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이야기

의술과 예술...어느 여(女)의사 이야기

후조 2011. 5. 8. 00:00

 

 

여자로서 내과의사라는 직업은 누구에게라도 존경받는 고상하고도 훌륭한 직업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직업의 소유자도 내적인 갈등으로 불면의 밤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병원과 집, 집과 병원으로 오고 가는 일상은 학창시절 꾸던 꿈과는 거리가 멀고 육아와 아내의 몫까지 감당해야 하기에

심리적 부담은 더욱 컷을 것입니다.  장혜숙내과 원장은 그러한 갈등을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해소하며 이제는 취미의 단계를 넘어서 프로 화가로도

손색이 없는 화가입니다.

 

 

장원장의 그림 "잉태" 72.7 x 60.6(cm) Acryle and mixed media on canvas, 2010

예술과 의술의 만남전, 안국갤러리 출품작, 생명, 잉태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

 

 

병원과 집, 집과 병원, 쳇바퀴를 돌 듯하는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위해서 도자기나 사진찍기 등 여러가지 취미생활을 시도하다가,

20 여년 전에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미술 기초지도를 받기 시작해서 처음 10 여년은 사물을 보고 재현하는 실물화를 그렸습니다.

그 당시 장원장이 즐겨 그리는 소재는 해바라기, 장미, 연꽃, 들꽃 등이었는데 첫 개인 전시회 때 큐레이터 강현철씨는 다음과 같은 평을 하였습니다.

 

 "장헤숙의 작품 "해바라기"는 열정과 단아의 소산이다. 자신의 내면을 그대로 드러낸 모습에서 "숨겨진 열정"과 함께 수줍음으로 소근거리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작가의 자전적 이미지로서의 해바라기들은 각각의 자태가 무리 속에서 당당함으로 나타나 대칭의 축을 이루고 그 대립적 구도로 인한

아연한 긴장감은 "단아함"을 표출시킨다. 보는 이에게 즐거움을 주는 그의 장미는 해바라기에서와는 또 다른 열정의 산물이다."

 

실물화에서도 두들어진 소질을 보였지만 실물화에 식상한 장원장은 추상화에 도전하기 시작했는데 막상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느끼고 예술에 대한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것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홍익대학교 현대미술최고위 과정을 수료하며 예술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합니다.

 

 

"멜로디" 30cm x 180cm x 6, acryle and mixed media on canvas (2009)

안국갤러리 초대 "처방전"전 2009년 출품작

5개의 캔버스는 오음계를 표현하고자 했으며 삶의 환희를 노래함

 

그러면서도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조기은퇴를 생각할 무렵 2005년 남편(의사)의 진료실이 있는 건물 1층에 "혜원갤러리"를 오픈합니다. 장원장의 다부지고 과감한 결단력으로 오픈된 화랑은 인천지역 부부의사가 시도한 화랑경영이라는 점에서 지역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화랑을 열고 장원장은 기자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흔히들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고들 합니다.  연애는 "꿈"이고 결혼은"현실"이라고들 하죠. 

그렇습니다.  그동안 저는 그림과 연애를 했었던 반면, 지금은 갤러리라는 현실과 결혼을 한셈이죠."

 

물론 관장을 두고 경영하는 것이지만 장원장의 예술에 대한 욕구는 여기에서 머물지 않고 홍익대학 미술대학원 예술기획과에 진학하여 예술기획 필수과목 외에도 미술 비평, 미술심리학이론, 미술품 복원학, 미디어 아트, 세계 박물관학, 서양미술가의 계보론,  현대미술작가이론 등의 학업을 2년간 수료합니다.  그러한 학업은 탐구적이고 학구적인 장원장에게 매우 흥미롭고 유익한 도전이 되었지만 화랑운영은 말이 문화사업이지 화가나 고객들에게 굽신(?)거려야 하는 현실적인 일이기에 그동안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느끼던 보람과 환자들에게 받던 존경과는 거리가 먼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어 화랑경영을 통하여 자신의 본연의 직업인 내과의사가 얼마나 가치있고 보람된 일인가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장혜숙원장의 최근작, "인간의 굴레" 비젼전 작품 (현대미술의 단면전) 2011 1, 인사 아트 센터, 작품크기: 10F, 작품 재료: 캔버스 위에 아크릴과 혼합재료

 

 

장원장이 의사가 된 것은 어려서 부모님이 당뇨병, 심장병, 고혈압, 협심증 등을 앓고 계셨기에 의사가 되어 부모님의 병을 치료해 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7남매의 끝에서 두번째로 막내딸이어서 부모님은 생전에 막내가 의사가 되는 것을 보겠는가를 염려하셨지만 의사가 되어 부모님이 돌아가시기까지" 의사딸"로써 효도를 다 하였고 의사개업 이 후 지금까지 30년 이상 환자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여기며 열성적으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화가로서도 여러가지 전시회를 통하여 복지회관이나 노인정을 돕는 등 많은 사회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장원장의 아버님께서 일찍이 "德不孤"를 평생의 모토로 삼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일에 전심하신 것을 보고 자랐기 때문이라고 여겨집니다.  최근에 장원장은 두번째 "인간의 굴레"라는 제목의 그림을 발표하면서 "진료실 밖의 일"이라는 글에서 고백합니다.  

나는 "진료하는 것이 가장 보람되고 좋은 일"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나의 중심은 의사이며, 그림은 나의 취미일 수 밖에 없다.
취미치고는 고약한 것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너무나 많은 시간이 요구되었고 많은 에너지도 요구되었다.  내가 만일 그림 그리기만

포기한다면 나의 삶의 질은 오히려 훨씬 높아질 수 있을거 같았다.  그런데 나는 왜 그림을 그리고 있는가.  어느 날 얻어진 답은 "나에게 있어서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등산가가 등산을 하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라는 것이었다왜 그들은 등산을 하는가, 힘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마도 정상에서 느껴지는

상쾌함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나도 하나의 작품이 탄생되었을 때의 성취감, 바로 그것을 맛보기 위해서 붓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장원장의 글 "진료실 밖의 일"에서)

 "인간의 굴레"라는 추상화 작품을 발표하며 취미생활을 지양하는 것에 대해서 까지 갈등하는 장원장, 장화백의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고백입니다.

 

장원장의 그림 "인간의 굴레"라는 제목을 보고, 또 장원장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영국의 작가 서머셋 모옴(William Somerset Maugham : 1874 – 1965)의장편소설 "Of Human Bondage" ("인간의 굴레":1915년 발표)를 떠올렸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이 의사이고, 의사가 되기 이전에 화가가 되고 싶어서 파리에 가서 그림공부를 하다가 그림에 소질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는 다시 의과 대학에 들어가 의사가 되어 평범한 여자와 결혼을 하여 시골의 의사로 안주하게 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과 갈등과 시련을 겪는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소설과는 의사라는 것과 그림공부를 시도했다는 것 외에는 유사한 점이 거의 없지만.... 

 

1934년 Bette Davis & Leslie Howard를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에서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 <인간의 굴레>는 1934년, 1946년, 1964년에 영화로도 나왔습니다.
한 쪽 발이 불구인 주인공 필립(Philip Carey), 외과의사였던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도 필립이 어려서(9살) 돌아가시고 필립은 교구목사인 백부의 집에서 냉대를

받으며 자라다가 Boarding스쿨에 들어갔만 소심한 성격과  신체불구(clubfooted)에 대한 많은 조롱을 받으며 친구도 사귀지 못하고 내성적이면서 자의식이 강한 소년으로 자랍니다.  백부는 그가 옥스포드 대학에 가서 성직자가 되기를 원했지만 그는 독일의 하이델베르그에 유학을 가서 독일어를 공부하면서 외국에서 온 친구들을 사귀며 종교적이고 윤리적인 속박에서 벗어난 생활을 하다가 귀국 후 연상의 윌킨슨이라는 여성을 만나지만 헤어지고... 그는 런던으로 가서 회계사 사무실에서 견습일을 했지만 상사와의 갈등으로 외롭고 따분한 일상을 견디지 못하고 파리에 그림을 공부하러 갑니다.  그 곳에서 몇몇 친구들을 사귀며 가난한 화가 지망생인 프라이스(Ms. Price)를 만나게 되고 그녀는 필립을 사랑하게 되지만 필립은 그녀의 사랑을 깨닫지 못하고 그녀는 결국 극심한 가난에 좌절하여 자살을 고...  

필립은 2년 간의 미술공부를 한 끝에 자신이 화가적 소질이 없는 것을 깨닫고는 다시 런던으로 가서 의과대학에 들어가는데 그곳에서도 잘 어울리지 못하며

갈등하는데 마침 어느 카페에서 웨이트레스로 일하는 밀드레드(Mildred Rogers)라는 여성을 만나게 되어 사랑하게 되지만 그녀는 필립의 사랑을 외면하고

필립을 떠나 다른 남자와 결혼합니다.  그녀와의 끈질긴 인연은 사랑과 미움, 이별과 재회가 반복되면서 결국은 그녀가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의 죽음과 그녀의 죽음으로서야 비로서 끝을 내게 됩니다.

 

병원에서 임시직으로 일을 할 때 필립은 Thorpe Athelny라는 사람을 친구로 사귀게 되고... 한편으로 스탁브로커의 권유로 필립은 남아프리카의 광산에 투자를

하지만 Boer War로 인하여 주식시장이 파산하므로 필립은 무일푼이 되어 길거리를 헤메고 있을 때 Athelny가 그를 발견하고 가게에 취직을 시킵니다.

그의 백부가 사망하므로 그에게 유산이 조금 남겨져서 다시 의과대학에 돌아가 학교를 마치고 병원에 임시직으로 취직하게 되지만 런던으로 돌아갈 계획으로

파격적인 대우를 제시하는 병원장(Dr. South)의 요구를 거절합니다.  그러나 어느 시골에 여름 휴가를 가서 그곳에서 Athelny의 딸 Sally를 만나게 되어

그녀를 사랑하게 되자 병원장의 제의를 받아들이고 런던으로 갈 야망을 접고 샐리와 결혼을 하고 시골의 의사로 안주하게 되므로 그의 방황은 끝

"The simplest pattern, that in which a man was born, worked, married, had children, and died, was likewise the most perfect." 고상하고 예술적이고 철학적인

이상 (lofty, complex artistic and philosophical ideals)을 가졌던 필립은 결국 사람이 태어나고, 일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갖고, 죽는다는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완전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장화백과 소설의 주인공을 궂이 비교하자면 필립은 예술적이고 철학적인 이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완전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안주하지만 장원장은 평범한 일상의 탈퇴를 꿈꾸며 좌절하지 않고 강인한 의지와 뜨거운 열정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가며 본업인 의술과 함께 취미에서 이제는 프로의 경지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펼쳐나가고 있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므로 언제나 열정과 단아함으로 생명의 고귀함, 자연의 신비 등을 유감없이 그의 작품에 토해 내고 있습니다. 

 

강현철 큐레이터가 말합니다. "하나의 움직임을 예술적 경지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는 것은그 만큼 내면에 지니고 있는 삶의 무게를

아우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삶에서 이토록 치열한 작가의 길을 걷기까지는 순탄치 않은 시간과의 싸움은 물론이며 동시에 그 삶을 영위하는

움직임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역경의 소산일 것이다.  이 두가지의 상반된 길을 한 사람이 이룰 수 있다 함은 그 사람이 지니고 있는 만만치 않은 역량을 우리가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장원장은 고백합니다. "그림은 이제 나의 삶의 일부가 되어 있고 잘 그리든 못 그리든 그림은 어느 순간 나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도구가 되어 있다."

 

 

 

"대지의 노래" 100P, Acryl and mixed media on cavas, 2010

흙으로 표현된 형상은 이북의 이미지이며 집의 형상은 국가 또는 청와대를 의미,

우리의 소원은 통일 60주년 기념 6.25 미술대전 입선작/프레스렌터 1층 A갤러리

 

 

 

"대지의 노래" (2009) 100호, Acryl and mixed media on canvas

마력과도 같은 신비의 대지를 노래함

 

 

 

제 6회 의사 미술회전 출품작/ 2011

 

 

 

 

"생명의 노래" (2010) 한국미협기획 열린공간전 출품작/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10호, Acryl & mixed media on canvas

 

 

 

"생명의 노래" (2010/05), 30호, 캔버스에 아크릴과 혼합재료

 

 

 

"나는 아직 살아있다"  2010 비젼전 출품작/인사아트센터 8호 변형,

캔버스에 아크릴과 혼합재료 작품설명 "생명의 노래"

 

 

 

어머니 날을 맞아

장원장, 아니 장화백의 예술과 의술을 나름 정리해 보았습니다.

오래동안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제는 이렇게 인터넷

언제라도 만날 수 있고 교제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장원장, 장화백의 땀과 수고와 의지와

열정과 집념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

장화백의 어머니,

나의 어머니, 

당신을 그리워하며 울겠습니다.

 

2011 어머니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