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이야기

'내 친구에게 내 말 전해 주오', 어느 멋진 날...

후조 2017. 2. 9. 03:07





이곳 엘에이에는 나름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많은 이민자들의 사례를 볼 수 있습니다.

60년 대 말이나 70년 대 초에 유학을 와서 온갖 고난을 겪으며

힘든 이민생활 중에도 그들이 꿈 꾸던 크고 작은 소망을 이루고 사는...


가까이 지내고 있는 선배 한 분이 한국인으로는 해내기 어려운 그림사업을

지난 25년동안 하시면서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부와 멋을 누리며 살고 있는데

그의 저택에서 작은 규모로, 그러나 너무나 멋지게 사업 25주년 기념 파티를 지난 주말에 열었습니다.

당연히 그림 투자자들이 참석하였고 후조같은 문외한도 초대받아 구경 삼아 다녀왔습니다.


태평양이 바라보이는 고급 주택가에 있는 뮤지엄같은 저택에 

주로 컨템퍼러리 아트 소장품들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랜드 피아노가있는 거실의 벽에는 데미안 허스트의 

땡땡이 무늬처럼 보이는 그림 Spot Painting 한 점이 걸려있고

마주 보이는 벽에는 그의 나비 그림이 걸려있었습니다.

땡땡이 그림은 우리가 복용하는 알약을 표현한 것이라고 하지요?


악평과 호평을 오가는 '잔혹한 현대 예술가'라는 평을 받는 영국의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외에도

알렉산더 칼더의 소품 조각도 있었고 Takashi Murakami의 작품도 있었지만

대부분 이름도 생소한 많은 현대화가들의 작품들이 온 집안 곳곳에 전시되어 있었는데...

머지 않은 장래에 빛을 보게 될 작품들이라고 하였습니다. 







선배는 지난 25년간 뮤지엄, 경매장 등을 찾아다니며 

현대미술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며 어느 화가가, 어느 작품이 머지 않은 장래에 각광을 받게 될지를 추정하며

조심스럽게 미술계에 발을 디디고 콜렉트하면서 자신 만의 노하우를 발전시킨 결과

오늘 같은 큰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림 중개상의 시작이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잘 아는 1900년 전 후 벨 에포크 La Belle Époque 시대에 많은 화가들이

화상들을 의존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Ambroise Vollard는 그 당시 가장 유명한 화상이었다고 하지요.

그 시대의 화가들은 거의 모두 다 가난하여 어쩌다 그림 한점을 헐값으로 팔기도 하고 

식사나 술값으로 대신 지불하기도 하면서 예술을 포기하지 못하였지요.


빈센트 반 고흐같은 화가도 동생 테오가 그림 중개상에서 일하면서 

형님의 그림을 팔아주려고 많이 노력하였지만 그의 생전에 팔린 그림은 오직 한 점,

가난에 시달리는 빈센트 반 고흐를 테오가 재정적으로 지원하였던 것은 모두가 다 잘 아는 일이지요.

작금에 와서는 그의 그림이 천문학적인 숫자로 매매되고 있지만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날 기념파티의 하이라이트는 

드림 오케스트라 Dream Orchestra의 지휘자이며 테너인 한인 성악가와

 전 세계 오페라계에서 40년 이상 활발한 활동을 하며 현재는 UCLA의 성악과 교수인

러시아계 바리톤 Vladimir Chernov을 초청하여 열린 작은 음악회였습니다.


와인과 함께 그림을 감상하며 담소하다가 음악회가 시작되었지요.

첫 곡으로 Vladimir Chernov가 "내 친구에게 내말 전해 다오 Dicitencello Vuie"를 부르고

이어서 한인 지휘자이며 테너인 Daniel Suk과 함께 

많은 아리아들을 부른 아름다운 음악회였습니다.






매력적인 목소리의 Maria Nazionale (1969 - )가 노래하고
이어서 파바로티가 부릅니다. 

"내 친구에게 내 말 전해 주오... 나 항상 그대를 사모하며...."

멀리 떠나버린 연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 달라는

바리톤 블라디미르 체르노프의 노래가 시작되자

마음이 스르르....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가볍게 마신 와인 한 잔 때문이었는지...

내 자신을 돌아보며

내 세울 만한 것도 없이 이국 땅에서 살아 온 긴 세월이 서글펐지만

그래도 너무나 아름다운, 잊지 못할 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