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ves Of Amur River 아무르강의 물결
일본의 동북부 해안을 덮친 쓰나미와 지진,
그 이후의 일련의 사태는 온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그 소식에 저는 故이병창 박사님께서 생전에 수집하시고 아끼시던 신라토기, 고려자기와
이조자기 301점과 중국자기 50점을 일본 오사카 시립동양 도자미술관에 기증하셨던 일이 생각나서
오사카는 안전하였는지 구글 검색해 보니 이런 기사가 있어서 역시 지진에 대한 대비가 철저한
일본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지진방지대도 갑자기 닥치는 쓰나미에는 어쩔 수 없겠지만...
지진으로부터 지킨다―지진방지대(免震台)
전시케이스 내에 설치되어 있는 경사대는
저희 미술관 오리지널 사양의 지진방지대免震台입니다.
지진의 흔들림에 반응해서 내부 장치가 작동하여
전시품을 얹은 깔판 부분이 앞뒤좌우로 움직여 충격을 흡수하여
소중한 전시품을 지킵니다.
http://www.moco.or.jp/ko/facilities/point/
General Douglas MacArthur와 함께 사열받는 이병창박사님
故이병창 박사님 (1916 - 2005)은 1949년 이승만 박사의 특명으로 오사카에 주일 대표 외교관으로
일본에 건너 가신 후 56년을 그곳에서 사시면서도 일본국에 귀화하지 않으시고 2005년 4월에 90세의 일기로
돌아가실 때까지 대한민국 여권을 소지하ㅗ 계셨을 정도로 그 분의 나라사랑은 특별하셨습니다.
외교관을 그만두시고 일본에서 사업으로 많은 부(富)를 이루시며 일본에서의 한국인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하게 굳히셨음에도 불구하고 모국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항상 마음 아파하셨습니다.
전북 익산이 고향이라 어쩌다 서울에 나오시면 된장찌게며 청국장, 등 토속음식을 즐기셨고
판소리, 창 등 한국전통 음악을 즐겨 듣기도 하시고 고향 소식에 눈시울이 뜨거워지시기도 했습니다.
일본에 사시는 동안 애국애족의 일념으로 일본에서 수집하셨던 한국도자기들에 대하여
어떻게 정리해야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가장 유익한 길인가를 고심하시다가
1999년도에 박사님의 도자기에 대한 열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박사님께서 편찬하신
"한국미술수선"이라는 책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많이 주었던 이토 이쿠타로(Itoh Ikutaro)씨가 관장으로 계시는
오사카 시립동양도자미술관에 한국도자기 301점(통일신라토기, 고려청자, 이조백자, 이조분청 포함)과
중국도자기 50점을 기증하셨습니다. 아울러 기증한 도자기의 유지, 미술의 조사활동,
자료구입, 출판 등의 기금을 위하여 다른 재산도 함께 기증하셨습니다.
박사님께서 한국도자기를 모으신 계기는 한국전쟁 이후부터 60년대,
아직 일본과 국교가 수교되기 전이라 일본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없었던 많은 한국인들이
집안에 대대로 물려 내려 온 고려청자나 이조백자를 일본에 몰래 가지고 들어와
일본인들에게 파는 일들이 흔히 있었다고 합니다.
박사님께서는 한국의 보물들이 일본인들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안타까워한 나머지
그러한 도자기들을 구입하셔서 모으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관심을 가지시게 된 우리나라의 도자기에 대한 애착으로 그 후 20 여년동안
세계 각지에 산재된 우리나라 도자기들을 소장가들이나 박물관을 직접, 또는 사람을 보내
사진을 찍도록 허락을 받아서 모으신 각종 자료들을 가지고
"한국미술수선"이라는 대작을 1978년에 편찬, 발간하셔서 세계 각국의 박물관과 대학교 등에 기증하신 것은
개인으로서는 참으로 하시기 힘든 일이었지만 오직 모국을 사랑하는 강한 애국심의 결과였습니다.
오사카시립미술관은 세계적으로도 한국도자기를 가장 많이 소장한 미술관으로서
일본에서는 연일 대대적인 뉴스로 그 분의 업적을 기리었는데 한편으로
한국에서는 일본에 기증한 것에 대한 비난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박사님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박사님께서 한국에 기증할 것을 생각하시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여러가지 여건상 한국이 박사님께서 원하시는 조건을 충족시키기에는 너무나 부족했던 것입니다.
결국 박사님께서는 그분이 기증한 한국의 문화재들이 일본에 있다고 해서 일본인들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한국문화유산으로 길이 빛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일본에 기증할 것을 결심하시고 단행하신 것입니다.
어느 지인이 일본 오사카에 가서 재일 교포 상공인들과 담소를 나누던 중에 박사님께서 일본에 소장품을 기증한 것이
유감이라는 언급을 하니까 교포 상공인들이 박사님의 기증으로 말미암아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큰 자부심을 느끼게 해 주었는데 무슨 말이냐고 화를 내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박사님의 깊으신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일본에 사는 재일교포들의 실상을 잘 아시기 때문에
"일본에 사는 재일교포들의 자존심을 드높이기 위한 방편"이란 명분이 박사님의 심중에 있었던 것입니다.
오사카 미술관에 있는 고 이병창 박사님의 흉상
오사카의 시립동양도자미술관에 가시면 일본관, 중국관, 한국관이 있는데
한국관 입구에 이병창 박사님의 흉상이 있습니다. (위의 사진)
세 나라의 도자기들을 둘러보면 그 세 나라의 도자기의 차이점을 문외한이라도 쉽게 분별할 수 있으며
한국도자기의 우아하고 단아한 색상이나 분위기는 중국이나 일본 도자기가
도저히 따라 올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소장품과 재산을 모두 기증하시고 난 후 허탈하시다고 하시면서 전시실을 둘러보시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자주 전시실을 다니셨는데 얼마 못 가서 박사님께서는 생을 다 정리하신 듯 노환으로 두문불출하시다가
2005년 4월 어느 날 조용히 숨을 거두시고 유언대로 한 줌의 재로 생을 마치셨습니다.
6.25동란이 나기 전에 일본에 건너가시고 끝내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신 그 분의 일생을 생각하니 가슴이 메입니다.
몇년 전 모국 방문시 경기도 이천에 있는 어느 공방에 들렸다가 그곳에서 도자기를 배우는 학생들이
오사카에 있는 이 미술관에 가서 이병창걸렉션을 보며 배운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반백년 이상을 타국에서 외롭게 사시면서도 고국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으로 한국의 문화유산을 지키고
널리 알리기 위한 박사님의 높으신 뜻이 결코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혹시 일본 오사카에 가시는 기회가 있으시면 한번쯤 이 미술관을 둘러보시면서
우리 조상들의 훌륭한 얼을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
(글: 이혜정)
아래의 글은 수필가 장혜자님이 1999년에 이병창박사님으로 부터
그 분이 편찬하신 책 "한국미술수선"을 받고 쓴 글입니다.
"한국美術蒐選"을 받고..."
(Masterpieces of Korean Art: History of Korean Art, Koryo Ceramics & Yi Ceramics)
일본에 계시는 이병창 박사님으로부터 뜻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