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브람스를 들으며 11월을 보냅니다.

후조 2016. 11. 24. 21:57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에서는 11월을 시작하면서

3, 4, 5일에 세계적인 일본계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를 초청하여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 후에

브람스 교향곡 2번 Symphony No. 2 in D major, Op. 73을 연주했습니다.


미도리가 연주한 베토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 61....

11살에 뉴욕필에 데뷰한 이래 꾸준히 그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미도리 (1971 - )

벌써 45세로 연륜 만큼이나 세련되고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너무나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을 마치 누에고치에서 비단실을 뽑아내듯 연주하더군요.

다이나믹을 극도로 자제한 연주에... 아니, 베토벤을 이렇게?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곧 그녀의 연주에 깊이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결코 평탄치 않았을 그의 삶으로 인한 노련하고 세련된

미도리 만의 독특한 해석이라고 여겨졌습니다.




미도리와 함께... (2016년 11월 4일)




Postlude...

그런데 4일 금요일 낮 2시 공연 때는 11월의 연주로

브람스의 교향곡 한 곡으로는 못내 아쉬웠는지

연주가 다 끝나고 난 뒤 미도리와 함께 오케스트라 단원 5명이

브람스 현악 6중주 2번 String Sextet No. 2 in G major, Op. 36을 연주하더군요.

가끔 연주회 전에 Prelude로 짧은 곡을 연주하거나 설명하는 것은 보았지만

포스트루드 Postlude.... 연주회 후에 이런 연주를 하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미도리는 협연 때 입었던 화려한 드레스를 입지 않고

지극히 평범한 캐주얼 차림으로 나온 모습에 그녀의 소박한 성품을 알 수 있었습니다.

미도리는 연주 외에도 Midori & Friends라는 자선단체를 1992년에 설립하여 아이들의

음악교육에 주력하며 한편 유엔의 평화대사로 임명 받아 사명을 감당하고 있거든요.

연주자들에게는 언제나 무대 위와 무대 밖...

이상이나 꿈과 현실과의 간극이나 갈등이 평범한 사람들 보다 더 많을 것입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중앙묘역에 있는 브람스의 묘입니다. (2009년에)



필라델피아에서 집에 돌아와서도 내내

브람스의 음악을 들으면서 11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흐르는 음악은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 - 1897)의 마지막 교향곡인 제 4번 E단조, Op. 98 입니다.

1980년 Carlos Kleiber가 지휘하는 Wiener Philharmoniker의 연주입니다.


브람스는 4편의 교향곡을 작곡하였지요.

교향곡 제 3번 3악장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사강의 소설을 기초로한

영화의 주제음악으로 사용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고 저도 좋아하는 곡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곡은 브람스가 1885년에 마지막으로 작곡한 교향곡 제 4번 E단조, Op. 98...

그의 네 편의 교향곡 중에서 가장 원숙한 교향곡으로 평가 받고 있는 교향곡입니다.







곡이 시작되면서 바로 나오는 현악기의 쓸쓸하고 애잔하기도 한 주제 선율에

학창시절에 어지간히 좋아하던 시, 김남조님의 "낙엽"이라는 시가 생각나며

가슴을 쓸어 내립니다.  언제나 ~~~^^

브람스는 이렇게 가을을 앓는 모든 이들의 연인이지요.




낙엽/ 김남조



비껴난 햇살의 귤빛 창변에서

눈 시리던 괄목刮目의 당신을 기억합니다.

어느 세월과 그 누구와도 화해하지 않던

당신의 오만한 고독도 기억합니다.


동공을 쪼개고 내솟는 뜨거운 눈물

가장 구석진 참회마저 무섭지 않던

다만 동녀童 같은 통곡으로

우리들 그처럼 구원 받고펐음을 기억합니다.


금방 돌이라도 부수고 싶던

곱게 펴고서

다시 어린 양처럼 유순해졌던

기다림도 기억합니다.


바람이 일어, 짐짓 서릿발 같은 바람이 일어

우수수 못다 안을 낙엽이 지면,

깊은 골짜기 비석처럼 적막한

노송 송피老松松皮 발겨지고

다시금 옛날 피멍울지며 아파집니다.


산악 같은 고집과 어리광 모두 어이코

이제는 바윗돌처럼 잠이 든 당신의 무덤

그 위에 낙엽이 지고 낙엽이 쌓이는데

삼단같은 머리 검고 숱하고

나만이 아직도 궂은 벌罰처럼 젊었습니다.


***




생각해 보면 브람스 만큼 바보 같은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그저 막연하게 클라라 슈만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고

결혼도 하지 않고 그녀에 대한 사랑을 작품으로 승화시켰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브람스에 대한 글을 좀 더 읽고 보니 그는 성격적으로 매우 소심하고

자신에 대해서 자신감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한 때 나마 사랑하던 여인 아가테에게 먼저 절교를 선언을 했던 것도

결단력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자신을 괴롭히는 사랑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옹졸한 처사가 아니었는지...

또한 브람스의 피아노 제자가 되기를 간청했던 엘리자베스 폰 헤르초겐베르크를

그녀의 빼어난 미모에 마음이 끌릴까봐 제자 삼기를 거절했다고 전해지지요.


그러고 보면 클라라에 대한 그의 마음도 사랑은 아니었던 것같습니다.

그저 누이같은 클라라... 혼자 몸으로 아이들을 키우며 연주생활을 하던 클라라에 대한

연민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클라라에 대한 특별한 애증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우유부단한 성격, 소심한 성격으로 인하여 결혼도 하지 못하고 일생을 보낸 것이 아닐까..... 

그래도 브람스가 떠난지 백년이 훨씬 더 지난 이 시대에도

클라라 때문에 일생을 독신으로 지냈다는 꼬리표는

여전히 브람스를 따라 다니고 있으니... ㅋ



바람이 일어, 짐짓 서릿발 같은 바람이 일어

우수수 못 다 안을 낙엽이 지면,

깊은 골짜기 비석처럼 적막한

노송 송피老松松皮 발겨지고

다시금 옛날 피멍울 지며 아파집니다.







벌써 가을도 저물어가고 겨울이 다가오는 길목에서

보내기 아쉬운 연인과의 작별처럼 못내 서러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그래도 감사 주일인데 지난 한 해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인하여 감사하며

터키를 구울 준비를 합니다.


"감사로 제사를 드리는 자가

나를 영화롭게 하나니

그의 행위를 옳게 하는 자에게

내가 하나님의 구원을 보이리라"

(시편 50편 23절)


Happy Thanksgiving!!!


오늘 뉴스에 모국은 벌써 한파, 폭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