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펜 여름음악축제 (Aspen Music Festival & School)는
1949년에 시작된, 미국에서는 가장 유명한 여름음악축제입니다.
매년 여름 8주간 (올해는 6월 28일부터 8월 19일까지)을
오케스트라, 챔버뮤직, 오페라, 매스터 클래스, 강의, 어린이 프로그램까지
350개가 넘는 event가 있으며 특히 음악도들을 위한 여름학교가 있어서
6백명이 넘는 학생들과 200명이 넘는 기성 음악가들이
배우고, 가르치고, 연주하는 음악축제입니다.
그러므로 기성 음악가들의 연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학생들의 연주는 공짜(?),
그러나 학생들도 엄격한 오디션을 통과하여 오는 학생들이라
기성연주자들 못지 않는 훌륭한 연주들을 선보입니다.
여름에 콜로라도에 여행하시는 기회가 있으시면
아스펜 음악축제에 꼭 한번 가 보시기를 권합니다.
아래는 아스펜 음악축제에 갔던 여행기로 2011년 6월 23일에 올린 포스팅입니다.
콜로라도 주 아스펜 시내
<고집센 운전사의 아스펜 가는 길>
콜로라도 주 아스펜은 겨울에는 스키장으로,가을에는 아스펜단풍으로 유명하고
여름에는 음악 페스티발로 유명한 매우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콜로라도주 베일(Vail) 에서 아스펜(Aspen)을 가기 위해 GPS에 주소를 넣고 출발을 했는데
고집이 좀 쎈 우리집 운전기사님(?)이 GPS의 말을 듣지 않고
다른 길을 택해서 가기 시작하자 GPS는 자꾸만 U-Turn을 하라고 합니다.
약 백마일이 조금 넘는 길을 GPS야 당연히 가장 쉬운 길을 알려주고 있고
고집이 쎈 우리집 운전기사는 본인이 가고 싶은 길을 택하여 달리는데
GPS도 어찌나 고집이 쎈지 계속하여 수십마일을 달릴 때까지
"U-Turn if possible"이라고 떠들어서 나중에는 GPS를 꺼버렸습니다.
GPS는 Vail에서 70번 West - 82번 South 를 타고 가라고 하는데
우리집 운전사는 70번 West - 24번 South - 82번 North...
돌아와서 검색하여보니 24번 South에서 82번 North로 아스펜까지 가는 길을
Independence Pass라고 하며 해발 12095 ft. (3686 m)로
콜로라도에서 포장된 도로로는 두번째로 높은 곳으로
가을에 첫눈이 오는 날부터 늦은 오월까지는 닫히는 아주 험한 길이었습니다.
이런 펫말이 있었는데 놓치고 말았습니다.(인터넷사진)
그러니 GPS가 계속하여 돌아가라고 했는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 험한 길을 간 것입니다.
덕분에 너무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게 되었지만...
길이 얼마나 험한지...
바다와 같은 푸른 호수(Twin Lakes)도 지나가는데
코발트색 하늘과 흰 뭉개구름...
호수가 하늘인지, 하늘이 호수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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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만년설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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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설을 바라보며 철짝서니 없는 트리오는 환성을 지르면서
사진기를 눌러대는데 좁고 험한 길 때문에 앞만 보고 달려야하는
불쌍한 우리집 운전기사님...ㅋㅋ
휴...드디어 험한 산길을 내려와 아스펜 시내에 도착하여 차를 주차장에 주차하고 시내에 들어서니
마치 유럽의 알프스에 온 것같이 오래된 건물의 창문마다 예쁜 꽃으로 장식되었고
겨울이면 스키를 즐기는 스키 슬로프가 있는 산이 눈 앞에 보입니다.
그러나 겨울 스키철이 아니라서 산은 푸르르고 시내는 비교적 조용했습니다.
길 가에 있는 카페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었는데 맛은 별로였지만분위기에 취하며 마냥 즐거웠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웨이터에게 North 82번 도로로 왔다고 하니 그 길은 Independence Pass라고 하며
겨울에는 눈때문에 길이 닫혀 그 길로는 올 수도 없다고 하면서 눈이 휘둥그레 집니다.
휴, 다시 한번 가슴을 쓸고 무사히 도착한 것을 감사했습니다.
점심식사 후에 존 덴버의 詩碑가 있는 공원에 갔다가 아스펜 음악축제가 열리는 곳을 찾아가는데
주차장에 들어서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오후 4시가 아직 채 되지 않은 시각...
아참, 4시에 컨서트가 있나 보다 라고 생각하고 사람들을 따라서 걸음을 재촉하였습니다.
여름음악축제의 사인만 보고도 가슴 벅차오른 트리오는 뒤에서 우리집 운전수가 따라 오거나 말거나
숲길을 따라 뛰다 시피 잰걸음으로 갔습니다.
안내를 하는 곳에 다다라서 숨을 헐떡이며 컨서트가 지금 있냐고 물으니
4시에 Free Concert가 있다고 합니다.
이게 왠 떡(?)인가 싶어서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학생들이 연주하는 공짜(?) 컨서트가 있었습니다.
몇시에 이곳에 도착할른지를 몰라서 컨서트를 보게 될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도착하여 적당한 컨서트나 매스터 클래스가 있으면 보려고 생각했었는데
공짜 컨서트가.... ㅎ
안내해 준 자원봉사자 할머니가 활짝 웃으면서 포즈를 취해 줍니다.
이 때부터 기분이 완전히 업(UP?) 되어...
연주가 열리는 천막 공연장에 자리를 잡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천천히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American Academy of Conducting at Aspen에 지휘를 공부하러 온 지휘자들의 공연이었는데
이들은 대부분 이미 지휘자로 데뷰를 한 장래가 유망한 지휘자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연주곡목의 각 장마다 각각 다른 지휘자가 나와서 지휘를 하였습니다.
그러니 공짜이지... ㅎ
맨 처음 곡은 체코의 음악가 베드리히 스메타나 (B. Smetana)의 오페라,
"팔려간 신부"의 서곡 (Overture to the Bartered Bride)을 Daniel Smith가
지휘를 하였는데 기성 지휘자 못지 않게 훌륭한 지휘, 훌륭한 연주였습니다.
이 곡은 프라하의 스메타나 박물관 홀에 스메타나가 작곡한 여러가지 곡들의 악보를
보면대 위에 놓고 지휘봉으로 보면대를 가르키면 그 보면대 위에 놓인 곡이 흘러 나오도록 장치해 놓았는데
그 때 그곳에서 들었던 곡이어서 더욱 감동이었습니다.
두번째 곡은 슈만의 피아노 폅주곡 in A minor, Op. 54이었는데
피아노에는 2010년 AACA Piano Competition Winner인 Yale Work이 협연을 하였고
1악장은 Vladimir Kulenovic이 지휘하고
2악장과 3악장은 한인지휘자, Jin Kim이 지휘를 하였습니다.
Jin Kim은 기성 지휘자로 현재 Altantic Symphony Orchestra의 음악감독인데
미국 내에서 이렇게 자랑스러운 우리 한인 음악가를
만날 수 있어서 더욱 흐뭇하였습니다.
인터미션이 시작되어 밖에 나와서 아스펜 음악축제 티셔츠도 하나 사고
마침 맨처음 오페라 "팔려간 신부"의 서곡을 지휘한 지휘자 Daniel Smith와
그의 친구를 만나 사진도 한장 찍으면서 연주가 너무 멋있었다고 하며
두달 전에 프라하의 봄 음악축제에도 다녀왔다고 하니
깜짝 놀라면서 프라하는 꼭 가고 싶은 곳이라고 합니다.
나이 먹어가니 점점 주책이 되갑니다.
아무하고나 사진도 찍고...ㅎㅎ
인터미션이 끝나고 나서
브람스 심포니 No. 2 in D major, op. 73을 연주하는데
이번에도 1악장은 Robert Trevino, 2악장은 Johannes Zurl,
3악장은 Eric Owens, 4악장은 Michel Rossi가 각각 지휘를 합니다.
한곡을 4명의 지휘자가 지휘를 하니 곡의 일관성은 없는 것같았지만
여러 지휘자들이 지휘하는 모습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으니
그런대로 의미가 있었던 연주였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오늘 컨서트에 지휘를 한 지휘자 7명이 모두 나와 인사를 합니다.
연주자들은 인사하는 법도 배운답니다.
천천히 하나, 둘, 셋을 셀 때까지 고개를 숙이라고...ㅎㅎ
악기를 메고 숙소로 돌아가는 음악도들...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악기를 들고 다니는 학생들이
왜 그렇게 멋있게 보이고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음악가의 삶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닌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기에
그들의 장래의 음악가로서의 삶이 풍성하기를 간절히 소원해 봅니다.
흐르는 음악은
스메타나의 오페라, "팔려간 신부"의 서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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