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오스트리아 보덴 호수 위의 floating stage에서 공연한 오페라 <아이다>
서울에 사시는 큰언니는 클래식음악의 왕팬일 뿐만 아니라 그림이나
문학, 등 다방면에 관심과 지식이 많아서 덕분에 저도 클래식음악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결혼하여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나에게 지금은 작고하신 음악평론가 김원구님의
<형이상학적인 음악의 강은 흐른다>(1985년)라는 책과 월간지 <객석>을
수 년간 보내 주시기도 하여서 클래식음악에 대한 관심을 높여갔습니다.
그러다가 오래 전 인터넷이라는 것을 사용하기 훨씬 전에 우연히
1997년에 출간된 한국일보의 논설위원을 지내신 김성우님의
<명곡의 고향을 찾아, 세계의 음악기행>이라는 책을 구입하여
교과서처럼 항상 가까이 두고 시간 날 때마나 읽곤 하였습니다.
|
|
아직 여행이라고 해야 얼마 하지 않았지만 나의 음악여행의
첫번째 멘토는 사실은 김성우님의 이 책이었습니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절판되었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 보면 김성우님은
전 유럽과 러시아와 핀란드까지, 바흐에서부터 헨델과 하이든, 모짜르트와 베토벤,
로시니, 푸치니, 베르디, 바그너, 슈베르트, 멘델스존, 브람스,
말러, 슈만, 쇼팡, 베를리오즈, 드뷔시, 요한 스트라우스, 리스트, 차이코프스키와
그리그, 시벨리우스 등 유명 음악가들의 고향과 흔적을 찾아 다니고
미국과 나폴리의 민요의 고향까지 찾아 다닌 행적을 기록한 책인데
물론 구입해서 읽을 당시만 해도 음악여행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하면서도
내 마음 속에서는 그러한 음악여행의 꿈을 키워온 것같습니다.
콜로라도 아스펜 여름음악축제
원래 남편은 여행을 좋아해서 주로 미국내 국립공원 등을 여행하다가
막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는 막내 덕분에 미국내 여름 음악축제가 열리는
버몬州의 말보로, 마사추세츠주의 탱글우드, 뉴 멕시코주의 산타페,
클리브랜드의 앙코르 뮤직캠프, 콜로라도주의 아스펜과 베일 밸리,
캘리포니아의 나파벨리와 산타 바바라, 워싱턴주의 시애틀, 등 여러 곳을 다니면서
연주도 즐기고 음악에 대한 견문도 넓힐 수 있었습니다.
2009년 오스트리아 브레겐츠에서 열린 오페라 축제를 알리는 배너
그러다가 몇년 전인가 가끔 들리는 서점에서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이라는 책이
눈에 띄여 박종호님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그 후 그분의 책을 계속 주문하여 읽으면서
그 동안의 내 안의 클래식에 대한 목마름을 해갈할 수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분이기에 클래식을 이리도 잘 아시고, 여행을 많이 하는지 궁금하였지만
그저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은 그 분이 정신과 의사로 음악전공이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클래식음악을 많이 접하다가 여유로워지니까
외국에서 열리는 오페라까지 관람하기 시작하여 남들은 일생에
한번도 가기 어려운 곳을 수차례, 수십차례 다니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도 컨서트에 자주 가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아무 때나
마음 내킬 때 훌쩍 외국으로 떠날 수 있는 그분의 재력과 자유와 열정이 부러우면서도
실로 그 열정은 열정의 단계를 넘어 광적(?죄송)이라고 느꼈습니다.
매년 여름 오페라 페스티발이 열리는 베로나의 고대원형 경기장 아레나
이태리 베로나의 아레나에서 매년 여름에 열리는 오페라 페스티발에
거의 매년 가시다가 어쩌다 한 해라도 걸르면 그토록 허전하셨다니...
연주자라면 몰라도 음악애호가로서 연주회에 가기 위해서 외국에 그렇게
자주 다니는 박종호님같은 분은 아마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을 것입니다.
가히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세계적인 존재인 것같습니다. ㅎㅎ
박종호님의 2005년 출간된 <유럽음악축제 순례기>
특히 2005년에 내놓으신 박종호님의 <유럽음악축제 순례기>는
내게 유럽여행을 시작하게한 불쏘시게 같은 것이었습니다.
책을 통하여 평소에 듣던 유럽의 음악축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게 되어서
책을 읽고 맨 처음으로 여행을 계획한 것이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였습니다.
잘츠부르크 여름 음악축제가 열리는 대축제극장(Grosses Festspielehaus)
일주일 여정으로 잘츠부르크, 브레겐츠, 인스부르크, 비엔나를
수박 겉할기 식으로 숨가쁘게 돌고 나서는
다음 해 년초에 프랑스 파리와 6월에 봄음악축제가 열리는 체코의 프라하,
그리고 작년에 이태리의 북부의 밀라노, 베로나, 베네치아, 만토바와
라하티코, 피렌체, 페사로, 피사, 부세토, 토레 델 라고, 등을
시간이 허락하는한 컨서트도 몇 군데에서는 관람을 하면서 다녀보았습니다.
이태리 여행을 할 때는 박종호님의 이태리여행기
<황홀한 여행>도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외국에서 개인적으로 여행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김성우님의 책과 박종호님의 <유럽음악축제 순례기>는 최근 3여년동안
유럽 곳곳을 찾아 다닐 수 있게 해 준 내 여행의 멘토였고 길잡이 였습니다.
다녀와서도 다시 책을 보니 더욱 감명깊게 여겨지며 지척에 두고도 아쉽게
놓쳐버린 곳도 많아서 얼마나 안타까운지...
우리같은 사람이야 또 언제 갈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체코의 프라하에 있는 국민극장 (Municipal House)
작년 1월부터 조블에서 블로깅을 하면서 책에 대한 리뷰가 나올 때마다
읽고 싶은 책은 서점에 가서 주문하여 읽으면서도
감히 리뷰를 써보려는 생각은 하지도 않다가 박종호님의 <유럽음악축제 순례기>의
수정판이 나와서 리뷰이벤트가 있다고 해서 저도 신청해 보았더니
해외에 있는 블로거들에게는 해당이 안된다는 답변이었습니다.
해외로 책을 배송하는 문제도 있고...
작곡가 로시니의 축제를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있는
로시니의 고향 페사로의 어느 카페
얼마전 조블의 상태가 좋지 않았을 때도 내 컴이 잘못된 줄로만 알았다가
나중에 해외블로거들에게 블로그접속을 차단했던 것을 알고 좀 서운했었는데
책 리뷰이벤트에도 해외블로거는 제외된다고 하니
새삼 고국에서도 '이방인'이라는 생각에 조금 서글퍼지려고 했습니다.
음악가 구스타브 말러나 <변신>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도 유대인으로 일생을 통하여
'이방인'이라는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하는데 오늘날도 외국에 살고 있는
이민자라면 누구나 고국에 대한 향수를 떨쳐버릴 수 없고 '이방인'으로서
외로움을 달래야 하는데 지구촌, 더구나 인터넷의 발달로
온 지구가 하나가 된 작금에 그러한 차별이 존재한다니...ㅋㅋㅋ
오히려 해외블로거들에게 먼저 특혜를 주실 만한데...
(리뷰를 쓸 자격도 없는 사람이 운영상 규칙이 있을텐데 불평하려고 하는 말은 아니고
이참에 해외블로거들에게도 기회를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푸치니 오페라축제가 열리는 토레 델 라고의
마사치우콜레 호숫가 공연장을 바라보는 푸치니동상
그런데 박종호님이 클래식 음반을 파는 가게(?)를 시작했다고 하면서 가게의 이름이
"풍월당"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이름이 좀 의외였습니다.
클래식 음반을 파는 곳이니까 외래어로 멋진 음악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풍월당"이라니, 풍월을 읊으나? ㅎㅎ,
(이곳에 사는 내 친구는 그나마 풍월당이라고 하니까
우리가 타고 다니던 61번 버스 정거장 옆에 있던 빵집이니? ㅎㅎ)
과연 클래식음반 사업이 잘 될까...라는 염려를 하다가
그곳에서 음반을 살 것도 아니니까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서야 블로그를 통해서 풍월당에서 연주, 음악감상과 해설, 등
여러가지 음악프로그램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음반가게 "풍월당"이
이익을 추구하는 장사가 아니라 문화사업을 위한 전초기지였다고 여겨지면서
위에서 그분의 열정을 광적(?)이라고 생각한 것이 미안했습니다.
그토록 열정적으로 음악여행을 하면서 책을 펴 내시더니...
광적이라는 비난을 들을 만큼 열정적이지 않고는
결코 이루어낼 수 없는 문화사업일 것입니다.
문화사업은 재력가들이 사회를 위해서 꼭 해야만 하는 일이지만
재력으로만 하는 것보다는 박종호님처럼 자신이 직접 경험하며 펼치는 일이기에
음악전공자나 일반 클래식음악 애호가들에게 너무나 소중한 사업,
결코 쉽지 않은 일을 이루시는 것같습니다.
이태리의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의 고향, 리하티코에 있는 야외의 '침묵의 극장'
클래식음악에 대한 인식이 점점 약해져가는 현 세대입니다.
이곳에서 컨서트에 가면 객석에 앉아있는 분들이 거의 백발입니다.
젊은이들은 클래식에 대해 너무 무지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같습니다.
어린이들 만화영화에도 클래식 음악이 들어있고 각 오케스트라같은 단체들도 어린이들을 위한
컨서트 등으로 차세대의 클래식 팬들을 확보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하기는 하지만
극심한 불경기로 인하여 미국내의 음악계의 실정이 심각한 것같습니다.
여러 군데 오케스트라나 오페라단체, 등이 파산을 하거나 공연 횟수를 줄이거나
아예 문을 닫아버리고 있어서 앞으로의 클래식 시장의 미래가
밝지 못하다는 우려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서울에 연주하러 나가는 연주자들의 말을 들으면
서울의 객석은 년령층이 미국보다 훨씬 젊다고 합니다.
왠만한 사고를 가진 젊은 사람들은 클래식에 많이 심취하고 있는 것같아 보이는데
최근에야 알게 된 성악가 이동활님의 강의나 박종호님의 "풍월당"이
큰 몫을 하는 것은 아닌지... 물론 그 외에도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다른 정보는 이곳에서 잘 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책을 내시고 더 좋은 기획으로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참으로 귀한 길잡이가 되어 주시리라 기대합니다
그런데 풍월당의 회원에 가입하려고 하니 한국의 전화번호가 있어야 되더군요.
외국 전화번호를 기재하는 사항도 있으면 좋을텐데...ㅋㅋ
"풍월당"...
.
.
.
서울에 나가 보고 싶은 이유입니다.
*****
Franz Peter Schubert(1797-1828)의 미완성교향곡(Unfinished Symphony)으로
알려진 Symphony No. 8 in B minor, D759 입니다.
31세의 안타까운 나이에 삶을 마감한 슈베르트,
베토벤을 무척이나 좋아하여 그와 함께 묻히기를 원했고
그래서인지 베토벤이 57세에 죽었을 때 운구를 메었고
다음 해 그도 베토벤를 따라 31세의 나이에 죽어서
비엔나의 중앙묘지의 베토벤 곁에 묻혀있는 천재 음악가입니다.
비엔나의 중앙묘역의 특별명예구역에 있는 슈베르트의 무덤
가운데는 모짜르트의 기념상이고 왼쪽은 베토벤의 무덤입니다.
"미완성교향곡"은 슈베르트가 25세(1822년)에 작곡한 것인데
2악장까지만 작곡하였기에 "미완성교향곡"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여러가지 이론이 있지만 아무튼 2악장만 작곡하여
친구 휘텐브레너에게 보냈는데 2악장만 있으므로 미완성작으로 알고
발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후 37년 만에야 그 친구집에서 발견되었고
악보가 발견되고도 6년만에야 초연되었다고 합니다.
비록 미완성이지만 브람스는 이곡의 아름다운 선율은
사람의 영혼을 끝없는 사랑으로써 휘어잡는다고 극찬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곡이 자칫 40년 이상 감추어져 있어서 빛을 보지 못할 뻔했습니다.
어자피 인생은 미완성인데 교향곡이 미완성이면 어떻고 완성이면 어떻습니까?
들어서 아름답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 않을까요?
<음악과 여행이야기>라는 타이틀의 블로그에 나 자신의 기록으로 남기면서
동시에 개인적인 경험을 관심있는 이웃님들과도 공유함으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큰 기쁨이 있기에 만일 블로깅을 하지 않았다면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이 그토록 간절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여행을 할 때마다 나 자신이 너무나 무지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조금만 더 젊어서 여행을 시작하였더라면...하는 아쉬움이 있고
앞으로 몇년이나 더 다닐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미치면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차피 인생이 누구나 미완성으로 마치게 되는 것이므로
나의 음악에 대한 갈망도 언제 미완성으로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도 나는 음악여행을 꿈꾸고 있습니다.
나는 '트리오'이니까요.^^^
2012/07/24 08:03
|
|
|
|
|
|
|
|
'음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브람스를 들으며 11월을 보냅니다. (0) | 2016.11.24 |
---|---|
하이델베르그에서 만난 첫사랑 아내에게... (0) | 2016.10.29 |
바보같은 첼로....할리웃볼에서 (0) | 2016.06.20 |
분덜리히가 부르는 "아름다운 5월에", 독일여행을 추억하며 (0) | 2016.05.05 |
4월, 그리고 4월에 듣는 노래.. Chris De Burgh (0) | 2016.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