던 저 나무
자카란다. 시드니에서도 만났는데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아무튼 인상적인 보라빛 꽃이었어요.

그 아래 보라꽃은 나비가 날아가고 없네요.
나비 출사때 본 꽃?
사진 찍는 재미에 푹 빠지신 것,분명해요.
고요하고 서정적인 음악...

 2013/06/08 07:40:59  


trio

바위님, 외국에서 산 세월에 서울에 있었던 것보다 훨씬 많아요.
젊어서는 애들 키우느라 그립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지냈던 것같은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모든 것이 그립고, 또 그리워지네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이렇게 블로그나 카카오톡 등을 통해 소통하게 되어
서울과의 거리가 많이 좁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타국이지요. ㅋ
 2013/06/08 18:52:11  


trio

사웅님, 자카란다가 오동나무인줄은 미쳐 몰랐네요.
서울에서는 이 나무를 보지 못한 것같은데...
보라빛이 눈을 매료시키는 매력이 있지요?  2013/06/08 18:53:21  


trio

바람돌님, 이 계절에 많이 보이는 보라빛 꽃을 보면서
모든 것이 그립고 아쉽다는 생각에...조금은 우울한 마음으로..ㅋㅋ

바람돌님의 일상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고향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06/08 18:57:14  


trio

산성님, 나비출사 포스팅에서 선보인 보라빛꽃을 기억하시네요.
이름도 모르는 꽃인데...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지만 보라빛이 매혹적이지요?
바위님 방에서 차이코프스키의 "6월"을 듣다가 자카란다가 생각났었어요.
그동안 좀 쉬셨는지요?  2013/06/08 19:0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