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
지금은 남의 땅 __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해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서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는 고운 비로
너는 삼단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조르지 마라
민들레 제비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김을 매는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여 다오
살찍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훍을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 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갔느냐 우습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띄고
푸른 웃음 푸른 설음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실령이 지폈나보다.
그러나 지금은 ___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것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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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 처음으로 경험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일상의 여러가지 자유로움이 묶여있는 요즈음...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뒤를 돌아보며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았고
얼마나 필요없이 낭비하는 것들이 많았는지....
조용해 침묵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어쩌면 이 사태가 지나간 후의 나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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