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이야기

황당한 신화이야기... Leda and the Swan...

후조 2017. 1. 21. 09:57






지난 여름 후조가 프랑스로 사진여행을 떠나서 집에 없을 때

후조를 알뜰히 챙겨주는 멀리 사는 선배가 켈리포니아를 다녀갔다고 하면서

폴 게티 빌라 뮤지엄 카페에서 두 시간이 넘도록 커피를 마시면서

아름답고 감미로운 계절에 푹 젖어 있었다고... 

또한 후조도 알겠지만  "Leda and the Swan " 조각을 보니

우리가 영시 배울 때 듣던 이름, 레다와 스완을 기억하느냐고,

그 아름다운 레다를 유혹하기 위해 백조로 변하였던 제우스신 이야기를 쓴 

예이츠의 시가 생각났다고 하면서...  그들이 놀던 Pindus강 가가 아니라도

어느 한 공간에서 만나고 싶었다고..하면서 사진 많이 안 찍어도 괜찮으니

병나지 말고 천천히 잘 다녀오라고... ㅎㅎ








선배의 이메일을 보고 게티 빌라에 '레다와 스완'이라는 조각작품이 있었던가 싶어서

여행에서 돌아온 후 차일 피일하다가 모처럼 시간을 내어 게티 빌라에 가 보았습니다.

사실 게티 빌라는 태평양 바닷가를 끼고 있어서 한나절 산책하기에도 아주 좋고

뮤지엄 입장료도 없고 주차비만 내면 되는 곳이지만

온라인에서 주차 예약을 해서 티켓을 받아야 하고 

오고 가는 길의 교통체증이 심한 곳이라 쉽게 나서지지 않거든요.







그런데 하필이면 주차장을 예약한 날 (1월 12일)에 비가 많이 오고 있었습니다.

밤새 내리던 비가 아침에도 그칠 것같지 않더군요.

아무리 비를 좋아하는 후조이지만 비 속에서 운전하는 것은 좀 망설여져서

그냥 포기할 까 하다가 나섰지요.  

다행이 교통체증도 심하지 않고 비도 세차게 내리지 않아서 

오히려 더욱 좋았던 멋진 외출이었습니다.







미 서부 엘에이 북쪽 태평양 바다를 끼고 있는 1번 도로 상에 있는 게티 빌라는 

건물의 모든 것들도 로마시대를 연상시키는 구조이고

로마와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인물들과 고대 유적들을 주로 모아 놓은 박물관이지요.


그리스나 로마의 신화는 유럽에서는 고대로부터 많은 글과 그림, 조각 등의 주제가 되어 왔지만

수 많은 이름의 신들과 여신들과 인간과의 부도덕하고 황당한 허구적인 이야기 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수 많은 이름들이 그리스에서의 이름과 로마에서의 이름이 달라서 너무나 혼돈스러워서

책을 구입하고도 읽다가 팽개쳐 버리기가 일쑤지요.







그러한 혼돈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있는 것인지

네 번째 방 (God and Goddesses) 에는 이런 비교표가 있더군요.

그리스의 제우스신을 로마에서는 주피터, 헤라 여신은 주노, 

디오니소스는 바커스,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로마에서는 비너스, 

포세이돈은 넵툰, 아테나는 미네르바, 허메스는 머큐리, 등등





Zeus, King of Gods






제우스신은 신들과 여신들이 있는 방 (104 Gods and Goddesses)에 있고

'레다와 백조' 조각상은 헤라클레스가 있는 방 (108 Temple of Herakles, Hercules)에 있었습니다.


루벤스가 그린 그림이나 다른 화가들이 그린 그림들은 더욱 적나나하게 묘사되었는데

여기 조각상은 그래도 얌전해 보이네요. ㅎ

이 조각상은 1775년 로마에서 발견되었고 고대 시대 비너스상의 얼굴부분이

덧붙여져서 복구되었다고 합니다.





Leda and the Swan




레다 Leda는 아이톨리아의 왕 테스티우스의 딸인데

스파르타의 왕 틴다레우스 Tyndareus와  결혼을 했다고 해요.

그러나 그 남편이 스파르타에서 추방당하자 아버지의 궁정에 피신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레다가 에우로타스 Eurotas 강가에서 목욕하고 있는 것이 제우스의 눈에 띄었다고 하지요.

여자가 목욕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유혹되기 쉬운 일이지요.

그러므로 구약성경의 다윗도 부하 장군의 아내가 목욕하는 것을 훔쳐본 후

부하 장군인 우리아를 적장에 내 보내어 죽게한 후에 그의 아내를 자기의 아내로 삼았잖아요.


아무튼 신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제우스신이 하고 싶은 일이면 무슨 짓을 못하겠어요.

그러므로 레다에게 반한 제우스신이 백조로 변신을 하여 레다를 유혹하여 사랑을 나누게 되지요. 

그런데 레다는 같은 날 남편과도 동침했다고 해요.  본성이 부정한 여인이었는지...ㅋ

그 두 사랑의 결과로 레다는 두 개의 알을 낳았다고 하는데 

첫 번째 알에서는 헬레네 Helen 과 폴리데우케스 Polydeuces, 

두 번째 알에서는 카스토르 Castor와 클리템네스트라 Clytemnestra가 나왔다고 해요.

누가 누구의 자녀인지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아무튼 신화시대라 그런 일이 가능했나 봅니다. 


그런데 레다가 낳은 두 딸이 또 문제네요. 

최고의 미인이었던 헬레네는 그리스의 메넬레우스와 정략혼인을 했는데

트로이의 왕자 페리스가 헬레네를 좋아해서 트로이로 도망함으로

분노한 메넬리우스가 트로이를 침략하므로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되었고 

다른 딸 클리템네스트라는 트로이 전쟁 때 그리스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의 아내가 되었는데

남편 아가멤논이 전쟁에 나가 있을 때 바람을 피웠나 봐요.  

그래서 남편이 오랜 전쟁을 마치고 돌아오자 남편을 간부와 함께 살해 했다고 하네요.

막장 드라마의 원조가 신화에 다 있는 것같아요. ㅎㅎ


고대로부터 실질적인 역사적 사건과 신화적인 사건과의 간극은 무식한 후조로서는 

그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많은 화가들이나 조각가들이 이러한 신화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였고

유럽의 많는 문학이 이러한 신화에 영향을 받아왔음을 부정할 수 없는 일이지요.







레다와 백조


 윌리엄 버트러 예이츠 (1865-1939)


느닷없이 당한 일이다: 거대한 백조의 날개는 아직도

비틀거리는 소녀 위에 퍼덕인다, 그녀의 허벅지를

검은 물갈퀴가 쓰다듬고, 목덜미를 부리로 안아,

어쩔 수 없어 하는 소녀의 가슴을 제 가슴에 껴안는다.

겁에 질려 힘없는 손가락이, 맥 풀린 허벅지에서

어찌 깃털 싸인 영광을 밀쳐낼 수 있으랴.

백색의 급습에 내맡긴 육체가 거기에서 어찌

야릇한 심장의 박동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리. 

허리에 느꼈던 그 짜릿함에서

무너진 성벽과 불타는 지붕과 망루

그리고 죽은 아가멤논을 잉태한다.

그토록 꽉 붙잡힌 채

그렇게 짐승 같은 하늘의 피에 정복당한 소녀는

그의 지혜와 힘을 고스란히 받게 된 것일까,

무심한 부리가 그녀를 놓아주기 전에?



Leda and the Swan


A sudden blow; the great wings beating still

Above the staggering girl, her thighs caressed

By his dark webs, her nape caught in his bill,

He holds her helpless breast upon his breast.

How can those terrified vague fingers push

The feathered glory from her loosening thighs?

How can anybody, laid in that white rush,

But feel the strange heart beating where it lies?

A shudder in the loins engenders there

The broken wall, the burning roof and tower

And Agamemnon dead.

Being so caught up,

So mastered by the brute blood of the air,

Did she put on his knowledge with his power

Before the indifferent beak could let her drop?


*****


예이츠가 1928년에 레다와 백조로 변한 제우스신의 사랑이야기를 

이토록 적나나하게 시로 표현하고 있는데 예이츠는 이 시를 통하여

무엇을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을까요? 

지금 이 시대 이 지구상 어디에나 권력과 여자, 사랑과 배반, 전쟁과 탐욕,

유한하고(mortal) 무력한 인간의 존재..  그리고 부정할 수 없는 신의 존재... 

이 모든 것들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존재하고 있음을... 


오늘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취임식을 TV로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통령 자리에 있는 트럼프와 남편 클린톤 옆에 서서 초라하게 보이는 힐러리 클린톤의 모습,

영부인이 된 멜라니아의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파우더 블루의 의상... 

이런 것들을 눈여겨 보면서 새삼 인간의 힘 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도 많다는 것을,

그러기에 사람들은 고대로부터 신화라는 엉뚱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시대에도 신화시대의 이야기같은 일들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고

그렇게 저렇게 세월은 흐르고 역사는 기록되어지고 있다는 것을...요.  ㅋ



 



음악은 학창시절 어지간히 좋아했던 호세 펠리치아노가 부르는 


Once There was a Love 입니다.


학창시절 그저 가수의 목소리가 좋고 멜로디가 좋아서 즐겨 흥얼거렸는데


지금 들으니 정말로 이런 사랑이 있었던 때가 있었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