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kkaido에서 (2016년 1월에)
시간
- 시인 정국희 -
슬픔과 웃음
두 겹 옷을 입고
끝은 비밀에 붙어진
시간을 걸어 왔네
시간은 나를 규정하고
나는 시간 속 의미를 부여하며
삶이라는 길
여울에 징검돌처럼 놓고
굽이굽이 건너 왔네
한 때 외등 밑 바람 같았던 너
밤 고구마처럼 팍팍한 시간
울퉁불퉁 우겨 넣고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
가녀린 잎사귀같이 나풀대며
붙들 것 없는 허공을 움켜잡고
시처럼 살아왔네
*****
또 한 해를 보냅니다.
지난 1월 홋카이도 출사를 시작으로 올 해도 많이 돌아다녔네요.
2월에 필라델피아, 5월에 워싱톤 주 밀밭, 7월에 프랑스 알프스,
9월에는 몽골과 한국, 11월에도 다시 필라델피아와 하와이...
그 외에도 가까운 곳으로 이런 저런 출사가 많이 있었는데
(이렇게 나열하는 것은 먼 훗날 저의 기억을 돕기 위한 것이예요.)
작품도 제대로 건지지 못하면서도 그저 돌아다니는 것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렇게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 늦게나마 누리는 이 만큼의 자유가
너무나 소중하고 또 고맙고 감사하기만 합니다.
사실 인생은 메임이지요.
나면서부터 부모에게 메이고 학교에, 직장에,
결혼과 함께 남편과 자녀들에게, 어디 그것 뿐인가요?
친구나 사회에서의 인간관계, 또 무엇보다도 살기 위해 경제적인 것에 메이지요.
진정한 자유야 죽음으로써 비로서 얻게 되겠지만 그래도 은퇴 후의 삶은 조금 단순해지고
둥지를 떠난 자녀들로부터의 자유가 주어졌거든요.
물론 아직도 조금은 메이지만.. 그것은 행복한 메임이라고 해야겠지요.
사실 결혼 후 지난 세월을 생각해 보니 자녀들이 가장 큰 메임이었던 것같아요.
무식하게도 딸을 셋이나 낳았었거든요. ㅋ
그러나, 그러나 그런 저런 메임에서 조금 자유로워지니
나이들어감에 따른 외로움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삶의 무게가 더해졌지만
외로운 만큼 자유로워졌으니 외로움 또한 감사해야 하겠지요.
"Frei aber eins" ("free but lonely") 이라는 낭만적인 독일어 문구가 있다고 하는데
슈만의 친구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세프 요하임은 이 말을 평생 그의 모토로 삼고 살았다고 합니다.
이 문구에 관련해서 요하임과 친하게 지냈던 슈만과 브람스와 디히트리흐가 공동 작곡한
F-A-E Sonata를 다음에 올려 드리겠습니다.
고독하지만 자유롭다, 자유롭지만 고독하다....
예술가가 아니라도 우리 모두는 외롭고 고독한 존재이지요.
조금 더하고 덜한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지만요.
남보다 조금 자유로워지면 그 만큼 더 고독하게 된다는 것은
궂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것이겠지요.
이 세상에 공짜가 없거든요.
모든 것이 댓가를 치뤄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
가녀린 잎사귀같이 나풀대며
붙들 것 없는 허공을 움켜잡고
시처럼 살아왔네."
먼 훗날 정국희 시인의 이 싯귀처럼 고백할 수 있다면
잘 살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C. Gounod(1818 ~ 1893) 의
<성 세실리아를 위한 장엄미사> (Messe solennelle Santa Cecilia)의
다섯번째 곡, 'Sanctus' (거룩하시도다)를 Soprano, Jessye Norman이 부릅니다.
Sir. Alexander Gibson, conductor,
Ambrosian Singers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2010년 1월에 빠리에서 찍은 구노의 동상
몇 년 전에도 올린 적이 있지만
한 해를 보내는 이 시기에는 꼭 듣고 싶은 곡,
프랑스의 작곡가 샤를-프랑소아 구노(1818.6.17 - 1893.10.18)의
"성 세실리아를 위한 장엄미사"입니다.
우리가 구노의 <아베마리아>로 기억하는 구노는
19세기말 프랑스를 대표하는 오페라 작곡가로
그의 대표작에는 오페라, <파우스트>,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습니다.
2010년 1월에 갔던 빠리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구노의 조각상을 만났었지요.
바이올린과 하프.. 그리고 뮤즈들이 함께 있는 조각상이었습니다.
구노는 평생 경건한 생활을 하였다고 하지요.
한 때는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을 공부하기도 했지만
음악을 위해서 성직자의 길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세속적인 음악과 종교음악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말년에는 주로 종교음악에 심취하며 지냈다고 합니다.
St. Cecillia (image from internet)
성 세실리아는 3세기 말에 순교한 성녀인데 로마 귀족의 딸로 신실한 기독교 신앙을 가진 그녀는
막대한 재산으로 가난한 자들을 위한 구제사업을 하였고 자기의 집을 교회로 사용하며
전도활동을 하다가 처형 당하는 순간까지 찬가를 부름으로써 교회 음악의 수호신으로 추앙받고 있는데
세실리아는 체칠리아로 발음하기도 하는데 로마의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은 그녀의 이름을 딴 것이라네요.
소프라노, 테너, 베이스 독창에 혼성합창, 하아프, 오르간을 동반한
관현악으로 편성된 이 작품(전 6곡)은 우아하고 장엄하며 서정적이고 시적인 선율과 함께
화려하고 세련된 곡이지만 무엇보다도 심오하면서도 경건하여
작곡자 자신의 신앙적인 기도와 같은 작품으로 여겨집니다.
구노는 이 곡을 작곡하면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고 하지요.
"음악으로써 심오하고 끝없는 신앙의 세계를 표현하는 것처럼 어려운 것이 없다.
더구나 나처럼 보잘것 없는 사람으로서는...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한 해를 보내는 이 시기에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하나님의 섭리와 경륜에 저절로 겸손한 마음이 되어
나 자신도 모르게
"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라는 고백이 저절로
마음 깊은 곳에서 부터 터져 나옵니다.
2016년 12월 25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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