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 장 콕토 (Jean Maurice Eugène Clément Cocteau, 1889-1963) -
내 귀는 소라껍질
바닷물 소리를 그리워한다.
Qui aime le bruit de la mer
Mon Oreille est un coquillage
*****
남프랑스 망통에서 만난 장 콕토 뮤지엄
다섯번 째의 프랑스여행,
사실 이번에는 사진여행이었습니다.
7월 11일 집을 떠나 뱅기에 몸을 싣고 시카고와 마드리드를 경유하여
남프랑스 마르세유에 도착하여 멀리 타이완과 브라질에서 온 사람도 있고
엘에이, 달라스, 뉴욕, 등 여러 지역에서 온 일행들과 합류하여 숙소를 정하자 마자
피곤도 불사하고 끝도 없이 펼쳐진 남프랑스의 라벤다 필드에 나가
보라빛 라벤다 향기에 취해 흐느적 거리며 사진을 찍고
나흘 째 되는 날은 이태리 북부 제노아에서 하룻 밤을 지내고
다시 이태리 북부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시 Cinque Terra 지역에서 이틀을 지내고
7일 째 되는 날, 우리는 다시 뜨거운 태양, 푸른 물결이 아름다운 프랑스 남부 해안,
꼬뜨다쥐르(Cote d'Azur)의 망통 Menton 이라는 작은 도시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망통 시내
남프랑스와의 경계에 있는 북부 이태리의 Cinque Terra로 가는 길에 하룻밤 머무는 곳이라
특별히 사진을 찍는 일이 계획된 것이 아니었기에 오후 늦게 호텔에 체크인한 후에
각자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호텔에서 나와 걸었습니다.
이렇게 자유로운 시간에는 첼로는 언제나 혼자였습니다.
왜냐면 18명의 일행이 첼로를 제외하고는 전부 중국인들이라 혼자있는 시간이
고맙게도 알아듣지도 못하는 언어로 부터 해방되는 귀중한 시간이거든요.
물론 이들도 영어를 조금이라도 할줄 알지만 17:1 이라는 엄청난 다수는
첼로를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자기네 나라 언어로만 떠들더라구요. ㅋㅋ
그러니 그들과 함께 있는 것보다 차라리 혼자가 좋을 수 밖에요.
망통의 바닷가
호텔에서 불과 몇 블락 걸어가니까 아름다운 프랑스 남부 해안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바닷가는 그다지 붐비지 않았지만 길 가 카페마다 사람들로 넘쳐서
바캉스의 계절임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바닷가 바로 옆에 있는 장 콕토 뮤지엄이 눈에 띄였습니다.
어머나, 여기에 장 콕토 뮤지엄이?
잘 알지는 못해도 시인이며 소설가, 화가, 필름메이커, 등 천재적인 예술가로
그 이름은 익히 알고 있기에 불어를 몰라도 sign을 보고 금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벌써 시간이 저녁 6시가 지나버려 뮤지엄은 닫혀 있고
이 도시의 시청사 (호텔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에는
벽화는 물론 램프, 의자, 양탄자, 커텐, 등 모든 것을 장 콕토가 디자인하고
장식한 결혼식장 (Wedding Hall)도 있다고 하는데
역시 시청도 닫혀 있고...
망통 시청사 건물
다음 날 일찍 출발해야 하는데
뮤지엄은 오전 10시에나 오픈한다고 하고 시청도 9시에나 근무를 시작할텐데
쌀라쌸라 떠들기만 하는 중국인들에게 계획을 조금 변경해 달라는 말은
차마 하지도 못하고... (이들은 뮤지엄에는 전혀 무관심... )
바보같은 첼로!!!
인생이 참 그러네요.
마냥 실수하고 후회하고...
이런 곳에 언제 또 오겠나 싶어서 눈물이 나도록 아쉬운데
그래도 뮤지엄 건물이라도 몇바퀴 돌면서 사진을 담아서
아쉬운 마음이 조금은 달래졌습니다.
뮤지엄 건물 사진을 찍은 다음에 바로 옆 바닷가에 나가 앉아서
파도에 휩쓸리는 자갈들을 렌즈에 담으며 장 콕토가 그리워한,
아니 소라껍질이 그리워한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를 실컷 들으며
해가 저물고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마냥 앉아 있었습니다.
비록 소라껍질은 발견하지 못하였지만
노을이 지면서 하늘에는 엊그제 보름달이더니 어느새 조금 기울어진 듯한 달이 뜨고
갈매기들은 까욱까욱거리면서 쉬지않고 날고 있었고...
조금도 차갑지 않은 부드럽고 달콤한 밤 바람을 맞으며
남프랑스 망통 바닷가에서의 여름 밤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이 어찌 철썩거리는 바닷물 소리 뿐일까 마는
바다는 역시 그리움, 그리움이었습니다.
"내 귀는 소라껍질
바닷물 소리를 그리워한다"
여행을 하는 중에 너무나 우연히 장 콕토 뮤지엄을 만나 아주 아주 오랫만에 생각 난
이 짧은 시 한 편을 첫번째 포스팅으로 여행 다녀온 인사를 드립니다.
잘 지내셨지요?
여행 중에도 생각나는 것은 음악정원카페 여러분들이었습니다.
노트북을 가지고 가지 않아서.. 아니, 가지고 갖더라도 매일매일 너무 피곤하여
소식을 전할 수 없었을터이지만요.
이 나이에 무슨 전문 사진작가가 될 것도 아닌데 사진에 미쳐서
오로지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으로 무모하게도 중국인들 사진애호가 그룹에 합류하여
17일 동안 남프랑스와 남프랑스에 인접한 북부 이태리 일부를 거쳐
프랑스의 알프스 산을 지나 스위스 제네바까지 4대의 렌트카로 다니다가
제네바에서 렌트카를 돌려주고 떼제베를 타고 빠리에 와서
빠리에서 다시 닷새를 지내고 돌아왔습니다.
첼로에게 어디에 이런 용기와 뱃장이 있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에 미친 정도는 중국인들도 첼로보다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못하지 않을 만큼
열정적이어서 함께 사진 찍는 것은 아무런 지장이 없었고
먹고 자는 일에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는... 아주 검소한 여행이었습니다.
그러나 언어라는 것이 의사소통에 매우 매우 중요한 것인데
언어의 불통 쯤이야 사진을 찍는데 무슨 대수이겠는가...라고
처음부터 '왕따'를 자청하였던 우매함을 자책하면서 다닌 여행이었습니다.
혼자 여행할 때보다 더욱 외롭고 고통스러운 여행이었지요.
그러나 첼로가 아마도 사는게 너무 시들하고 안이해서 인지
여행 중에 경험한 모든 고생들을 돌아와 생각하니
소라껍질이 바닷물 소리를 그리워 하듯이 벌써 다시 그리워지네요.
여행이라는 것이 중독성이 강한 것인지...
첼로가 이렇게 불평불평 하고 있지만
모든 고생 다 잊어버리고 또 떠나게 될테니까요. ㅎ
벌써 8월이네요.
더위와 장마에 건강하십시요.
가을이 머지 않은 것같습니다.
프레데릭 쇼팡(Fredieric Chopin, 1810 - 1849)의 야상곡 Nocturne No. 20, in C# minor입니다.
"피아니스트"라는 영화의 주제음악이어서 우리에게는 더욱 친근한 음악이지요.
쇼팡을 찾아서 폴란드의 와르샤바와 스페인의 마요르카 섬을 가고 싶은 꿈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첼로입니다.
쇼팡의 음악을 들으니 더욱 가고 싶어집니다.
빠리의 몽소공원 Parc Monceau에 있는 쇼팡의 조각상,
2010년 1월에 찾아갔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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