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이야기

호반의 여인들...레이크 타호에서

후조 2012. 11. 8. 08:54

 

 

 

 

 

지난 9월의 어느 날 레이크 타호에 모였던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호반의 여인들"이라는 타이틀을 올리고 보니 무슨 유행가 가사인 것같아서 웃음이 픽 나온다.
그래도 틀린 표현은 아니지,

캘리의 명물 레이크 타호에서 모였으니 호반의 여인들이었지...

 

몇년 전 미주지역에 있는 친구들 중 15명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갖으면서

친구들과 여행하는 것이 가족들과 여행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다고 하면서

이제는 자녀들이 다 둥지를 떠나는 나이가 되었는지라 우리 자주 만나자,

더 늙기 전에, 자유롭게 자주 만나자고 새끼 손가락 걸면서 약속까지 하였었지만

사람의 일이라 어디 마음대로 뜻대로 되어야지..

 

서울에서야 매년 동창회를 거나하게 치르면서 노교수를 만나거나 방문하기도 하며 지낸다고 하니까

동창들에 대한 그리움과 갈증도 덜 하겠지만 미주 지역이야 넓고도 넓은 땅덩어리,

외롭지만, 보고프지만,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 것을 어찌하랴...

그래서 더욱 그리워 하며 지내는 우리들이지.


레이크 타호, 타호 호수는 캘리포니아의 명물이지.  너무나 크고 넓어서,

이 보이지 않아서 호수라는 느낌이 없는, 마치 바다같은 호수...

미국은 역시 땅이 커서인지 모든 것이 다 크지, 사람도 크고,

호수도 크고, 산도 높고, 과일도 크고, 햄버거도 너무나 크고...ㅎㅎㅎ

 

서울에서는 산정호수 정도나 알았었지,

그 정도의 크기는 호수(Lake)라는 말 보다는 폰드(Pond)라는 단어를 쓰지,

그런데 폰드라는 곳도 가 보니 얼마나 크고 넓은지,

<월든>의 작가, 데이빗 소로우가 통나무 집을 짓고 살았다는

"월든폰드"도 가 보니 상당히 큰 호수더구만, Lake라고 하지 않고 Pond라는 이름을 붙였더구나.

  

 


자동차 여행을 좋아했던 우리는 레이크 타호를 잠간 잠간 지나친 적은 많았었어. 

우리의 여행은 언제나 그런 식이었지, 한 곳에 진득하게 머물지 못하고,

워낙 땅덩어리가 크고, 볼 것도 많으니 그럴 수 밖에...

그곳에 숙소를 정하고 하루, 이틀, 일주일....머문 적이 없었기에,

이제 세월이 이 만큼 흘러 어느 새 한가로워지고, 더블어 조금은 여유로워져서

레이크 타호, 멀지 않은 곳이기에 오히려 소홀히 여기게 되는, 레이크 타호에서

모처럼 일주일간을 친구들이랑 뭉게고 싶어서, 사진 찍으며, 산행도 감행하면서,

보약 중의 보약이라는 수다 왕창 떨면서, 성경말씀 묵상도 하면서,

지나 온 시간들을 이야기하고, 눈물, 콧물, 흘리게 될....

그런 시간을 갖고 싶었었는데,...

 

 



 


 

 
 












































레이크 타호에서의 모임을 계획한 내가 못 가게 되고

제일 반갑게 우리를 맞이하기로 한 리노의 H도 부득이한 사정으로 불참하게 되었고

서울을 오고 가느라고 바쁜 엘에이의 H는 연락도 안 되고 오레곤의 P도 강의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으니

김이 빠져버린 모임이 된 것이지...

  


 

사진들 다 멋있지만 이 사진...예술이다. K야!

  

아무리 한치 앞을 모르는 인생이라고...

너희들끼리 호스테스 없는 파티를 하게 해서 너희들한테 너무 미안했어.

 

지난 봄에 미국령인 푸에토리코의 산 후안에 가니까 그곳은 미국령이지만 투표권(참정권)은 없기에

산 후안에서 만난 어느 푸에토리코인은 자기 나라는 참정권이 없기에 무도회에 초대는 받았지만

춤을 출 수가 없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하더구나.

춤 출 수 없는 무도회...

그런 멋진 표현을 한 그 사람, 외모는 초라했지만 지식인이 틀림없는 것같았어...

 

나와 H가 펑크를 내는 바람에 K가 이번 모임을 취소할까, 진행할까, 고민하길래

그래도 이왕 리조트가 예약이 되었고 비행기편이 이미 예약되었으니 취소하면 refund도 못 받는데

그냥 진행하라고, 밀고 나가라고, 내가 등 떠밀었지.

 

그래서 드디어 서부에 사는 동창들 다섯명이 아니 네명과 서울에서 온 동창 한 명, 그렇게 다섯명, 

샌디아고, 플러톤, 팜데일에서는 비행기로,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H는 마침 서울에서 온 친구와 함께 자동차로

레이크 타호에서 만나서 아름다운 호수를 매일 매일 산책하며 수다 떨고, 울고 웃으며 한 주간을 잘 지냈다고 하여

얼마나 감사했는지...

 

 "친구의 웃음 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라는

마종기 시인의 詩가 아니라도 너희들의 웃음 소리가 호수 저쪽 끝에서 들리는 것같았지. 


 

 

 




































내 블로그 왕팬인 팜데일의 K는 공주병(?), 아들과 남편 없이는 아무데도 혼자 못 가는데

드디어 일생 일대의 반란(?)을 일으켜 일주일 간 아들과 남편을 떼어 놓고...

샌디아고의 S는 똑순이라, 남편의 사업을 도맡아 하면서

작은 체구에 큰 집을 잘도 가꾸고 살면서 손자 손녀...다 돌보고...

플러톤의 Y는 전공과는 달리 도예작가가 되어 미국의 세라믹계에서도 알아 주는 도예가,

샌프란시스코의 H는 유창한 영어로 노인들 복지를 위해 아직도 동분서주하며 노인들을 돌보고 있지,

 

그리고 서울에서 온 J는 믿음의 사람,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하는 것을

일찍부터 깨닫고 오직 믿음, 믿음의 주시며 온전케 하시는 하나님 만을 의지하며 지내는 J가

불참한 친구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했다는 소식 접하고는 나도 감사의 눈물을 흘렸지... 




  

 

K가 열심히 찍어 보내 준 사진 보면서, 내가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착각할 정도로

너희들 다섯 명이 떠들어 댄 분위기는 "안 봐도 비데오"...

 

세월을 거슬러서 사는지 늙지도 않은 너희들의 모습이,

챙이 넓은 모자를 쓴 J의 모습이  눈물나게 반가웠고...

. 

고맙다 친구야, 그리고 미안하다 친구야!

 

우리 언제 쯤이나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다음에는 샌프란에서?

 

 

I Left My Heart in San Fransciso


우리 모두 참 많이 좋아했던 노래이지?

토니 베넷이 부르고 이어서 Julie London이 부른다.

레이크 타호를 이야기 하다가 이 노래를 올리네.

혹시 레이크 타호에서 내려오다가

샌프란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것은 아니지? ㅋㅋ

행여나 그런 일은 없어야지...

 


트리오가






 

 

 

 


푸나무

저두 트리오님 왕팬인데요....
세상에 저렇게 좋은 모임에 못가셧다구요?
보는 내가 아쉬운데 트리오님은 얼마나 아쉬우셨을까?

친구들에 대한 우정이 넘쳐나는 격있는 글입니다.  2012/11/14 08:52:10  


trio

함께 하지 못해서 많이 안타까웠지요.
아주 많이...

크게 내색하지 않고 쓴다고 썼는데
역시 푸나무님한테는 들켰네요.

사는게 그렇더라구요.
예기치 않은 일도 일어나고 허망한 일도 만나고...
살만큼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아닌가봐요.

 2012/11/14 13:15:25  


나를 찾으며...

저도 생활에 쫓기어 만나보지 못하는 칭구들의 모습이
이 글 읽으면서 많이 생각납니다.
아이들 어릴 땐 그나마 가끔씩이라도 만났었는데
뿔뿔이 떨어져있는 친구들을 일부러 시간내어 만난다는 것은
그리 쉽지가 않더군요.
그나마 다행인 건 같은 동네살고 있는 대학동창은 가끔씩이라도
만날 수 있어 그나마 쫌 위안이 되어요.


많이 아쉬우셨다는 말씀~
제 콧등이 시큰~*

친구분들 trio 님하고 분위기가 많이 닮으셨네요. ㅎㅎ

뇨자들은 나이들수록 남편이나 가족들보다도
말 잘통하는 예전의 친구들을 더 찾게된다그러시더라구요.

다음 기회엔 꼭 만나셔서
그동안의 못다푼 회포~ 많이 풀어나가시길 바랍니다.^^ 2012/11/15 09:47:56  


士雄

살아있는 날중에 건강한 날이 참으로 소중하지요.
두루두루 좋은 곳 많이 다니시기 바랍니다.
좋은 친구가 있다는 거 그 거 축복입니다. 2012/11/15 22:40:47