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너때문이야

당신의 6월이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후조 2015. 6. 5. 02:21

 

 

 

'찬란한 슬픔의 봄'이 지나고 벌써 6월이네요.

'방금 샤워를 끝내고 나온 원숙한 여인'같은 아름다운

녹음이 우거지는 여름으로 들어서는 달이지요.

그러나 저는 사계절 중에서 여름을 가장 좋아하지 않아요.

왠지 젊음이 넘치는 계절이라 그런지,

하기사 젊어서도 여름을 좋아하지 않은걸요.

 

 

 

 

 

 

오랫만에 식물원에 나가서 매크로 렌즈로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왠종일 사진을 찍어볼 요량으로 야무지게 주먹밥도 챙기고...

제가 배가 고픈 것을 못 참거든요.

새댁 때 이곳에 온지 몇 개월 되지 않아서 자동차 여행을 하는데

점심시간이 지나고 배가 고파지는데 가도 가도 어디 들어가 요기할 곳이 안보이는 거예요.

남가주에 와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시내를 벗어나면 메마른 사막이 끝도 없이 이어져서

자동차여행을 할 때는 차 안에 먹을 것을 많이 준비해 가지고 다녀야 하는데

이곳에 와서 처음 떠난 여행이라... 그리고 아직 수줍(?)은 새댁일 때라

이제나 저제나 뭐를 먹게 될까 기다리다가 드디어는 울었어요.

배고프다고...ㅋㅋ...  

그 후 두고두고 이 에피소드는 우리 집의 전설이 되었지만요.

이제는 먹을 것을 잘 챙겨다니는데

더구나 사진을 찍다보면 빨리 배가 고파지는지라

먹거리를 항상 잘 챙겨가지고 다닌답니다.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오랫만에 갔더니

울창한 숲이랑, 이미 시들어가고 있는 보라빛 자카란다꽃,

이름도 알지 못하는 꽃들...

식물원 곳곳에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는 공작새들...

사진도 사진이지만 한가하게 식물원을 걸어다니다 보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하며 사색이 여유로워 행복하더군요.

진즉 나올껄...  방콕에서만 헤메이고 있었으니...ㅋ

 

 

 

 

 

 

콩, 팥, 조, 율무, 등 잡곡을 섞은 찹쌀밥이 촉촉하게 잘 지어져서

바삭하게 구워진 베이콘과 김을 섞어서 만든 주먹밥......

울창한 나무 그늘에 앉아 먹는 맛이라니...

찹쌀밥이라 해질무렵까지 한참동안 든든하더군요.

친정아버님은 찹쌀밥이 소화가 잘 되어 위胃에 좋다고

점심식사는 언제나 찹쌀로만 지은 밥을 드셨지요.  별다른 반찬이 없이

나물 한 두가지에 나박김치 정도만 있어도 훌륭한 한 끼가 되거든요.

영양가 있는 밥을 먹고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네요. ㅎ

 

 

 

 (image from web)

 

 

그런데 6월이 되면서 청마 유치환의 "행복"이라는 詩가 생각났습니다.

인터넷에서 그 분이 손수 쓰신 원고 사진을 보면서

청마님의 필체가 참 좋네... 라고 생각되었어요.

 

친정아버님도 필체가 참 좋으셨어요.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곱게 쓰셔서 보내주시던 아버님의 편지를 지금도 간직하고 있거든요.

또한 아버님이 미국에 잠간 오셨을 때 어머니는 그 때도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오지 못하셨는데 함께 오시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셨던지 매일 매일

일기처럼 엄마에게 쓰신 편지를 며칠에 한번씩 부쳐드리곤 하였지요.

나중에 언니한테 들은 이야기로는 편지를 받으신 엄마께서 무척 행복해 하셨대요.

그 시절에는 그렇게 편지를 썼는데...

손수 쓰는 편지가 거의 사라져가는 이 시대가 슬프지요.

대신 이메일, 문자, 카톡... ㅋㅋ

 

 

 

 

 

 

     행복(幸福) / 유치환

 

     ___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에게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곁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생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___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___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의 詩 '행복')

 

 

 

 

 

청마는 첫눈에 반해버린 29세의 젊은 미망인,

시조시인 정운 이영도(1916 - 1976)에게 매일같이 편지를 써서 우체국에 가서 부치고... 

그들의 슬프고 애절한 사랑이야기는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지요.

그가 20여년간 이영도에게 보낸 편지는 5천여통,

편지를 받기 시작한지 3년여 만에 청초하고 기품을 지키며 무너지지 않을 것같아

청마의 애를 태우던 정운의 마음의 벽이 무너지고... 정운은 청마 사후에

5천여 통의 편지 중에서 200여 통의 편지들을 골라 책으로 내었다고 하지요.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라는 타이틀로...

그러기까지 정운의 마음은 얼마나 아팟을까요?

  

 

 

 

 

      탑 (塔)

 

          - 이영도 -

 

     너는 저만치 가고

     나는 여기 섰는데

     손 한 번 흔들지 못하고

     돌아선 하늘과 땅

     애모는 사리로 맺혀

     푸른 돌로 굳어라

 

     ***

 

 

 

     무제 1

 

          - 정운 이영도 -

 

     오면 민망하고 아니 오면 서글프고

     행여나 그 음성 귀 기우려 기다리며

     때로는 종일을 두고 바라기도 하니라

     정작 마주 앉으면 말은 도로 없어지고

     서로 야윈 가슴 먼 창(窓)만 바라다가

     그대로 일어서 가면 하염없이 보내니라

 

     *****

 

 

 

 

 

청마가 편지를 부치던 빨간 우체통이 통영 어디엔가 있다고 하던데...

청마 기념관도 있고...

정운 이영도 시인과 오라버니 이호우 시인의 생가도 어딘가에...

우리나라가 이렇게 문인들의 생가를 보존하고 있다는 것...

참 바람직한 일이네요.

서울에 가면 가 보고 싶은 곳이예요.

 

 

 

 

 

 

6월이 되면 언제나 듣고 싶은 곡, 아니 아무 때나 들어도 좋은 곡,

차이코프스키(Pyotr Ilich Tchaikovsky 1840-1893)의

The Seasons, Op.37b 중에서 6월 '뱃노래'입니다.

흔히 사계라고 하면 생각나는 비발디의 <사계>는

Four Seasons,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네 계절을 그리고 있지만 

차이코프스키의 <The Seasons>는 봄여름가을겨울이 아니라

1월부터 12월을 각각 그리고 있습니다.

 

January:     At the Fireside 

Fegruary:    Carnival

March:       Song of the Lark

April:         Snowdrop

May:          Starlit Nights

June:          Barcarolle

July:          Song of the Reaper

August:      Havest

September:  The Hunt

October:      Autumn Song

November:   Troika

December:   Christmas

 

 

상페테르부르그의 음악잡지 뉘벨리스트 Nouvellist의 편집장이던

Nikolay Matveyevich Bernard가 차이코프스키에게 12곡의 피아노 소곡을

부탁하였다고 합니다.  1875년 말부터 작곡을 시작하여

음악잡지 뉘벨리스트의 부록으로 1876년년 1월호부터 12월호까지

매달 한 곡씩을 수록했다고 합니다.

비발디가 그의 <사계>에서 계절마다 소넷을 써 넣은 것처럼

차이코프스키도 곡마다 시인들의 詩를 넣었지요.

12곡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 '6월, 뱃노래'입니다.

 

Let us go to the shore;

There the waves will kiss our feet

With mysterious sadness

The stars will shine down on us.

(Aleksey Pleshcheyev)

 

 

mysterious sadness, 신비로운 슬픔?

김영랑의 '찬란한 슬픔',

Aleksy Pleshcheyev의 '신비로운 슬픔'은 무엇일까?

 

아, 시인의 마음을 알고 싶어라!

 

 

 

 

 

 

진정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 것보다 행복한가요?

그러면 사랑을 하세요.

당신의 행복을 위해서...

그래서

당신의 6월이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트리오/첼로 올림

 

 

 

 

dotorie  

ㅎㅎㅎ
트리오님댁 전설에 웃음이......
평생 교훈을 얻으신듯 합니다.
짝사랑도 행복할까요??? ㅎ
반가운 6월 입니다.
계절의 여왕한테 언능 가시라고 했어요.
알러지 땜시 너무 힘들어서요 :((( 2015/06/05 02:42:29  

     
     
 

 

벤자민  

역시 사진을 아주 잘 찍어시는군요

전 첨부터 작품에 대한 생각은 아예 없었지만
일몰 일출 과 꽃 접사에는 관심이 있읍니다

그렇찮아도 얼마전 ㅡMacro 렌즈에 대한 야기가 있엇는데
선상님은 우선 Macro extention tube 를 구입해 3 단 하나씩
감을 잡아 보라고 권유 했읍니다 그래서 kENKO 에 주문을 해둿읍니다
어차피 초짜라 꺼꾸러도 끼워보고 이래 저래 뭐~~~ㅎㅎ

저도 어린 시절 일본여자와 펜팔을 한적이 잇읍니다
수십 년이 지난 어느 날 일본서 뭔 일로 한번 만났는데
그때 까지도 그 말같잖은 편지를 다 보관 하고 있엇더라고요
전 결혼하면서 마누라에 대한 의리상? 다 처분 했는데요 ㅎㅎ

하긴 언젠가 김지미씨와 잠깐 ? 결혼하신 어느 유명 의학 박사님은
애당초 생각과 차원이 다른 연서를 매일 한장씩 운전기사 편으로
김지미씨에게 전달 했던 적도 있었다지요 ㅎㅎ

불로그를 하면서
나름대로 짜증 나는 일도 생기지만
또 나름대로 음악에 조예가 깊으신 몇분 방을 방문하여
좋은 음악을 얻어 듣는 일도 즐거움이 되었읍니다
요즘 저의 일과와 맞불려 더욱 그렇습니다

참! 자카란타는 호주의 명물 입니다^^

감사합니다

 2015/06/05 08:43:21  

     
     
 

 

Marie  

선명하고 생생한 트리오님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6월이 행복해지려고 합니다.
거기다 유치환 시 '행복'까지 주시고...
트리오님의 6월이 찬란히 행복하시기를요.^^* 2015/06/05 09:27:22  

     
     
 

 

선화  


6월이면 생각나는 이 음악
듣고싶어서 어제는 참나무님방에서 들었어요~~ㅎ

이음악을 들으면 울아버지 생각이납니다 금계국이 흐드러지게
핀 유월 어느날 오롯이 저만을 끌어안고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늘 그 사진을 보면 이음악이 함께 떠 오르지요
그리고 보고싶은 아버지 생각에 울컥~ 해지고요....

초록이 더 깊어지는 6월
고요히 단비가 오는 아름다운 6월의 아침입니다
멋진 6월 보내세요!!!


 2015/06/05 09:46:44  

     
     
 

 

나를 찾으며...  

이 포스트, 제가 좋아하는 꽃이 아~~주 잔뜩이라 너모너모 좋아요.ㅎㅎ
꽃만보면 아주 행복해지는 이 나찾
전생에 혹시 이름없는 꽃이었을지라도 꽃이었던강~? ㅍㅎㅎ
괜히 그 생각들면서 입가에 웃음이 잔뜩 머금어지는군요.ㅎ
걱정마세요, 이 유월 꽃들만바라보아도 행복해지고 말것 같으니까요.ㅋ

유치환님의 저 필체,
정말 저의 친정 부친 필체와 많이 닮았습니다,
저 또한 친정 부친 필체를 닮아 필체가 저러하지요.
생긴 건 영~ 안그런데
뭔 필체가 그리 남성스러워~하는 핀잔을 가끔씩 들었던 것 같아요.
그 한계 탈피해보려고 요즘 캘리에 목숨 잔뜩 걸고 있는데
열심히 노력한다면 좀 달라지겠죠?ㅎㅎ


아~ 이 곳 오면
저도 언젠간~~~ 트리오님처럼...!!!ㅎㅎ
그럴 날 오겠지요?

트리오님께서도 이 유월 행복하시기를~~^^* 2015/06/05 09:58:14  

     
     
 

 

순이  


사랑하는 것이 사랑받는 것 보다 행복하다고
시인은 노래하지만
우리는 사랑에 늘 목말라 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 메르스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
저도 중국 청도를 가려다가 못 갔습니다.
그래서 느긋한 시간이 주어졌네요.
 2015/06/05 10:43:32  

     
     
 

 

푸나무  

공작새 앉아있는 나무꽃...자카란다 같군요.
수년전 나성에 갔을 때
게티 뮤지엄....가는 길 기차도 타고...햇던...그곳 어디쯤서 자카란다를 봤거든요.

사랑하면 행복할까요?
거기 고통이 더 크지않을까요?하하  2015/06/05 11:07:00  

     
     
 

 

dolce  

오랜만에 와서 좋은 음악 좋은 시들 아름다운 마음 읽고 갑니다.
행복한 6월이 되세요.
많이 사랑하시고 많이 사랑받으시면서...... 2015/06/05 13:10:04  

     
     
 

 

산성  

너는 저만치 가고
나는 여기 섰는데
손 한 번 흔들지 못하고...

날씨 탓인지
오랜만에 읽는 이영도 시인의 시구절이 안타깝습니다.
통영의 우체통 근처는
그다지 잘 살리지 못한 분위기에요.
그래도 함 들러 보시길.

 2015/06/05 15:19:04  

     
     
 

 

멜라니  

요 며칠 저도 차이코프스키의 June 을 열심히 듣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벌써 6월이라니..
하는 일도 없이 생각만하다가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유치환과 이영도..
어렸을 때 두 분의 사랑 이야기를 읽고는
저래도 되는 건가.. 했던 기억이 있어요 ㅎ
마음으로만 한 사랑이라서 로맨스.. ? ㅎ
그런데..
사랑하는 것은 사랑 받는 것 보다 행복한 것일까요?
아.. 이게 아직도 저는 사랑 받는 게 사랑하는 것 보다 행복하다.. 이런 마음입니다..ㅎ
아직 철이 없어서 이 모냥이겠지요?
그런데.. 트리오님..
배 고파.. 하시며 우시는 모습이 막 그려져요 ㅎㅎㅎ
엄청 귀여우셨을 거에요.. 죄송!

6월 뿐 아니라 늘 행복하시길..

 2015/06/05 15:34:45  

     
     
 

 

황남식  

적당히 섞인 가을을 좋하실듯 합니다.
남가주의 그것은 메마르고 화량하신듯하여 겨울을 별로 일것같고
막 깨어나여 요란할수도 있는듯 봄은 너무 평범하고
여름은 더운것을 떠나 싫어하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습니다.

저는 당연히 여름보다 겨울을 좋합니다.
눈이 귀한 부산에 파커를 입고 하얀 눈밭을 산넘어 가고 싶습니다.
4년전 쯤
부산 인근 도시에서 뜻밖의 눈발을 구경하느라 편의점 의자에서 서너시간 망부석이 된지도 있었습니다.
그날 감기는 걸렸어도 무척이나 행복했고요. 2015/06/07 00:44:04  

     
     
 

 

김현수  

행복한 유월이 될것 같은 느낌이... 2015/06/07 15:33:36  

     
     
 

 

인회  

통영을워낙좋아해서 청마기념관은 여러번갔지요
애닲퍼야 사랑이 깊을까요?
얼마나 애달팠을까요? 2015/06/09 22:4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