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너때문이야

"사랑이 지나간 자리"

후조 2015. 5. 22. 06:01

 


 

 

 

 

 

     사랑이 지나간 자리 / 정유찬

 

     그래,

     사랑이었다

 

     허망한 느낌과

     우울한 고독을

     순식간에 쓸어버릴

     바람 같은 사랑

 



 

 

 

 

 

     하지만

     사랑이 바람처럼 지나고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하늘이 와르르 무너진다

 

     부서진 구름이 도시를 덮치고

     싸늘해진 네가 산기슭을 스쳐가면

     수많은 잎들이 비명을 지르며

     허공으로 흩어진다

 


 

 

 

 

     그래,

     그건 바람이었다 

 

     잠든 영혼을

     온통 흔들어

     새로운 세상을 보려 했던

     바람이었다

 

     그러나 늘 바람이 그렇듯이

     세차게 불고 나면 모습은 보이지 않고

     황량해진 잔해만 남았다

 

     사정없이 망가진 흔적만

     가슴에 남겨두고

     사라져가는 것이

     사랑이었다.

 

     ***

  

 

 

 

 

 

Suite No. 1 (or Fantaisie-Tableaux for two pianos), Op. 5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가 1893년 여름에 작곡한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입니다.

라흐마니노프는 사촌 소피아에게 쓴 편지에서 이 작품을

"a series of musical pictures"라고 했다고 합니다.


Piano 1: Vadim Rudenko
Piano 2: Nikolai Lugansky

 

당대 저명한 시인, Mikhail Lermontov, Lord Byron, Fyodor Tyrtchev, Aleksey Khomyakov의

시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곡으로 1893년 11월 30일에 작곡자에 의해 초연되었다고 합니다.

2악장의 The night...the love..., 3악장의 The Tears라는 제목이 시사하듯

詩처럼 아름답고 눈물겨운 곡입니다.

 

 

The four movements are:

I. Barcarolle. Allegretto, in G minor.
II. La nuit... L'amour... Adagio sostenuto, in D major. (The night...the love...)
III. Les Larmes. Largo di molto, in G minor. (The Tears)
IV. Pâques. Allegro maestoso, in G minor. (Easter)




 

 


dotorie

3년동안 심한 우울증에 걸려 곡을 하나도 못쓴 라흐마니노프를
음악을 좋아하던 그의 의사가 체면술을 이용해 우울증에서 벗어나
다시 곡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데
아마 이곡은 그가 우울증에 빠지기전에 쓴곡인듯 합니다.  2015/05/22 06:58:19  


벤자민

첫번째 사진 아주 멋집니다

시도 좋군요 2015/05/22 08:31:10  


나를 찾으며...

쓸쓸함과 허망함이 잘 드러나는 포스트 인 것 같아요.
전 왜 이렇게 이런 분위기가 그렇게나 좋을까요?ㅋㅋㅋ

시와 라흐마니노프, 사진이 아주 절묘합니다,
늘 느끼는바이지만 말이죠~!!ㅎㅎ 2015/05/22 09:15:03  


송파

바람~ 바람! 바람ㅎ 바람ㅠ
모든 예술하는 사람중 시각예술, 그림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최면을 걸어야한다고 하는데 ㅠㅠ
그를 환청~ 신의 소리와도 비할수가있을가요?
오늘은 주인님의 글을 읽으면서는
그것이 바람의 소리인것 같고
연인들에게는 사랑의 소리로 들릴것 같습니다.
또는 지금처럼 홀로있는 사람에게는 기도의 소리로 들리겠구요~ 아마도

하~ 어릴적 제가 살던 동네(가화동~ 계동골목)에서는
그당시 좀 있는 집 자제들은 약전패 치전패로들 유명했는데
하얀 마카오모자에 유행은 다 퍼트렸죠.^^
그들의 별명중 기막힌 별명이 민바람! 마도로스바람! 바람텡고~등이
우리 형들에겐 선망의 대상였는데,,,
아~ 여자분들껜~ 같은 바람아라도 그것이 이렇게 흔적을 남기고 갔는군요.
맞아요. 우리 동네에도 그런 큰누나가 사정없이 망가진 모습으로 식음을 전패하고
아랫방에서 나오지 않던 큰누나가 사셨죠~
하도 저쪽에 안 올려주시니까 이곳서 주절주절 하고 갑니다. 항상 尊愛합니다~
 2015/05/22 12:01:21  


cecilia

트리오님, 사랑은 영원한거에요.

영원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착각이었겠지요.

영원한 사랑을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2015/05/22 17:44:37  


바위

5월에 만난 라흐마니노프의 선율이 색다르게 들립니다.
갑순이와 을순이에게 빠져 삼순이를 외면했듯이
쇼팽과 차이코프스키에 현혹 되어 늘 뒤로만 돌렸던 라흐마니노프.
그의 씨디들은 잔뜩 모아놓고 너무 소홀했단 자괴감이 듭니다.

두 대의 피아노가 회초리로 제 맘을 때리는 듯 합니다.
음악의 편식, 그것도 지독한 편식이었지요.
오늘 이 음악 들으며 반성문이라도 써야 할까 봅니다.
아름다운 음악과 주옥 같은 시, 환상적인 사진(특히 첫 번째)까지
오늘 하루 삶의 앙금들을 말끔하게 헹구고 갑니다.

저는 제목만 보고 무슨 페티 킴의 노래라도 나오려나 짐작했었는데,
라흐마니노프의 호된 주먹맛 보고, 그렇지만 기분 좋은 한 방이었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2015/05/22 21:32:31  


Dionysos

라흐마니노프 음악을 계속해서 들으며 그의 이력을 조금 읽었습니다.
멜로디가 전혀 자극을 주지 않고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군요.

Tres bien. Merci.

 2015/05/22 23:45:58  


멜라니

사랑이 지나간 자리.. 제가 참 좋아하는 시입니다.
오늘은 trio님의 두번째 사진과 함께 절절하게 다가오네요..
시와 사진 그리고 피아노 선율에서 느껴지는
쓸쓸함과 허망함..
저도 나찾님처럼 이런 분위기가 왜 이리 좋은지.. ㅎ
요즈음 여기도 비가 옵니다.
 2015/05/23 01:30:18  


선화

첫번째 사진 ...감히 흉내 못낼....

오랜만에 듣는 라흐마니노프도 너무 좋구요
요즘 쓸쓸하신가요? ( 나찾님 표현을 보니 더요~ㅎ)

감기는 어쩌신지요? 오늘도 행복하세요!!! 2015/05/23 09:18:53  


산성

사랑이 지나간 자리
아파도 행복한 자리?
하면서 배시시.

정유찬이란 시인도 계시군요.
서울의 5월 아침이 눈부십니다.
잘 지내시지요?

 2015/05/24 08:1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