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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 지금은 남의 땅 __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해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서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는 고운 비로 너는 삼단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조르지 마라 민들레 제비꽃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