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가진 엄마는 비행기를 탄다더니...
로드 아일랜드의 어느 바닷가 식당에서 찍은 사진
제가 미국에 올 당시에만도
비행기를 타는 일이 흔하지 않았었습니다.
그 당시" 딸가진 엄마는 비행기를 탄다"는 말이 유행이었습니다.
지금이야 딸을 가졌든, 아들을 가졌든 누구나 비행기타고 여행하는 일이 흔하지만
70 년대에는 외국에 가서 사는 딸이 있는 엄마가 주로 비행기를 타고
딸네 집에 갔기에 그런 말이 있었습니다.
말이 좋아 비행기를 타는 것이지 사실은 외국구경이라는
명목하에 딸에 대한 After-Service (AS)...
딸들은 자랄 때는 아무래도 잔소리 많이 하는
엄마보다는 아빠를 더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물론 다 자라서도 아빠에 대한 딸들의 사랑은 여전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출산하게 되면 그 때부터는 아무래도 엄마와는
"잉태와 출산""이라는 여자들에게만 허용된 생명의 신비,
그 비밀을 공유하는 특별한 관계가 되는 듯합니다.
그래서 딸들은 그 때부터는 엄마를 더 의지하는 것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딸이 셋이나 있으니...
다행히도 위로 두 딸은 가까운 곳에 살아서 비행기 탈 일은 없는데
멀리 필라델피아에 사는 막내 덕분에 비행기 타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사진의 시간은 캘리시간...3시간을 더하시기를 바랍니다.)
로드 아일랜드의 웨이크필드라는 곳의 Sugarloaf B & B
딸네 가족은 자동차로 필리에서 이곳으로 오고
저는 비행기로 와서 일주일간 함께 이곳에서 지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첫 날부터 막내와 사위는 낮에는 연습을 하고
저녁에는 연주를 하면서 일주일을 이곳에서 지냈습니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여름에 여름음악 축제게 참석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그들은 대부분 경치가 아름다운 곳에서 가족들과 함께 여름을 보내면서
낮에는 연습을 하거나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저녁에는 연주를 합니다.
로드 아일랜드의 Kingston에 있는 University of Rhode Island에서
매년 여름에 두 주간동안 열리는 Kingston Chamber Music Festival이 있습니다.
매년 여름 막내와 사위는 한주일간을 참석하는데
애기를 낳고서는 연습하고 연주하는 동안에
누군가가 애기를 돌봐줘야 하니까 제가 자청해서 온 것입니다.
Odysseus and Penelope by Francesco Primaticcio (1563)
손녀 이름이 페니 (Penny: 1전짜리 동전)...
요즘 젊은이들은 애들 이름도 별나게 짓습니다.
'Dollar"도 아니고 "Quarter"도 아니고 하필이면 왜 "Penny"냐구요?
Homer의 대서사시 Odyssey의 주인공 Odysseus의 신실한 아내의 이름이 Penelope인데
남편이 트로이 전쟁에서 돌아올 때가지 정절을 지킨 여인이기 때문에
오늘날 신실하고 정결한 여인의 표상이며 애칭으로 Panny라고 한답니다.
세월이 바뀌고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신실하고 정결한 여인이 요구되는가 봅니다.
자녀 자랑이 팔불츨이라면 손녀 자랑은 뭐라고 하나요?
9불출?
로드 아일랜드의 어느 바닷가에 있는 seafood식당인데
바닷가재(Lobster)가 신선하고 값도 싸서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식당이랍니다.
첫날 연습을 마치고 다 함께 랍스터를 먹으러 바닷가 식당에 갔는데
어디를 가나 블로그의 소재를 찾기에 여념이 없는 할미는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랍스터, 조개, 프랜치 프라이 등을 fast food 스타일로 먹네요.
이곳에서 랍스터가 많이 나와서 그런지 랍스터도 별로 비싸지 않더군요.
점심을 먹고 바로 옆 바닷가에 갔습니다.
바이올린을 하는 엄마 친구도 함께..
물을 보더니 얼마나 좋아하는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폰을 제법 잘 가지고 놉니다.
퍼즐게임도 하고...발바닥에는 아직도 바닷가의 모래가 묻어 있네요.
첫날 연주회에서 연주한 음악가들이 연주가 끝나고 객석의 질의를 받는 시간입니다.
저녁에는 연주가 있는 날이라 집에 가서 노란색 드레스 입고 다시 나왔습니다.
잠도 안자고 연주가 끝나기를 연습실에서 기다리다가...
연주가 끝나고 QA시간에 엄마따라 무대에도 올라갔습니다.
다음 날 저녁에 바닷가에 페니와 함께 다시 왔습니다.
이 할미가 사진 찍고 싶어서... 페니가 일주일 내내
요새 부쩍 사진찍는 일에 관심이 많아진 할미의 모델이 되어 주었습니다.
공짜 모델...Thank you, Penny!
저녁 때여서 그런지 어제 낮처럼 사람들이 많지 않아 쓸쓸합니다.
모래 위에서 놀고 있는 페니, 엄마 아빠는 어디에...
마냥 쓸쓸한 페니입니다.
석양의 갈매기도 쓸쓸해 보입니다.
나중에 이 사진을 보며 할미를 기억하라고...
벌써 한주일이 거의 다가고 있습니다.
내일 저녁에는 마지막 연주가 있는 날이라 오늘은 아침부터 엄마 아빠는
챠이코프스키의 Souvenir de Florence, String Sextet in D minor, Op. 70 을 연습하고 있는데...
이 곡을 좋아하는 할머니때문에 리허설을 구경하고 있는데
페니는 심심해 죽겠습니다.
바바나나 하나 먹자....
그래도 지루하네,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한잠 잘 자고 나서는 페니는 대기실에서 DVD를 보네요.
아이고 안쓰러워 죽겠습니다.
점심을 모두들 같이 먹고는 엄마 아빠는 친구들과 놀러가고
둘이서 집에 돌아오자 마자 파킹랏에 있는 자갈들을 가지고 열심히 놀고 있습니다.
머리에도 모래를 뿌리고... 어린 것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해소하려고 그런지
너무 재미있게 놀아서 마냥 놀게 내버려 두었습니다.
잘 놀다가 목욕시켜 재우면 더 잘 잘테니까...
저녁에 엄마 아빠는 다른 음악가 친구들과 저녁을 먹는다고 하여
페니와 저는 27 마일이나 떨어진 곳에 있는 한국식당에 가서 한식을 먹었습니다.
저는 순두부, 페니는 불고기...
"수라"라는 한국식당이었는데 한인들이 많지 않는 곳이지만
음식은 깔끔했고 며칠 전에도 한번 사위랑 왔었기에
주인 아주머니가 아주 친절하였습니다.
그런데 일주일동안 어린 것이 타지에서 제 나름대로 불편했었는지
다음 날은 페니가 열이나고 아파버렸습니다. 얼마나 안스러운지...
8월 1일 마지막날 연주는 둘다 참석도 못하고,
모든 연주는 티켓이 "Sold Out"일 정도로 성황리에 끝나고
다음 날 딸네 가족은 자동차로 필리로 향하고, 저는 비행기로 캘리로...
남몰래 흐르는 할미의 눈물...
딸 덕분에 이번에도 비행기를 탓습니다.
딸가진 엄마는 역시 비행기를 타나 봅니다.
올 여름에도 가야 하는지 아직 결정을 못했습니다.
아무리 남녀 평등을 주장하는 이 세대이지만 여자가 결혼하고 자기 일을 한다는 것,
결코 쉽지 않은 일인 것같습니다.
더구나 연주하는 일이라면...
올 여름 Kingston Chamber Music Festival의 자세한 정보는
www.kingstonchambermusic.org 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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