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의 블로거이며 사진작가인 김재관 (예명: 무한대 Another Photo)님께서
자신의 사진집 <간이역에 가면...>을 출간하였습니다.
"늘 기차를 즐겨 이용하고, 잊혀져 가는 추억을 그리워하며 문화재를 사랑하다 보니
간이역에 푹 빠진 지 10여년이 되었습니다.
간이역은 오래 전 잊혀진 기억의 프즐 맞추기 같고 빛 바랜 흑백사진 같은 존재입니다.
그동안 사진에 담았던 간이역은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지만 대할 때만
언제나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곤 합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수 많은 간이역이 사라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을 되찾을 수 있는 모티브를 전해 줄 사명감을 갖게 되었고,
그런 사진작가로 기억되고자 사진집 <간이역에 가면...>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기차, 기차역...이라는 말 만으로도
우리는 누구나 그립고 아련한 추억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뒤돌아 보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안개 낀 새벽 기차로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 보낸 일도, 마중을 나가 본 일도 없는 저는 시골이 고향이라
서울에서 학교에 다닐 때 기차를 타고 시골 고향집에 다녔던 기억 밖에는 없지만
이 기차역에서 얼마나 많은 만남과 이별과 눈물이 있었을까를 생각하게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예전에 시골에서는 십리도 넘는 거리를 걸어서 학교에 다니거나 간이역같은 시골역에서
기차를 타고 다니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그들에게 기차는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었고
그러기에 매일매일 기차로 통학을 하면서 경험한 에피소드 또한 많을 것입니다.
이 곳은 갈 길을 모르는 이가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모두 제 갈 길을 갑니다.
그 목적지를 모른 채...
이렇게 기차가 사람들의 교통수단으로 가장 활발히 이용되던 시대가 있었지만
MyCar 시대가 되면서 기차보다는 자동차를, 또 비행기를 더 많이 이용하는 시대인지라
시골에 있는 많은 기차역들이 폐쇠되기도 하고 설령 존재하고 있을찌라도
기차가 머물지 않거나 하루에 한번 정도만 머물기도 하는 간이역이 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천안천은 KTX 천안아산역 인근에 있는 소규모의 하천으로
곡교천으로 합류한다. 뒷쪽 먼 곳은 KTX 철교
오른쪽 작은 나무가 있어 넓은 벌판에 영혼과도 같은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 나무가 잘려 없어졌다.
그 나무는 지평선의 중심축 역할을 하며 수직으로 뻗어 안정된 시야를
확보하게 해주었는데...
이제 저 곳을 다시 찾을 일이 없어졌다.
그렇게 사라져가는 간이역들이 안타까워서 김재관 사진작가는 지난 10여년 지방 곳곳을 헤메이며
간이역이나 이미 폐쇠된 간이역, 기차, 등 철도에 얽힌 이야기들을 찾아다니시면서 흑백사진으로,
그것도 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로 담으셨다고 합니다.
디지탈 시대로 들어서면서 카메라의 메모리카드 한 장이면 수 천장의 사진을 담을 수 있는데
아직도 24장, 혹은 36장의 사진을 담을 수 있는 필름으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고집이며 훌륭한 작가정신이라고 여겨집니다.
사진집은 1, 2부로 나눠졌습니다.
제1부는 "추억의 간이역"
제2부는 "끝나지 않은 길"
나의 등에 탈 수 있겠는가
범인(凡人)은 엄두도 못내고
시도한 몇몇 이인(異人)은 조소의 대상이 되었다.
-미연
사진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조선닷캄 블로그에서 블로거 무한대(AnotherPhoro),
김재관 사진작가님의 간이역, 기차 철길, 등 흑백사진을 만났을 때
항상 마음은 철길 따라 고향으로 달려가는 듯 했습니다.
디지탈 카메라의 보급으로 인하여 누구나 쉽게 카메라를 들게 되는 이 시대에
고집스럽게 흑백필름으로 취미의 단계를 넘어서 오직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전국 방방 곡곡을 답사하며 찍으신 간이역, 기차, 장터, 시골풍경, 등 아련한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사진들은
역사적으로도 소중한 가치가 있기에 지난 2008년과 2009년에 철도박물관에서 개인 전시회를 하였고
2013년 12월에는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최고 最古의 기차역인 춘포역 100주년을 기념하여
익산문화재단에 사진 116점을 기증하기도 하였고 이번에 처음으로 사진집을 출간한 것입니다.
오늘도 비를 기다린다.
격랑과 같이 다가왔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저 님보다
조심스럽지만 꾸준하게
양철 지붕을 똑똑 두드려주는
친절한 방문자를 기다리며
간이역은 먹먹히 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미연
사진마다 작가의 짧은 설명도 좋지만
감성 많은 첫째 따님 미연님의 글이 사진을 한결 돋보이게 하고 있습니다.
추억으로 가는 자와
청춘으로 가는 자
극과 극은 결국 하나이다.
-미연
저는 당신의 앞모습에 기쁨을 잣고
당신의 뒷모습에 눈물을 품어요.
지금은 저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미연
교차한 길
길 하나는 노인을 전송하고 있고
길 하나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미연
여기는 멈출 수밖에 없는 공간이지.
혹여 내게 고난이 있어서
잠깐 멈출지는 몰라.
한번쯤 빠른 현실에서
잠깐 멈춰서 쉴 순 있겠지.
하지만 절대 머무를 수는 없어,
이 늙음의 공간에서는
그러니까 지금은 지나쳐야겠어.
-미연
내 죽어가는 생의 찬가를
이 길 위에 바친다.
-미연
김재관 사진작가의 지난 10년의 결실인 사진집, <간이역에 가면....>은
단숨에 읽어버리고 던져버릴 책이 아니라
책상 위에, 혹은 머리맡에 두고 고단한 일상을 좀 쉬고 싶을 때
하나씩, 하나씩 펼쳐보면 많은 쉼을 얻을 수 있을
그러한 사진집입니다.
Rolleiflex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는 작가 (image from photographer)
이번에 사진들을 모아 책으로 출간하시게 됨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과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귀한 책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지난 10여년간의 작가님의 노고에 아낌없는 찬사를 드립니다.
(이 포스팅에 실린 사진들은 사진집에서 찍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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