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의 뮤직페라인 (Musikverein Wien: 빈음악협회)의 Golden Hall (황금홀: 대강당)
오전에 함브르크에서 비행기로 빈에 도착하자 마자 홀에 가서 음향을 테스트할 겸 리허설하는 모습입니다.
뮤직페라인의 황금홀..... 음악가들이나 음악애호가들에게는 분명 꿈의 무대일 것입니다.
홀 가운데 두 줄로 나란히 있는 샹데리라, 건물 양쪽 기둥에는 세워진 뮤즈들인지 여신상들이 있고...
고즈넉하고 고풍스러웠지만 워낙 20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내온지라
함브르크의 최신식 연주홀과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200 여년 세월의 간극이 여실했습니다.
그래도 후조가 비엔나의 황금홀에 와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스러웠지요.
음악의 도시, 비엔나...
독일 출생인 베토벤이 22세에 독일을 떠나 비엔나에서 35년이나 이곳에서 살고
끝내 고향에는 돌아가지 못하고 이곳에서 57세의 생을 마감했지요.
그 외에도 많은 음악가들의 산실이었던 비엔나... 그러기에 비엔나의 중앙 묘역에는
베토벤, 슈베르트, 모짜르트(기념비), 요한 스트라우스, 브람스, 등 악성들의 묘가
한 곳에 모여있는 특별구역이 있어서 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지요.
1812년에 설립된 비엔나의 음악협회는 1870년 1월에
건축가 테오필 한젠(Theophil Hansen)의 설계로 건축하였으니 200년이 넘는 건물입니다.
이 건물에는 2000명 규모의 대 연주홀인 황금홀 뿐만 아니라 600명 규모의 작은 홀도 있는데
빈 음악협회 회원이었던 요하네스 브람스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1937년에 브람스홀로 명명되었고
자료실과 출판사, 피아노 제작회사 등도 입주해 있다고 합니다. 로린 마젤, 알프레드 브랜델 등도 회원이라고...
이 홀에서 매년 1월 1일에 열리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는
전 세계에 TV로 방영되는 것으로 아주 유명하지요.
언젠가 이곳에서 신년음악회를 보고 싶다는 꿈을 꾼 적도 있는데
신년음악회는 아니지만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으니
진정 제 인생에서 가장 황홀한 순간이었고 감사가 넘치는 일이었습니다.
(Photo from internet)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유럽과 이스라엘 연주투어를 떠나기 전부터이스라엘에 가지 못하게 하는
Pro-Palestinian들의 데모가 연주홀 앞에서 있었고
유럽투어 첫날인 브루셀의 연주홀에서는 연주가 시작된 후에 Pro-Palestinian들이 어떻게 가지고 들어왔는지
확성기로 소리를 지르는 소동이 있었기 때문에그 후 모든 일정에서는 보안을 강화하고
멤버들은 긴장 속에서 연주를 하였다고 합니다.
(Photo from internet)
그러므로 비엔나 황금홀에서의 연주가 시작되기 전에 홀의 관계자는 그런 사태가 있었음을 설명하며
혹시라도 그런 난동을 부리려거든 연주가 시작되기 전 지금 하라고 하는 유머스러운 발언도 하더군요.
Music is a Language of Love, Happiness and Peace,
음악은 사랑과 행복과 평화의 언어...
지휘자는 이러한 일련의 사태가 일어나자
이번 이스라엘 연주투어가 결코 정치적인 이슈가 아니고
다만 '음악은 사랑의 언어이고 행복과 평화의 언어'라고 설명함으로 저지 세력을 잠잠케 하며
이스라엘에서의 프로그램에는 이스라엘 국가를 연주하는 것을 제외시키기도 했다고 합니다.
비엔나에서의 연주 후에 이스라엘로 가서 Halfa, Tel Aviv와 예루살렘에서의 연주를 마지막으로
모든 일정을 성공적으로 끝낸 2018년 유럽투어는
분명히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억될 것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지휘자의 마지막 지휘가 얼마나 열정적이고 폭발적이었을까 짐작이 됩니다.
연주 후 지휘자는 관객들에게 "Todah rabah chaverim', 히브리 말로 "Thank you, friends!'를 외쳤다고 합니다.
참으로 감사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지휘자 야닉 네제 세겡은 1975년 생...
부모가 대학교수인 캐나다의 프랑스인으로 유복하게 자라서인지
그는 무척 밝고 명랑한 성격인 듯 보였습니다.
그러므로 그가 음악을 사랑과 행복과 평화의 언어라는 소신으로 현재 세계적인 명성을
구가하고 있는 것으로만 봐도 이번 연주여행이 얼마나 그에게 중요했을지가 짐작이 됩니다.
그가 2011년 경제란으로 허덕이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발탁되었다는 소식에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는
"야닉 네제 세갱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뽑았다는 발표는
위험하고 섣부른 전략이다. 캐나다에서 온 이 사람이 가진 재능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재능만으로는 모자라기 때문이다.
내년이 오케스트라에 고비가 될 것이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지휘자는 언제든 도망갈 수 있다." 라는 평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예상과는 다르게 그의 지휘는 갈수록 세계적인 열광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두 번의 공연을 서울에서 펼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연주리뷰를 검색하다가 발견한
한정호의 라이브 리뷰에서 아래와 같은 문구가 흥미롭습니다.
"지휘자의 넘치는 에너지에 매료됐고 역사주의 해석과는 동떨어진, 과장으로 범벅이 된소리의 향연에
이틀 연속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올 해 마흔 둘의 세갱은 동아시아 애호가 그룹에
여전히 위력적인 오먼디식 필라델피아 사운드의 향수를 되살렸다."
또한 음악 애호가 홍두령님의 글도 매우 흥미가 있어서 여기에 옮겨 놓았습니다.
단지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하루 봤을 뿐인데 필라델피아라는 도시와 사랑에 빠진 기분이다. 이토록 자유분방하고도
자신만만한 음색은 처음이다. 북미 대륙의 정수를 맛본 기분이랄까? 미국의 옛 수도를 연고로 하는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이하 PO)와 캐나다 출신의 젊은 지휘자 야닉 네게-세갱의 조합은 강력했다. '자유! 더 많은 자유! 극한의 자유!를 부르짖으며 탕아가 되고픈 내 안의 로망을 쉴 새 없이 자극해대는 통에 한음도 놓치기 아까워 고도로 집중했다.
오래간만의 일이다. 최근에 음악회장에서 숙면을 취하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지휘자인 네게-세갱을 예찬하지 않을 수 없다. 몇몇 영상물을 통해 매우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는데
어제 연주를 계기로 급기야 '빠돌이'가 돼버렸다. 내 소견으로는 카라얀과 래틀의 장점을 발췌해서 합체한 지휘자 같다.
카라얀은 주선율을 부각하기 위해 부선율을 뭉개는 성향이 있다. 해서 귀에는 팍팍 꽃히지만 세세한 디테일을 만끽하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이다. 반면 래틀은 철저히 민주적인 앙상블을 지향하는 덕분에 모든 파트가 공평하게 조명되는 대신
지휘자가 확 잡아서 끌고 가는 그런 맛은 덜하다. (일부러 대조되는 측면을 부각해 쓴 부분이라 다소 과장되게 읽힐 수도 있겠다.)
내가 느끼기에 내제-세갱은 작품의 전개 방향과 부각할 부분 등을 확실히 주지시켜 큰 줄기를 선명하게 연출하는 가운데 디테일은 단원에게 재량권을 주는 축으로 보였다. 이게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1) 지휘자는 설득력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되 디테일은 믿고 맡겨야 하고, 2) 연주자는 충분한 상상력와 연주력을 기반으로 그걸 실제 소리로 구현해야 한다. 이게 가능하려면 당연히 3) 지휘자와 연주자 간에 음악적, 인간적 교감이 조성돼야 할 테고.
1부에서 연주한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는 이런 연주의 결정판이었다. '그동안 난 뭘 들었던 거야?'라는 의문이 일만큼 구성부터 음색까지 차원을 달리했다. 나는 네제-세갱이 짜놓은 완변한 감옥에 갇혀 30분 넘도록 숨죽인 채 몰입했고, PO 단원들은 예의 자유분방하고 자신만만한 연주로 감옥 안의 나를 놀리며 유린했다. 특히 목관군와 트럼펫 수석이 어우러져 펼친 음색의 향연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단언컨대 레코드엔 담을 수 없는 소리였다. 난 실연과 레코드간의 우열을 두지 않는 축인데 이런 연주를 접하면 첼리비다케의 소신에 잠시나마 수긍하게 된다.
앙상블의 관점, 즉 오케스트라에 기대하는 통상적인 미덕의 측면에선 아쉬운 측면이 적지 않았다. 숙련된 일류 악단이 펼치는 일사불란한 그런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단 뜻이다. 근래 겪은 파산 위기 탓일까? '필라델피아 사운드'로 알려진 이미지와 달리 거칠고 투박한 면이 다분했으며 이는 2부에서 연주한 브람스 교향곡 4번에서 두드러졌다. 3도 하향, 6도 상행으로 유명한 1악장 추반부터 여기저기서 번갈아가며 삐끄덕거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연주가 매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왜냐하면 익히 들어온 브람스 교향곡 4번과는 자아내는, 어찌 보면 의도하는 정서 자체가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독일적, 브람스적 등으로 흔히 수식되는 일련의 기대를 내려놓고 네제-세갱과 PO 조합의 혈기왕성하고 유쾌한 에너지를 만긱하는 것도 나로서는 꽤 즐거웠다. 브람스를 들으며 우수에 찬 고독남이 아니라 휘파람 불며 운동하는 근육질 청년을 연상하는 것은 분명 엽기적이지만, 시선을 달리하면 '그게 뭐?'라고 되묻지 못할 이유도 딱히 없다. 모두가 똑같은 연주를 한다면 차라ㅏ리 그편이 비극이다.
그래서 나는 '네제-세갱 만만세!'를 외치련다. 내 성향에 꼬 맞는 자유롭고 유쾌한 기질의 지휘자다. 곡의 새로운 면모를 찾아서 선명히 부각하는 데서 남다른 음악성을 느꼈고, 단원들과 어우러져 무대를 진정으로 즐기는 모습에서 엔터네이너로서의 재능도 최상급임을 확인했다. 미국을 근거로 활동하기에는 최고의 인재로 보인다. 1975년생이니 사실상 나와 같은 세대다. 일생 동안 지켜보며 응원할 만한 지휘자를 비로소 만나듯해서 기쁜 마음이다. (이 말은 곧 음반/영상물 사재기가 시작된단 소리. 망했어요!)
현재 네제-세갱은 PO와 2025-26 시즌까지 계약된 상태이고 2021-22 시즌부터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이하 메트)의 수장을 겸한다. 이 정도면 북미 대륙을 대표하는 음악가가 돾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메트 측에선 좀 더 일찍 함께하길 바라지만 본인이 고사했다. 그동안 함께해온 고향 악단과의 의리를 지키겠다면 거기와 계약을 연장한 것이다. 그러자 메트는 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지명자; 지위를 부여했다. 어제 연주를 통해 느낀 바론 콘서트보다 오펠에 훨씬 강하ㅏㄹ 것 같다. 복잡한 구성을 풀어헤쳐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역량과 지배하려 들지 않고 재량권을 주며 화합하는 리더십은 그 누구보다 메트에 적격으로 보인다. 굵직한 족적을 남길 것으로 확신한다.
("드디어 만난 지휘자, 야닉 네제-세갱' 전문입니다. 음악광 홍두령, 2017. 6. 8.)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 4번 in F minor, 제 2악장입니다.
차이코프스키는 14살에 그의 어머니를 여의었는데
이 곡은 그가 어머니를 그리며 작곡한 곡이라고 합니다.
Daniel Barenboim 지휘하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 2악장 후에
유진 올만디가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연주 (1963년)로 전곡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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