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너때문이야

비 내리는 날에...

후조 2017. 1. 16. 21:44







시를 쓰는 일은?


- 강화식 (재미 시인) -



이른 새벽 풀잎에

대롱대롱


줄은 지어 선 이슬들을

햇살이 오기 전

진주처럼 엮는 일


초록 우단

연꽃잎 위로

구르는 물방울을 잡는 일.


*****


강화식 시인의 시집 <꿈 꾸는 시앓이 '텔로미어'>에서









최근 수년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던 남가주에 모처럼 겨울비가 내리고 있네요.

여름 내내 비가 내리지 않는 남가주는 겨울에라도 비가 좀 내려주어야 하는데

지난 수년간 비가 내리지 않아서 절수법안까지 나오고 모두들 물을 아껴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다 해갈되려면 멀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모처럼 계속해서 내리는 비로

마음마저 차분하고 평안해집니다.








며칠 전 비가 내리는 아침에 가까운 식물원에 갔었습니다.

사람도 별로 없고 조용한 식물원...

내리는 비로 말미암아 연 잎에, 선인장에, 꽃들 위에 

송송송 맺혀있는 물방울을 렌즈에 담는다고 비를 맞으며 한참을 다녔습니다.

물론 우비는 입었지만 왠 미친 사랑인지....  


사진, 너 때문이야!!!







Chopin - Fantaisie Impromptu, Op. 66

Arthur Rubinstein, Piano




쇼팽이여


-즉흥환상곡에 부쳐-



김은숙 (1961 - )


그대 작은 물살 일렁이며 다가오는

젖은 그리움 위로

음표되어 물결처럼 굽이치다가

온 몸 힘놓아 그대 애끓는 가슴 곁

몸을 눕히네


한 순간 손을 놓은 술잔 너머 너머

너울대는 술빛마저 흔들리며 물길 이루고

그대 푸른 환상

온 세상 빛으로 피어올라

가슴 바닥 작은 알갱이들 흔들어 깨우며

세상 가득 베어 있는 물빛 애달픔

온 몸으로 사랑처럼 보듬어 안네


그대 환상인가 슬픔인가

애절함인가

가슴 후비는 저린 사랑인가

푸른 고독이여

애련의 열정이여

슬픈 이름한 영혼이여


***




'피아노의 시인' 쇼팡의 '즉흥 환상곡'입니다.

1월이 되면 언제나 생각나는, 너무 멀리 가버린 그녀도 

이 음악을 좋아했을 것같아요. 

그녀를 잊을래야 잊을 수 없이 기억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인터넷에서의 만남... 아련하기만 하기에 

시인의 표현대로 '환상이고 슬픔이고 애절함'입니다.


그러나 음악과 시가 있는 세상...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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