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이야기

이어령 교수의 인터뷰 읽고... '메멘토 모리'

후조 2019. 1. 18. 15:44



이어령 교수는 "탯줄을 끊기 전에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나인가, 

아니면 배 밖으로 나와 탯줄을 끊을 때부터 나인가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식 기자

사진은 인터뷰 기사에서 발췌했습니다.



최근 암 선고를 받았다는 이어령 교수와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나니 많은 생각을 하게됩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요즈음 가족 또는 지인들의 슬픈 이별 소식을 자주 듣게 됩니다.

지난 11월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던 큰언니를 보냈습니다.

3일만에 장례식을 하였기에 서울에 나가지도 못하고 슬픔을 삼켰지요.

머지 않아 만나게 된다는 생각으로 나의 슬픔은 길지 않았는데 새록새록 지금도 후조의 마음 속에는

예전과 같이 큰언니가 존재하고 계셔서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같습니다. 


후조가 처음으로 임종을 지켜본 것은 8년 전...

오늘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1월이었습니다.


집에서 가까이 살던, 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는 

5년동안 폐암을 투병하면서도 낙심하지 아니하고 꿋꿋하게 버텨왔었지요.

친구는 거의 매일 아침마다 내게 전화를 해서 

'혜정아, 걸을래?'  '그래, 알았어' 라고 답을 하고 금새 걸어나가면

우리는 중간 쯤에서 만나게 됩니다.  

한 시간 이상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걷다가 아침을 함께 먹기도 하고...

굳은 의지로 첫 3년간은 환자같지 않은 모습을 보였지만

해가 갈수록 친구는 무너지고 있었지요.

마지막 6개월은 차마 안타까워 바라보기도 힘들었습니다. 


친구의 마지막 병상...

친구의 남편과 외아들내외... 그리고

하루라도 더 살게 하려도 애를 쓰던 언니와 동생들,

그리고 몇몇 교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쁘게 몰아 쉬던 숨을 멈추자 

그동안 요란하던 산소호흡기가 멎고 

방 안에는 형용할 수 없는 정적이 흐르더군요.

그 정적의 위압감 때문인지 아무도 크게 울지도 못했습니다.


삶과 죽음과의 사이는 불과 일초...

얼마나 허망했는지... 삶이 무엇이고 죽음이 무엇인지...

그 짧은 순간에 친구는 사랑하던 남편과 가족들, 그리고 모든 것들과

영원한 이별을 하였습니다.


임종의 순간을 목격한 것은 처음이었기에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후로 후조에게 죽음은 더 이상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고

심히 가까이 있는, 언제나 마음 속에 있는 명제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죽음에 대한 소식에도 놀라지 않게 되더군요.

'우리도 다 죽는데 뭘...'  그런 마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어령교수는 인터뷰에서 말하더군요.

우리 모두는 사형선고를 받고 태어났다고, 

탯줄을 끊고 태어나면서 부터 이별을 한 우리의 삶은 헤어짐의 연속이라고,

그러므로 삶과 죽음은 손바닥과 손등과 같은 것이라고,

빛과 어둠과 같이 삶과 죽음은 함께 있다고,

죽음을 생각하며 염두에 두고 살았던 사람에게  죽음은 새로운 뉴스가 아니라고...


이미 딸을 7년 전에 먼저 보낸 이교수는 항암 치료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87세나 되셨으니 당연한 선택이라고 여겨집니다.

항암치료로 병이 나아서 죽지 않고 영원히 사신다면야 당연히 하셔야겠지만

항암치료로 병이 낫는다고 해도 머지 않아 닥아 올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평소에 후조도 만일 불치의 병이 내게 임한다면 어떤 치료도 거부하겠다고 다짐하고 있거든요.

막상 당하게되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죽는 것은 더 이상 두렵지 않은데 날이 갈수록 사는 것이 두려울 뿐입니다.


신년 초부터 너무 어두운 이야기를 하고 있지요?

그래도 우리가 절대로 피할 수 없는 것은 죽음이니까요.

이교수는 죽음을 염두에 둘 때 우리의 삶이 더 농밀해진다고 말씀하시네요.




이태리 베네치아에서 가까운 산 미켈레섬에사 (2011)




이교수의 인터뷰를 읽고난 후 

유럽에 갈 때마다 찾아다닌 묘지에 대한 포스팅들을 찾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2009년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여행사를 따라 처음으로 유럽여행을 시작한 이래

2010년부터는 개인적으로 유럽을 다녔는데

유럽을 갈 때마다 많은 음악가들과 예술가들의 묘지를 찾아다녔었거든요.


아마도 그 때부터 후조는 항상 메멘토 모리를 마음에 담고 있었나 봅니다.

"죽음을 기억하라!"

참으로 못말리는 후조입니다. 







Cello Concerto in B minor, Op.104, 2악장 Adagio ma non troppo를 쟈클린 뒤프레가 연주합니다.

<신세계에서>라는 교향곡으로 너무나 유명한 체코의 작곡가 드볼작이

미국에 살았던 1894-95사이에 작곡한 유일한 첼로 협주곡 B단조, Op.104는

젊은 날 사랑했던 여인이며 처형인 조세피나의 우환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에 젖어 이 곡을 작곡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특히 2악장 Adagio ma non troppo는 그러한 드볼작의 심정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브람스는 이 첼로 협주곡의 악보를 보고

"나는 왜 첼로로 이렇게 협주곡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라고 부러워했다고 합니다.

후조가 가장 좋아하는 첼로곡입니다.



*****


어어령교수의 인터뷰 전문을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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