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다>
- 박완서 -
심심하고 심심해서 시를 읽는다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 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피고 낙엽지는 걸 되풀이 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
외람되게도 박완서님의 위의 시 <시를 읽는다>의
'시를 읽는다' 라는 구절에
'사진을 찍는다'라고 넣어서 읽어보았습니다. ㅋㅋ
<사진을 찍는다>
심심하고 심심해서 사진을 찍는다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 받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사진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사진을 찍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사진을 찍는다.
꽃피고 낙엽지는 걸 되풀이 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사진을 찍는다.
*****
어지간히 할 일 없는 후조입니다.
2년 전 여름 중국인 사진그룹을 따라 서부해안을 북상하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남이 운전하는 차를 타면 꼭 멀미를 심하게 하는데도
미쳐 그 생각을 하지도 못하고 따라 나선 사진기행...
멀고도 머어언 길...
결국은 너무 힘들어서 오레곤의 포트랜드에서
일행을 뒤에 두고 뱅기타고 날라와 버렸습니다.
그래도 그 때 찍었던 사진을 정리하면서 돌아 보니
그 때 그렇게라도 가지 않았으면
언제 갈 수 있는 기행도 아니었구나 싶습니다.
자녀들 다 출가시키고 나니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겠구나 싶은 나이인데
늦게 배운 도둑질로 날 새는 줄 모른다 더니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라고 가고 싶으니...
왠 욕심인지, 열정인지, 허영인지...
사진에 대한 마음이 아직은 식을 줄 모르고 있습니다.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
Celine Dion이 부르고 이어서 Roberta Flack이 부릅니다.
가슴 절절하게 즐기던 노래, 오랫만에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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