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 시인 오세영(1942 - ) -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부신 초록으로 두 눈 머는데
진한 향기로 숨막히는데
마약처럼 황홀하게 타오르는
육신을 붙들고
나는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아아, 살아있는 것도 죄스러운
푸르디 푸른 이 봄날.
그리움에 지친 장미는
끝내 가시를 품었습니다.
먼 하늘가에 서서 당신은
자꾸만 손짓을 하고...
*****
체코의 프라하의 도심을 흐르는 블타바(몰다우)강
벌써 5월, 여행하기 좋은 아름다운 5월입니다.
언제부터 여행이 그렇게 좋아졌는지 자꾸만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은
아마도 우리 인생이 원래 나그네이기 때문이 아닌지...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되니
가장 먼저 생각나는 도시가 프라하...
프라하라는 도시를 생각하니 아련한 추억이 가슴에 일렁입니다.
음악축제가 열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고 싶은 후조가
프라하의 봄 음악축제를 가 본 것이 7년 전 2010년 5월이었는데
스메타나홀에서 앙드레 프레빈이 지휘하는 체코 필하모니의 연주로 드볼작의 교향곡 7번을 감상했고
드볼작 홀에서의 연주, 오페라 하우스에서 모짜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과 마스네의 오페라 '동키호테',
그리고 프라하 캐슬의 작은 홀에서의 챔버뮤직, 등등... 알찬 음악기행이었습니다.
Prague Spring International Music Festival
여름이면 세계 어디에서나 여름음악축제가 열리고 있어서
음악가들 뿐만 아니라 음악 애호가들을 설레이게 하는데
프라하의 봄 음악축제는 여름에 앞서 매년 5월에 열립니다.
매년 5월 12일에 시작하여 약 3주간 열리는 프라하의 봄 음악축제는
체코가 독일로부터 해방된 직후인 1946년에 시작된 세계적인 음악축제이며
독립을 기념하는 상징적인 국가적인 행사이기도 하여 체코의 자존심이지요.
올 해가 72회, 이 음악축제는 공산 치하에서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는데
매년 외국의 유명한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초대되어
체코의 작곡가들인 스메타나, 드보르작, 야나체크 등의 음악을 연주함으로
체코 음악에 대한 자긍심을 보여주는 세계적인 음악축제입니다.
"동유럽의 파리", "북부의 로마"라고 일컬어지는 너무나 아름다운 프라하는
"음악의 도시, 프라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 걸고
자유화의 물결을 타고 서방세계의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데
봄 음악축제 때 뿐만 아니라 일년 내내, 시내의 거의 모든 성당, 박물관, 미술관에서도
크고 작은 연주가 있어서 시내를 관광하다가도 지친 다리를 쉴 겸 아무 때나 쉽게
연주를 즐길 수 있는 도시로 예술적인 수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프라하의 봄 음악축제의 첫 날의 연주가 열리는 오베츠니 돔
음악축제는 "체코의 국민음악의 선구자", 또는 "체코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위대한 작곡가 스메타나(Bedrich Smetana, 1824.3.2. - 1884.5.12.)의 서거일이 5월 12일이기 때문에
그의 서거일을 기념하여 매년 5월 12일에 개막을 하여 약 3주간 오케스트라, 챔버뮤직, 오페라, 등
모든 클래식 음악장르의 프로그램이 오베츠니 돔(스메타나 홀)과 드볼작 홀을 비롯하여
State Opera House, Estate Theatre, 교회, 음악컨서버토리, 캐슬 등 시내의 여러 곳에서 열립니다.
매년 5월 12일의 오프닝 컨서트는 스메타나에 대한 국민들의 경의를 표현하는 의미에서
프라하의 시민회관이라고 할 수있는 오베츠니 돔의 스메타나 홀에서 그의 교향시 <나의 조국> 전 6곡을 연주하는데
현직 대통령이 화려한 스메타나 홀의 대통령 전용 발코니에서 관람하는 것이 관례라고 합니다.
Daniel Barenboim (imgage from web)
올 해 72회의 오프닝 컨서트에는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My Country>을
지휘자 Daniel Barenboim의 지휘로 Wiener Philharmoniker가 연주합니다.
물론 이 오프닝 컨서트는 이미 매진되었구요.
혹시 프라하를 여행하실 계획이 있으시면
위의 웹사이트를 참조하셔서 이 음악축제기간에 가시면 좋을 것입니다.
컨서트 티켓값도 그다지 비싸지 않더군요.
체코의 젖줄인 블타바(몰다우)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는 강가에 있는 스메타나 동상,
동상 뒤로 스메타나 박물관이 있습니다.
오베츠니 돔의 스메타나 홀
이곳에서 앙드레 프레빈의 지휘로 체코 필하모니가 연주하는
안토닌 드볼작의 교향곡 No. 7 in D minor, Op. 70를 감상했습니다.
왕의 여름 별궁이었던 건물을 박물관으로 만든 안토닌 드볼작 박물관
블타바 강변에 있는 루돌피눔 앞에 있는 드볼작 동상
이 곳의 연주홀 이름은 드볼작 홀
모짜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관람했던 오페라 하우스 Estates Theatre
마스네(Jules Massenet)의 오페라 "동케호테"를 관람했던 오페라 하우스 Praghe State Opera House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의 6곡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제 2곡 "몰다우강, die Moldau"입니다.
몰다우강은 프라하 시내를 흐르는 블타바강을 몰다우강이라고도 부릅니다.
작곡가는 이 곡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이 곡은 작은 두 샘에서 발원하여 이 차가운 강과 따뜻한 강의
두 줄기가 하나로 모여 숲과 관목들을 지나 농부의 결혼식,
밤에 달빛을 받으며 추는 인어들의 원무,
주변에 바위가 있는 가운데 솟은 성과 궁전과 폐허를 지나가는
블타바 강의 흐름을 나타내었다.
블타바는 성 요한의 급류에서 소용돌이 치다가
프라하를 향해 잔잔히 흘러가며 뷔세흐라트 성을 지나
저 멀리 라베강(독일어로 엘베강)과 합류하여 장엄하게 사라진다."
(from wikipedia)
그러나 궂이 이런 설명이 아니더라도 듣고 있으면
강물이 잔잔하게, 때로는 거세게, 도도하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체코인들은 이 곡을 무척 사랑해서 도시를 돌아다니다 보면
어디에선가 이 멜로디가 흐르는 것을 여러번 경험하였습니다.
*****
이미 <프라하에서>라는 폴더에 프라하 여행기를 많이 올렸는데
그동안 비공개였던 <여름음악축제>라는 폴더에 있던, 그동안 찾아다닌 음악축제 포스팅들을
조금씩 수정하여 다시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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