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이야기

못말리는 할미들의 일탈... Vail, Colorado (2019)

후조 2019. 7. 28. 12:59

 

우리들의 이야기 (2)

 

야외음악당 Gerald Ford Amphitheater, Vail, Colorado (2019)

 

(Vail, 2017)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  이혜인 -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

 

지난 7월 12일부터 18일까지 콜로라도의 베일에

함께 여행을 했던,  학창시절의 감성을 고이 간직하고

많은 시를 사랑하며 애송하는 대구에 사는 K...

 

너무 즐거웠다고, 또 만나자고 몇 번이나 다짐하고 떠났는데

그래도 아쉬웠는지 대구에 도착하자 마자

The pain of parting is nothing to the joy of meeting again.

(이별의 고통은 재회의 기쁨에 비할 바가 아니다)라는 

메세지와 함께 보내 온 이혜인님의 시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친구들과의 여행이 

그 어떤 여행보다 즐거워서 더 할 나위없이 행복해지더군요.

아마 나이 탓이겠지요.

그러나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서울에 사는 친구들과 쉽게 만날 수는 없는 일, 

그래도 이제는 어느 정도 모든 메임에서 자유로워진 싸모님들의 여행이야기...

 

 

불과 서너 달 전에 미 동부 프린스톤에서 사는 딸을 가진 친구가

딸 네집에 6월에 와서 7월쯤에 돌아갈 거라고...
그래?  그러면 서울에 돌아가는 길에  나랑 덴버에서 만날래?그럴까?  ㅎㅎ
매사에 긍정적이고 항상 미소를 잃지 않고
신실한 믿음으로 사는 친구는 선뜻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더라구요.
잠간만... 리조트가 예약이 되는지 알아볼께..
타임쉐어로 가지고 있는 리조트를 예약하지 않으면

다른 숙소들은 너무 비싸거든요.

베일 음악축제가 열리는 콜로라도 베일에 있는 리조트를 알아보니

다행이 예약 가능... 당장 한 유닛을 예약하고...

그럼 우리 7월12일 경에 덴버공항에서 만날까?  

오케이!자세한 것은 나중에 알려줄께!

오케이!

 

 


그러고는 며칠 지나 친구가

대구에 사는 K한테 놀러갔는데 딸네가 6월에 산호세로 이사하니까 

딸 이사 도와주러 산호세에 온다고 하니까 덴버로 오라고 할까?

그래?  노 프러블럼!  너무 좋다!!!
시카고에 사는 S도 오라고 할까?

오케이!  덴버에서 가까우니까 오면 좋지! ㅎㅎ

 

이제 4명... 리조트 한 유닛에 4명까지는 머물수 있으니까....
그런데 몇 일 뒤 
그런데 J가 7월에 시애틀에 사는 아들한테 온다고 하는데 오라고 할까?

그래? 그럼 한 유닛을 더 예약할 수 있으면.... 
그래서 알아보니 다행히 가능...

2 유닛에 다섯명이면 넉넉하게 지낼 수 있어서 오히려 더 좋네...
그런데 팜데일에 사는 H, 대구에 사는 K와는 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절친이라

꼭 만나고 싶다고..  어머나 6명?  SUV를 예약했는데 차를 바꿔야겠네...

차를 미니 벤으로 바꾸고 렌트카에 6명 이상은 무리이니까 

이제 No more!  ㅋㅋ

 

드디어 6명의 할미들... 

6명 중 4명은 작년 우즈베키스탄 여행 동지들...

4명은 프린스톤, 시카고, 시애틀, 산호세에서, 2명은 캘리포니아에서

각각 뱅기를 타고 12일 낮 12시 경에 도착하기로 하고 각자 비행기 예약하고...

 

 


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12일...

마침 그 날 저녁 6시에는 콜로라도 베일의 야외 음악당에서는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을 하는 날이라 우리는 더욱 설레이면서 잔디밭 표를 미리 예매하고...
덴버공항에서 베일까지는 약 100마일,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이니까

늦어도 1시 경에 렌트카를 찾아서 달리면 저녁 컨서트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각각 다른 장소에서 12시 경에 도착하기로 비행기를 예약했는데....

그 날은 금요일... 여름이고 금요일이라 그런지 비행기가 늦게 도착하기도 하고

짐이 너무나 늦게 나오고... 공항은 완전히 북적북적...

드디어 짐을 다 찾고 나니 3시경, 점심도 못 먹고

셔틀을 타고 렌트카 회사에 가서 렌트카를 찾은 시각이 3시가 훌쩍 넘었는데

그래도 충분할 거야, 라고 생각한 것은 택도 없이 금요일 오후라

고속도로에 차가 얼마나 밀리는지... 거북이 걸음을 하고 가고 있으니...ㅋㅋ

어떻게 하든 조성진 연주를 꼭 보고 싶었던 소망을 포기하고...

그래도 열심히 쉬지도 않고 달려갔더니 중간 휴식시간에 야외공연장에 도착, 

겨우 후반부만 볼 수 있었지요.그래도 내일 오페라 공연도 있으니까... 

 

 

다음 날 아침 창 밖으로 보이는 울창한 숲,

멀리 만년설이 보이는 높은 산에는 곤돌라가 다니고,

바로 눈 앞에 보이는 강은 어찌나 물살이 센지...

 

유럽의 어느 멋진 도시같은 베일 시내....

너무 좋다고, 너무 아름답다고...
베일은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유명해서 세계 각국에서 스키어들이 몰려오는 곳,

여름에는 곤돌라를 타고 산정상에 올라가서 

바이커들은 마운틴 바이크를 즐기는 록키 산자락에 숨겨진 보석같은 아름다운 휴양지...

 

 

우리들은 아침을 별다방(스타박스)에서 간단히 먹고

수퍼마켓에 가서 일주일간 먹을 식재료를 사고...간단히 늦은 점심을 먹고는

다시 저녁 6시 공연을 보러 공연장에...

베일 여름 음악축제 사상 처음으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를 공연하는 날...

 

딸이 공연 전에 와서 엄마 친구들한테 인사를 하고...

멀리 무대에서 딸과 사위와 다른 멤버들이 손을 흔들어 환영을 하고...

 

 

그곳 무대에 어떻게 무대장치를 하고 오페라를 공연할까 사뭇 궁금했는데

오케스트라가 무대 조금 뒤로 앉고 특별한 무대장치는 없이 오페라 의상을 입은 성악가들이

무대에서 액션과 함께 노래를 하는데....

 

대형 스크린으로 성악가들과 오케스트라 멤버들을 쉽게 볼 수 있고

천둥이 치다가 비가 조금 뿌리기도 하는 궃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진지하게 듣는 청중들...

 

Floria Tosca;  Julianna Di Giacomo,

Mario Cavardossi;   Yusif Eyvazov,

Baron Scarpia;  Elchin Azizov, 

 

세계 최정상급 성악가들의 노래에 완전히 사로잡혀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몰입했던 시간들...

또 하나의 멋진 추억이 되었습니다.

 

곤돌라 타고 베일산 정상에 올라가니...할미들이 알프스 소녀가 되었네...ㅎ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을 뒤로 하고 푸른 하늘 높이 뛰었지요. ㅎ

 

16에는 베일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아스펜을 찾아갔습니다.

아스펜은 존 덴버의 고향... 그곳에는 존 덴버의 노래비가 있는 공원이 있고

매년 여름 아스펜 음악축제가 열리고 있었고

아스펜에서 불과 15분 거리에 너무나 아름다운 마룬 레이크 Maroon Lake가 있지요. 

 

 

아스펜에 있는 존 덴버의 공원(John Denver Sanctuary)에서..

전설적인 목소리... 1997년에 떠났으니 그가 떠난지 20년이 넘었네요.

지금 살아있다면 76세... 여전히 활동할 수도 있는 나이일텐데..

그래도 그의 노래들은 덴버의 어느 공원에 노래비로, 그리고 많은 음반으로 남아있지요.

우리는 그의 노래를 들으며 록키 산자락을 헤메였지요.

 

아스펜 음악축제 Aspen Music Festival...아스펜 베네딕트 음악 텐트에서 열린 연주

 

베일에서 2시간 달려서 찾아간 마룬 레이크 Maroon Lake

 

17일 저녁에는 뉴욕 필하모니의 연주를 감상하고...

18일 아침 일찍 리조트 체크아웃...
매일 매일 멋진 요리와 고급식당처럼 차려진 상차림,

그리고 맥주나 와인도 곁들여 한껏 멋부린 식사를 했지만

마지막 날 뱅기 타기 전에는 덴버에 있는 한국식당에서 순두부로 점심을.. ㅎㅎ 
렌트카를 돌려주고 다시 각각 다른 뱅기로

G는 서울로, J는 시애틀로, K는 산호세로, S는 시카고로 떠나 보내고

H와 이 후조는 엘에이로...

 

매일 아침 트레일을 산책하며 지낸 일주일...

12일 도착한 첫 날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연주, 

둘째날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관람,

그 감동으로 숙소에 바로 돌아가지 못하고

늦은 저녁이지만 이태리 식당에 가서 디저트와 차를 마시며 또 수다...

16일 마룬 레이크와 존 덴버 공원, 아스펜 음악축제 공연 관람,

17일 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연주 관람,  

 

이렇게 멋지고 고급스러운 여행을 후조가 아니면 어찌 하겠냐고,

그러니 후조가 부르면 언제라도 달려오겠다고...

그래도 내일 일을 알 수 없는 나이...

우리 모두 건강해야 한다고, 다른 일 다 제치고 건강 살피자고..
이렇게 못말리는 할미들의 일탈은 끝이나고

우리들의 이야기(2)도 여기에서 마감합니다.
벌써 7월이 다 지났네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

 

 

(Vail, 2017)

 

 

 

 

 

 

오페라 토스카...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이 시대의 최고의 소프라노 Anna Netrebko의 남편인 Yusif Eyvazov가

너무나 감동적으로 불렀는데 그의 동영상을 찾지 못해서

루치아노 간치(Luciano Ganci)가 부르는 것을 올렸고

이어서 존 덴버가 플라치도 도밍고와 함께 부른 Perhaps Love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