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홋카이도에서
겨울 사랑
- 문정희 -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2016년 1월, 홋카이도에서 추위에 떨면서 사진을 찍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나 버렸네요..
쇼팡의 Ballade No. 1 in G minor, Op.23,
짐머만(Krystian Zimerman)이 연주합니다.
이 음악... 어디에서 들으셨는지 기억나시나요?
The Pianist라는 2002년에 나온 영화인데 독일군이 폴란드를 점령했던 당시,
실제 인물이었던 유대계 폴란드인 피아니스트였던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에 대한
나찌 독일군장교의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영화였지요.
독일군이 점령한 풀란드의 바르샤바, 추운 겨울이었지요.
스필만이 폐허가 된 빈집에 숨어들었는데 부엌에서 발견한 통조림 깡통을 부삽으로 따려고 하다가
그만 깡통이 굴러가는 바람에 그곳에 온 독일군 장교한테 들키고 말지요.
놀란 것은 스필만 뿐이 아니었을거예요. 그곳에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란 독일군 장교...
뭐하고 있느냐고 묻자 깡통을 따려고 했다고,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자 피아니스트였다고 대답하지요.
'피아니스트...' 라고 긴 한숨을 내 쉬면서 말하면서 스필만에게 따라오라고 하지요.
그래서 따라가니 낡은 피아노가 있는 방이었는데 그 장교는 스필만에게 연주해 보라고 합니다.
초라한 행색의 스필만이 주저 주저 하면서 추위에 곱은 손가락으로 이 곡을 연주하기 시작하지요.
처음에는 어설프게 시작했지만 차츰 연주에 몰입하여 열정적으로 연주를 마치자 독일장교는 감동합니다.
그 후로 매일 몰래 음식을 날라다 주는 독일군 장교,
러시아군이 들어오자 독일군이 철수하게 되는데
마지막 빵을 건네주며 외투까지 벗어 준 장교는 또 묻지요.
전쟁이 끝나면 뭘 하려고 하나?
연주를 해야지요.
이름은?
스필만,
피아니스트다운 이름이네...
그들의 마지막 대화이지요.
전쟁이 끝나고 스필만은 90세를 누렸는데 그 인간미 넘쳤던 장교는
연합군에게 생포되어 1952년에 포로수용소에서 죽었다고 합니다.
인간의 죽음과 삶, 존재 이유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이 영화에
26세 (1836년)의 쇼팡이 작곡한 이 발라드곡은 그 어떤 음악보다 잘 어울렸지요.
쇼팡은 러시아가 폴란드를 점령하고 있는 한 폴란드에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며
바르샤바를 떠나 빠리에서 39년의 짧은 일생을 마감했지요.
비록 다시 돌아가지는 못했지만 그의 고국 폴란드를 결코 잊지 못했기에
그의 무덤은 빠리의 교외에 있지만
그의 심장은 바르샤바 성십자가 성당의 기둥 밑에 묻혀있습니다.
아직 가 보지 못한 폴란드,
추운 겨울에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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