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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여행

가을여행 펜데믹 후 처음으로 캐나다 퀘벡으로 가을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떠나기 전과 돌아오기 전에 pcr 검사를 받고 가는 곳마다 백신접종카드를 점검하고 마스크를 써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모처럼의 여행은 그동안의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해소된, 힐링여행이었습니다. 단풍의 아름다움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막상 렌즈에 담긴 모습은 실제 모습을 드러내기에는 역부족이어서 눈과 마음에 담은 것으로 추억하려고 하네요. 대신 떠나기 전날 고맙게도 잠시 내린 비와 안개 덕분에 남가주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모습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들리는 건 분명 네 목소린데 돌아보면 너는 어디에도 없고 아무데도 없는 네가 또 아무데나 있는.. 가을 산 해질녁은/울고 싶어라." 라는 시인 오세영의 "바람의 노래" 한구..

LA Arts District: 노란 신호등

오랜만에 많은 벽화들(Murals)이 있어서 지금은 관광 명소로서도 유명한 LA Arts District에 갔습니다. 무대가 없은 음악가들이 길거리 버스킹을 하듯이 값비싼 갤러리를 사용할 수 없는 화가들이 길 가의 벽에 그린 그림이 이제는 예술로 각광을 받는 시대가 된 듯합니다. 사진을 찍겠다고 무척이나 더운 날씨에 카메라를 들고 나가 벽화를 찾아 다니며 사진을 찍었는데 그 중에 4가와 메릭 스트릿 교차점에 이르자 건널목 저 편에 있는 연인들의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골이 패인 철판 위에 그렸는지 철판은 녹이 슬어가고 있지만 연인들의 모습이 심상치 않습니다. 무슨 애절한 사연이 있는 듯 그들은 슬프고 애잔한 모습으로 굳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호등이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으로 변하고 있는 동안 계..

둘째언니의 부음을 듣고...

1974년 1월의 어느 날 영하의 날씨에 가족들의 눈물겨운 배웅을 받으면서 비행기를 오른지 46년이 지났네요. 한 동안은 이국생활에 적응하느라, 한 동안 애들 키우느라 모국과 그리운 가족들과 소통이 없어도 외로운 줄도 모르고 그리움도 마음 속에 묻어버리고 그저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지냈습니다. 그 가운데 어느 듯 장성한 조카들 결혼식들이 계속되기도 하고 부모님도 가시고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는 말처럼 7형제 중 둘째 오빠가 가시고.. 2년 전에는 큰언니가, 그리고 오늘 아침 둘째 언니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시설에 계신지 오래 되셔서 더 이상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지 않아도 되겠다고 자위하는 마음도 들지만 마음 한 켠 깊은 우물에는 슬픔이 가득 고여 있는 듯 합니다. 그립고 사랑하는 언니..

못다한 이야기 2020.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